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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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진보주의적인 가치관은 그 자체의 이상성뿐만 아니라 여러 가치 사이에서 공리주의적인 순위매김을 하지 않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예컨대 경제개발을 위해 민주주의를 잠시 유보하자, 이런 명제를 마음으로부터 용납할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위정자의 입장에서 공리주의적 판단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자살과 같다. 예컨대 교통약자의 복리를 위해 모든 지하철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것 역시 숭고한 가치를 가진 일이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일과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을 먹이는 일 사이에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재원을 배분한다면 어떻겠는가. 결국 진보 대통령이 더 욕먹는 이유는 그간 보수 대통령의 치세에 구현되지 못한, 우선순위에서 밀려 온 (but 더 숭고하고 이상적인) 가치들을 구현해 주리라 기대했지만 현실 속에서 다시 '가치'들을 공리주의적으로 따져 우선순위를 매겨야만 하는 모습이 배신감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수권에 있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쪽은 아무래도 진보인 것이다."
아마 에스컬레이터가 타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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