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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 Column/ict_lec_col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 인터뷰

 

Author / Interviewer : Daeguen Lee

Photographer : Hae O Reu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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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오후, 삼성동 엔비디아 코리아 사무실에서 이용덕 지사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본 인터뷰의 기획의도는 '엔비디아' 그 자체, 또는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제품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도 이 회사의 한국지사장이라는 직책과 그 직을 맡고 있는 사람 개인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이다. 인터뷰이로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 OCLAB과 IYD를 대표하여 글쓴이(이대근)가 인터뷰어로 마주 앉았고 엔비디아 코리아 이선희 이사, 박현정 차장, 코콤 손아름 대리, OCLAB 김해오름 매니저가 각각 배석했다.

 


 

이대근(이하 대근) : 안녕하세요 지사장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는 엔비디아 코리아의 장으로써 지사장님을 인터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비단 ‘엔비디아’ 라는 회사를 다룬다기보다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장으로서의 스테레오타입이랄까, 어느 정도 보편성을 갖는 지사장님의 커리어를 지사장님을 롤 모델 삼는 젊은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다소 개인적이거나 민감한 질문이 되더라도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이하 지사장) : 안녕하세요 이대근 기자님, 김해오름 매니저님.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제 커리어를 말하면 자기 자랑이 될 것 같은데, (모두 웃음) 생각한 것보다 재미있는 인터뷰가 될 것 같습니다.

 

대근 : 사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지사장님 뒷조사를 좀 해 보았습니다. (모두 웃음) 과거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6년도에 엔비디아 코리아에 지사장으로 영입되셨고 당시 연세가 41, 상당히 젊은 연배에 CEO가 되신 셈입니다. 게다가 심지어 그 전에도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장을 두 차례 역임하신 것으로 나왔습니다. 직접 본인의 커리어를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사장 : 저는 엔비디아에 몸 담기 전 레저리티, 브로드컴이라는 회사에서 각각 한국지사장을 맡았습니다. 레저리티에 영입되기 전까지는 ST마이크론에서 삼성 영업담당 차장을 맡고 있었는데, 원래 AMD의 통신반도체 사업조직이 미국 벤처캐피탈에 매각되어 분사한 회사가 레저리티입니다. 이 회사의 한국지사장으로 들어간 게 37살 때였고, 거기서 2년간 재직 후 브로드컴에 초대 한국지사장으로 영입되어 4년간 근무했고 그 다음에 오게 된 곳이 이곳입니다. 중요한 건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이미 ‘인터내셔널 기업’ –당시엔 글로벌이란 용어가 보편화되기 전이었습니다- 에서 일해야겠단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바탕으로 어떻게 계획을 실행해 나가는지가 중요합니다.

 

 

대근 : 지금까지 3곳의 글로벌 기업에서 CEO를 맡으셨는데 이 기업들이 지사장님을 영입하기로 마음먹은, 지사장님만의 결정적인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사장 : 제가 첫 직장을 가진 게 27살입니다. 군대 다녀오고, 대학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가진 첫 직장이 필립스였어요. 여기랑 ST마이크론에서 10년을 직원으로 일하다 작은 신생 기업(주 : 레저리티)에 들어가 처음으로 사장이 되었습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작든 크든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총괄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당시 지사장 최종후보로 압축된 3인이 본사에서 파견 온 담당자와 면접을 보았는데 그때 제가 36살이었습니다. 함께 올라간 후보들은 이미 다른 기업에서 지사장을 경험한 분들도 있고, 쟁쟁한 경력에 40대쯤 되는 경륜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만약에 내가 지사장이 된다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생각해 보면 어필할 게 너무 없었어요. 그렇지만 반대로 한국의 전형적인 사장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죠. 마침 레저리티는 신생 기업입니다. 규모도 작고,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개척’이 가장 중요했죠. 거기에 맞춰 면접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한 기억이 납니다.

 

무엇보다 너무 지사장이 되고 싶었어요. 대학교 1학년때부터 지금 이 순간을 꿈꿔온 겁니다. 정말 내가 이 일을 하고 싶고 준비되어 있다는 것, 다른 후보들보다 에너제틱한 동시에 오래 전부터 준비된 후보라는 걸 보여주려고 애썼습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제 전공은 전자공학입니다. 1학년때 인터내셔널 기업의 지사장이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영어를 할 줄 알아야겠고, 일본어를 배워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작정 일본어학과에 찾아가 교수님께 청강할 과목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때 2학점씩 4과목을, 8학점어치를 청강을 했었어요.

 

제가 레저리티에 지사장 면접을 볼 당시 일본 지사가 먼저 구성돼 있어서, 한국지사에 별도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일본 엔지니어를 파견해 근무하도록 할 계획이었습니다. 면접관도 일본인이었습니다. 대학교 때 언젠가 쓸모가 있겠지 생각하고 배워 둔 게 그때 도움이 된 겁니다. 프리젠테이션을 아예 일본어로 해 보자고 마음먹었죠. 지사장 후보 중 일본어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게 제가 유일했습니다. 면접이 끝난 당일, 저를 지사장으로 고용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 마디로 하자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적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간절한 꿈이 세워지면,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 가운데에서도 어떻게 액션플랜을 실행할지 길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대근 : 인터뷰어로써 지사장님과 질의응답을 했다기보다도 재미있는 무용담을 들은 것 같습니다. 자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지사장님이 과거에 CEO를 지낸 레저리티와 브로드컴은 둘 다 통신기술 반도체에 관련된 회사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요즘 들어 엔비디아가 무게중심을 전통적인 그래픽 부문에서 모바일, IoT 등으로 옮기고 있는 것을 보면, 결과론적인 말입니다만 최적임자인 한국지사장을 채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웃음) (지사장 : “감사합니다.”) 이러한 변화하는 시장환경과 맞물려, 과거 두 회사에서의 경험이 현 직책수행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사장 : 물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기본적으로 저는 영업인입니다. 내가 몸담은 곳에서 영업만큼은 경쟁사에 지게 하고 싶지 않았고, 실제로 져본 적도 별로 없습니다. 만약 제가 여기 이선희 이사(주 : 엔비디아 코리아의 PR 담당 이사)를 고용한다면 PR 전문가로써의 역량을 가장 중요하게 볼 것입니다. 한 조직 전체를 관장하는 자리는, 물론 그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굉장히 넓은 부분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PR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있듯 지사장으로써 요구되는 역량은 재무관리, 인사, 마케팅, 기술적 이해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 골 세팅입니다. 정확한 비전 설정과 조직이 정확히 그 방향으로 가도록 독려하는 것, 그러나 완급을 조절해 가며 함께 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로드컴 한국지사장에서 퇴임하고 엔비디아 지사장 면접을 보러 미국에 갔었습니다. 13명의 회사 중역들과 각각 한 시간씩, 꼬박 이틀을 인터뷰하고 나니 진이 다 빠진 느낌이었습니다. 엔비디아는 비주얼 컴퓨팅 회사이지만 그 경영자는 회사의 재정, 인사, 그래픽 영업, 모바일 영업 등 전체를 조망하고, 전체를 끌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경험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근 : 어린 나이부터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한 단계 한 단계 실천해 오신 것이 지사장님을 롤 모델 삼는 학생들에게 영감이 될 것 같습니다. 공유해주실 수 있는 노하우가 있나요?

 

지사장 : 노하우라기보단 학생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멘토링 같은 프로그램을 해 오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코리아 차원에서 PR라인을 통해 엔비디아를 사랑하는 학생들과 클럽을 운용하기도 합니다. 분기당 네 학교씩 돌아가며 소규모로 멘티들과 짝을 지어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선린인터넷고등학교 3개교가 확정되어 있고 아직 1개 고교가 미정입니다. 멘토링에 참여한 학생 중 단 한 명에게라도,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취지입니다.

 


 

대근 : 개인적인 질문에 너무나 자세히 답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주제를 약간 바꿔 엔비디아에 대한 질문을 드리려 합니다. 우선 엔비디아 코리아는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지사장 : 엔비디아 코리아는 엔비디아의 지사(branch office)로 법적으로는 유한회사입니다. 엔비디아가 브랜치 오피스를 두고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 20여개국에 불과하고, 그 각국은 해당 지역에서 IT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예컨대 호주는 지사가 없고, 단 한 명의 직원이 관리하는 ‘사무소’가 있습니다.

 

 

대근 : 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은 엔비디아를 포함해 약 2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 사업기능이 한국에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컨대 인텔은 미국이 본사이지만 인텔 이스라엘은 마이크로프로세서 R&D를 본사와 교대로 수행하며, 인텔 코리아만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올라웍스’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 합병하여 스포트웨어 R&D 및 관련기술 공급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바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경우 이처럼 한국지사가 핵심 기능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있는지, 없다면 유치할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지사장 : 엔비디아의 한국지사는 지사장 관할의 영업조직과 본사 직할의 R&D조직으로 구별됩니다. 엔비디아가 IT 선도국가에만 지사를 두는 이유는 해당 국가에 지사를 둠으로써, 그 영토 내에서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 삼성, LG 등 강력한 OEM 벤더들이 있다는 점과 대단히 도입속도가 빠른 테스트베드로써의 가치, 모바일/통신 인프라가 매우 잘 구축되어 있고 풍부한 개발인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한국 내 모바일 R&D 센터에서 쉴드 태블릿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대근 : “정말입니까?”) 네. 다만 본사의 사업 집중 의지가 확고해 지사 차원에서 이종 산업과의 M&A를 추진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대근 : 한국에 R&D 센터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시장, 한국지사가 갖는 위상에 순위를 매긴다면 몇 위쯤 될 것으로 생각하시는지요?

 

지사장 : 솔직히 말해 인구가 14억인 중국과 5천만인 한국은 규모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한국지사의 매출은 총액으로만 따지면 20여 지사 중 작은 편입니다. 그러나 한국지사는 앞서 말했듯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몇 안되는 지사 중 하나이고, 한국시장 자체의 테스트베드로써의 가치, 폭넓은 얼리어답터층 등 대체 불가능한 핵심 가치가 있어 본사에서 늘 중시하고 있는 중요한 시장입니다.

 

 

대근 :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에서의 전략 차이나 현실의 괴리로 어려웠던 적이 있으신지요? 반대로 로컬에서의 성공이나 실패 사례가 글로벌 전략 수립에 피드백 되어 구체적으로 영향을 준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사장 : 제가 입사한 이래로 엔비디아의 영업이 한번도 침체된 적이 없습니다. (모두 웃음) 엔비디아는 자신의 기술에 대한 비전이 너무나 명확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은 비주얼 컴퓨팅입니다. 수년 전부터 GPU가 컴퓨팅 영역에 진출하게 된 것도 오래 전부터의 계획에 의한 것입니다.

 

 

대근 : 최근 엔비디아의 행보를 볼 때, 모바일, IoT,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컴퓨팅 파워, 그러니까 계산력이 요구되는 모든 영역에 걸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잘못 안 것인가요? (지사장 : “정확합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엔비디아의 AP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는 그리 공격적으로 출시되거나 확산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에 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지사장 : 테그라 X1은 현재 최고 성능을 갖는 AP입니다. 하이엔드, 플래그십을 노리는 제품으로 애초 범용성있는 시장을 겨냥한 게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모뎀 원 칩이 아니라 저가형 태블릿에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쉴드 태블릿은 그 자체가 하나의 게임 콘솔이기도 합니다. HDMI 포트가 있는 태블릿은 쉴드 태블릿밖에 없습니다. ‘쉴드’는 엔비디아가 구축하고자 하는 게임 생태계 자체를 의미합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그리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가 현재 베타테스트 중에 있는데, 쉴드를 거실 TV에 연결하고 여기에 4개까지 컨트롤러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갖춘 환경에서 그리드를 통해 스트리밍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대근 : 콘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경쟁사인 AMD 역시 비슷한 비전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비전이 비슷한데다 경쟁사는 실제로 키오스크나 게임 콘솔이라는 영역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또한 CPU 부문에서도 ARM 기반의 스탠드얼론 서버용 CPU를 개발하고 있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주 : 스카이브릿지 / K12를 말함) 이는 정확히 엔비디아의 포트폴리오와 겹치는 것입니다. 엔비디아가 이에 대응해 자체 ARM 기반의 스탠드얼론 CPU를 출시하거나, 콘솔 시장에 진입하거나 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사장 : 스탠드얼론 CPU의 정의가 불분명합니다. 테그라 X1이나 엔비디아가 커스텀 IP로 설계한 덴버의 경우 완제품에 탑재되지만 그 자체는 분명 스탠드얼론 CPU입니다. 콘솔은 앞서 쉴드 태블릿으로 이미 활용 가능하단 말씀을 드렸고, 오늘 GDC에서 구체적으로 콘솔의 형상인 쉴드 안드로이트 TV 콘솔이 공개되었습니다.

 

 

대근 : 차세대 그래픽카드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주 : 질문의 의도는 GM200이었으나 지사장의 답변은 ‘파스칼’에 관한 것이다.)

 

지사장 : 엔비디아는 2년마다 새 아키텍처를 발표한다는 약속을 10년째 지켜 왔습니다. 작년에 맥스웰이 발표되었으니 내년에 파스칼이 나올 차례이고,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지금까지 GPU의 발전 패러다임은 그래픽을 빨리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엔진을 내장하고 로직을 탑재하고, 특히 세대가 지날수록 처리속도에 걸맞는 대역폭을 공급하기 위해 GPU 하나가 거느리는 DRAM 모듈의 물리적인 갯수가 엄청나게 증가합니다. DRAM 수급에 차질이 생길 정도입니다. 케플러, 맥스웰에서 지속적으로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절대성능보다 전력대 성능비가 가장 유력한 잣대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PC방들이 GTX 900 시리즈를 찾고 있습니다. (주 : 파스칼이 HBM을 사용할 것이라고 이미 알려진 바 있기에, 지사장의 DRAM 모듈 개수에 관한 언급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되었다.)

 

(대근 : “지사장님, 제가 여쭌 건 GM200 얘깁니다.”)

 

(주 : 이후 “아직 출시되지 않은 구체적 제품에 관해서는 우리도 알지 못하고, 알더라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다” 는 배석자의 지적이 있었다. 해당 문답은 이로써 종결되었다.)

 

(주2 : 금일 새벽, GDC 2015에서 GM200을 탑재한 지포스 GTX TITAN X가 공개되었다.)

 

 

대근 : 잠시 독자분의 질문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지사장님이 집에서 사용하는 그래픽카드는 어떤 것이며, 즐겨 하는 게임이 있으신지요? ("주희아빠"님 질문)

 

지사장 : GTX 980을 사용합니다. 게임은 아들과 피파3을 가끔 하는 편입니다.

 

대근 : 일반적인 통념상, 엔비디아는 인텔, AMD, 삼성, 퀄컴 등과 어떤 분야에서든 경쟁관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혹시,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이들 업체와의 물밑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카이" 님 질문)

 

지사장 : 수년 전 인텔이 엔비디아로부터 GPU 설계에 관한 라이선스를 얻은 적이 있습니다. 현재 인텔의 내장그래픽 설계에 당시의 라이선스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타 다른 경쟁사와의 협력사례를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기업간에 경쟁이 벌어지는 한편 이면에서 협력이 이뤄지는 것은 지극히 보편적입니다.

 

 

대근 : 지사장님께 드리는 마지막 질문입니다. 마지막이니만큼 정말 ‘마지막’ 을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현재 맡고 계신 엔비디아 코리아의 지사장 직에서 은퇴하게 된다면 그 이후, 즉 인생 2막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지사장 : 제 나이가 올해로 52살, 대학 학번이 83학번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울산공대(주 : 현 울산대)에 합격했는데 한달 다녀보고 흥미를 잃었습니다. 재수를 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1학년 1학기에 학사경고까지 받았습니다. 방황하지 말고, 여기서 내 길을 가 보자고 마음먹은 게 그 해 11월입니다. ‘뭘 하지?’ 자문해 보니 하고 싶은 게 없었습니다. 그때 어렵게 세운 첫번째 꿈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맨이 되자.” 였습니다. 전공이 전자과니까, 전자회사의 해외 영업맨이 되자. 꿈이 있으면 그 꿈이 등대 역할을 합니다. 가다가 실패하더라도 적어도 제대로 가는 방향 위에는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당시 외국 영업을 하던 4대 회사 – 삼성, 데이콤, 신도리코, 삼보컴퓨터의 외국 영업 파트에 들어가거나 외국계 전자회사를 들어가자. 그렇게 필립스에 첫 입사를 했습니다.

 

두번째 꿈은 “사장이 돼 보자.” 였습니다. 그 뒤는 아시는 대로입니다. 사장이 되려고 보니 경영학, 마케팅을 배워야겠다 싶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주대학교 대학원에 등록해 소비자마케팅을 전공했습니다. 경영학, 영어공부도 틈틈히 했습니다. 그렇게 10년을 보내고 나니 레저리티 한국지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세번째 꿈이 있습니다. 은퇴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근 : “무엇인가요?”) 비밀입니다. 제가 퇴임하는 날 인터뷰하러 오시죠. (모두 웃음) (대근 : “정말 오겠습니다.”)

 


 

두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본 인터뷰가 끝이 났다. 지사장과의 인터뷰를 당면 현안보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장’ 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채우는 것은 기획 당시부터 의도한 바였다. 지사장과 인터뷰가 종료된 후, 최근의 이슈에 관한 질의응답을 위해 별도로 엔비디아 코리아의 기술담당 임원과 심도있는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또한 해당 인터뷰 세션에서 글쓴이가 질의한 것들은 독자들이 의뢰한 질문을 가감 없이 전달한 것이다. (각 질문 후단에 의뢰인 닉네임 기재)

 


 

대근 : 다소 어려운 질문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GTX 970의 스펙 오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는데, 소위 ‘잘못 알려졌던’ 최초의 스펙이 실제로 미디어 샘플에 적용되었을 가능성(=리테일 제품의 스펙이 예고 없이 하향되었을 가능성)에 관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많은 독자들)

 

엔비디아 코리아 기술담당자(이하 엔) : 우선 팩트를 말하자면, 리뷰용 GTX 970 레퍼런스 미디어 샘플은 어디에도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미디어 샘플이 리테일보다 더 높은 스펙이 적용될 이유도 없고 그렇지도 않습니다. 물론 사내에는 당연히 레퍼런스 샘플이 있으며, 이 제품 역시 테스트 결과 현재 리테일 제품들이 보이는 것과 동일한 동일한 메모리 성능을 보입니다. 즉, 완전히 동일한 제품입니다.

 

우리가 레퍼런스를 미디어에 제공하지 않은 이유는 ‘실제로 판매될 제품’ 중심으로 리뷰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GTX 750 Ti, GTX 960 등과 마찬가지로 GTX 970은 포지션 자체가 실제로 많이 판매되는 가격대에 위치합니다.

 

대근 : 최초 ‘잘못 알려졌던’ 스펙에 근거해 GTX 970을 구매했으나 이후 정정된 스펙에 실망하게 된 사용자가 있다면, 그들을 위한 보상책이 고려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독자들)

 

 : 사용자들의 구매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스펙은 홈페이지에 게시된 것입니다. 이것은 CUDA코어 개수, 메모리용량 등이며 말씀하시는 스펙이 ROP 갯수, L2캐시 용량 등이라면, 이것은 웹사이트에 공개되는 스펙은 아닙니다. 단지 리뷰어들로 하여금 참고할 수 있게 작성되었던 자료입니다. 이 자료의 작성 당시 엔지니어링 팀과 마케팅팀 간의 소통이 잘 되지 않은 것, 그것이 팩트입니다.

 

GTX 970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임용 그래픽카드로써 GTX 970의 가치는 게임성능으로 말해지는 것이고 지금까지 나온 벤치마크 결과가 그 가치를 증명합니다. ROP 개수, L2캐시 용량 등의 스펙 데이터는 리뷰어들을 위한 참고자료 정도의 의미입니다. 물론 이것을 제때 걸러내고 설명하지 못한 것은 바로잡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별도의 보상 정책이 나온 것은 없습니다.

 

대근 : 얼마 전 노트북에서 G-Sync를 모듈 없이도 적용할 수 있는 드라이버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향후 G-Sync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복선인지요? ("라이즈냥이")

 

 : G-Sync는 노트북과 데스크탑의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가 다릅니다. 노트북은 인터페이스에 따라 어느 정도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할 수 있지만 데스크탑은 모듈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합니다. G-Sync 모듈에는 프레임 싱크뿐만 아니라 그것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기능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향후 추가 지원하게 될 기능도 모듈의 존재를 전제로 할 수 있습니다.

 

대근 : 콘솔-PC 사이의 게임 이식에 관해 엔비디아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스팀비비난민")

 

 : 최근 공개한 것처럼 언리얼엔진에 엔비디아 게임웍스가 탑재되어 게임 개발자가 보다 쉽게 화려한 그래픽을 게임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피직스 소스코드도 공개하여 CPU, APU만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도 게임에 피직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도움을 주신 이용덕 지사장님, 이선희 이사님, 김선욱 부장님, 박현정 차장님, 그 외 엔비디아 코리아 및 코콤 관계자분들, 그리고 OCLAB의 김해오름님 및 다른 식구분들께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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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위젯은 티스토리의 크라우드펀딩 시스템인 '밀어주기' 위젯입니다. 100원부터 3000원까지의 범위 내에서 글쓴이에게 소액 기부가 가능합니다. 사견으로는 이러한 형태의 펀딩이야말로,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이해관계자로부터 독립된 벤치마크가 지속가능해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작성한 글이 후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신다면 밀어주기를 통한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물론 글을 '가치있게' 쓰는 것은 오롯이 저의 몫이며, 설령 제 글이 '후원할 만큼 가치있게' 여겨지지는 못해 결과적으로 후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독자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란 건 너무 당연해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저는 후원 여부와 관계없이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분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