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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 Column/ict_lec_col

애플 SoC의 모든 것 : A6부터 A9까지


Author : Jin Hyeop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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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SoC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것은 아이패드의 A4 칩이었습니다. 물론 애플은 '직접 설계한' 칩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매우 넓은 의미였습니다. 아이패드, 아이폰 4에 탑재된 A4칩은 물론 아이폰 4s, 아이패드 2, 뉴 아이패드에 탑재된 A5칩 역시 그 CPU에 사용된 마이크로아키텍처는 ARM에서 설계되었고, 실제 칩의 제조는 삼성이 맡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칩 설계'에서 애플이 담당하는 분야는 원하는 성능을 고르는 정도였습니다. (어떤 칩들을 조합할 것인지, 어떤 ISP를 넣을 것인지 등)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이폰 5 발표 당시 애플은 A6칩을 같이 발표했습니다.(A4 때부터 아이패드에 새 SoC가 먼저 들어가던것과는 달리 A6칩부터는 아이폰에 최신의 SoC 칩이 먼저 장착됩니다.) 당시 애플은 A6칩의 CPU 성능이 기존의 A5칩에 비해 2배 빠르다고 소개했습니다. 당시 A5 SoC의 CPU는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던 Cortex A9이었습니다. 단순한 클럭 향상만으로는 2배의 성능향상은 불가능했기에 당시 애플이 어떤 식으로 성능향상을 이루어냈는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일부 매체들은 애플이 쿼드코어 Cortex A9을 장착했을 것이라고 짐작했고 또 다른 일부는 Cortex A15를 장착했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아난드텍의 경우 최초에 후자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두 주장 모두 문제가 있었습니다. 애플은 A6를 발표하면서 다이 사이즈가 22% 줄어들었음을 밝혔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45nm 공정에서 32nm 공정으로 이행함으로서 얻은 이득 중 일부입니다. 여기서 쿼드코어 Cortex A9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당장 그래픽 프로세서가 기존에 비해 더 커진 디자인을 채택했는데 여기서 쿼드코어 Cortex A9을 사용했을 경우 다이 크기를 22%나 줄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올라오기 시작한 벤치마크 역시 A6의 CPU가 듀얼코어 CPU임을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 어떤 회사도 Cortex A15를 탑재한 SoC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Cortex A15는 특성상 전력소모가 커서 당시 미세공정으로는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두 주장 모두 하나씩 아귀가 맞지 않는 면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전말이 밝혀졌습니다. 애플이 ARM에서 직접 명령어 셋 호환 CPU 설계 라이선스를 취득하여 자신들만의 커스텀 CPU를 설계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애플이 최초로 커스텀 설계한 스마트폰 CPU인 Swift입니다.


1. 애플 최초의 커스텀 CPU : Swift (관련 아난드텍 리뷰 번역 바로가기)

Swift는 애플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자사의 커스텀 CPU를 설계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회사는 흔치 않습니다. 당장 세어 봐도 IBM, 인텔, AMD, 퀄컴, ARM 등 손에 꼽을 만 합니다. 게다가 이들 업체 중 실리콘 레벨에서부터 운영체제, 하드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는 업체는 애플이 유일합니다. 이 시점부터 애플이 iOS 기기에서 진정한 의미의 엔드 투 엔드 설계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제한이 언제까지고 iOS 기기 안에서만 머물라는 법은 없습니다. 애플은 인텔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패를 손에 한 장 더 쥐게 된 셈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글 말미에 언급하도록 하고 Swift로 돌아가 봅시다.


Swift는 Cortex A9과 Cortex A15의 가운데 쯤에 있는 형태입니다. 프론트엔드는 Cortex A15 수준으로 확장되었지만 백엔드부는 Cortex A15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소합니다. 단순 연산유닛의 수만 보면 오히려 Cortex A9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연산유닛에 할당하는 발행 포트 수 자체를 늘림으로서 일반적인 워크로드에서 Cortex A9에 비해 큰 폭의 성능향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위 그림은 아난드텍이 각 아키텍처의 형태를 알아보기 쉽도록 도식화 해놓은 것입니다. 애플은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적당히 확장시킴으로서 충분한 성능향상을 이끌어냈지만 동시에 연산유닛 자체의 확장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서 전력소모 증가분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Swift 아키텍처를 Cortex A15와 퀄컴의 Krait 400과 비교해 보면 이런 경향성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IYD의 '모바일 SoC의 모든 것' 참조) 



위 표는 시장에서 Cortex A9을 대체한 마이크로아키텍처들을 비교한 것입니다. Swift가 비교의 기준점이며 애플 아이패드 4에 탑재된 A6X의 CPU 성능입니다. Cortex A9의 경우 애플 아이패드2에 탑재된 A5칩이 기준이며 Cortex A15는 갤럭시 S4에 탑재된 Exynos 5410의 Big 코어이고 마지막으로 Krait 400의 경우 스냅드래곤 801의 Big 코어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모든 자료는 IYD의 '모바일 SoC의 모든 것' 에서 발췌했으며 각 이상 성능은 단일 코어에 Swift를 1.00으로 두고 나머지를 상대적인 성능비로 나타내었습니다. Geekbench 점수는 역시 싱글코어 점수를 활용했으며 앞쪽이 실제 Geekbench 점수이고 괄호안에 들어간 숫자는 역시 Swift의 점수를 1.00으로 뒀을 때 각 점수를 상대점수화 시킨 것입니다.

위 표와 그에 근거한 분석은 각 아키텍처의 특징을 대략적으로 비교하는 데 그 목적이 있고, 여기에 사용된 계산방식은 매우 단순하고 동시에 엄밀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CPU의 성능을 단순히 Geekbench라는 단일 벤치마크 툴로 판별하는 것 역시 완벽하지 못합니다. 즉, 아래 분석을 읽으실 때는 이런 점을 감안해 주시고 대략적인 경향성만을 따라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위 표를 보면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ortex A9은 나머지 세 마이크로아키텍처에 의해 대체되는 경우이므로 당연히 성능이 가장 낮습니다. 주의깊게 봐야할 것은 Swift와 Krait 400 그리고 Cortex A15의 비교입니다. 일단 클럭을 동일하게 맞춰줬을 때 Swift와 Cortex A15의 성능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Krait 400의 경우 이 아키텍처들에 비하면 클럭당 성능 자체는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클럭이 상승하는 만큼 완벽히 성능 스케일링이 되지 않으므로 클럭당 성능 자체는 Cortex A15 > Swift > Krait 400순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실제 측정된 벤치마크 결과값을 놓고 보면 좀 독특한 양상이 나타납니다. Cortex A15를 제외한 나머지 아키텍처들의 실 성능이 그들의 이상성능값과 상대적으로 잘 맞아들어가는 가운데 Cortex A15만이 엄청난 괴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자기보다 클럭이 낮은 Swift보다 성능이 낮아졌습니다.) 즉, 모바일 기기에서의 제한된 전력, 발열량 때문에 원래 아키텍처가 가진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Exynos 5410과 스냅드래곤 801의 경우 애플의 A6이 32nm 공정으로 제조된 것과 달리 28nm 공정으로 제조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Cortex A15가 스마트폰에 적합하지 않은 아키텍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장에 나온 시기적으로도 Swift가 가장 빨랐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당시 Swift는 애플에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그 이후에 나온 자신의 경쟁자들과 비교해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애플은 Swift라는 독자 설계한 코어를 출시함으로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다음에 소개드릴 것에 비하면 작은 파장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13년 9월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머지 제조사들은 각각 Cortex A15와 Krait 400을 채택함으로서 애플을 맹추격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폰 5s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애플은 늘 그랬듯이 새 아이폰에 들어갈 새 SoC를 발표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었듯이 그 이름은 A7 칩이었습니다. 하지만 칩의 성능은 사람들의 예상 궤도에서 멀찍히 벗어나 있었습니다. 애플은 또다시 그 CPU 성능이 2배 향상되었다고 발표했으며 A7칩을 최초의 64비트 모바일 프로세서라고 소개했습니다.



2. '데스크탑 클래스' 모바일 아키텍처 : Cyclone (관련 아난드텍 리뷰 번역 바로가기)

Cyclone은 애플의 두 번째 모바일 아키텍처입니다. A7칩이 발표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당연히 A7칩이 발전된 Swift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코어 수를 늘리거나 클럭향상을 통해 성능향상을 꾀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출시된 이후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Cyclone 아키텍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진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난드텍마저 아이폰 5s 리뷰 - 아이패드 에어 리뷰 - 최종 Cyclone 아키텍처 정리기사를 거치며 계속 말이 바뀌었습니다. 결국은 A7칩이 발표되고서야 한참 지난 시점에서야 Cyclone 아키텍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Cyclone는 기존에 시장에 존재하던 ARM 기반 칩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CPU입니다. ARM 진영에서 최초로 ARMv8 명령어 셋을 운영하는 CPU이기 때문인데 ARMv8은 ARMv7에 존재하던 구시대적인 부분을 완전히 개량하여 만들어졌으며 64비트로 구동됩니다.


애플은 Cyclone 아키텍처를 발표하면서 이를 '데스크탑 클래스' 마이크로 아키텍처라고 소개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애플을 비웃었습니다. 모바일 아키텍처에서 성능이 좋아졌다는 말을 홍보문구로 포장한 것 정도로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Cyclone 아키텍처의 세부 구성을 살펴본다면 이것이 절대 과장된 표현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Cyclone 아키텍처는 진정으로 '데스크탑 클래스'의 아키텍처입니다.


위 그림은 아난드텍이 Cyclone 아키텍처와 인텔의 하스웰 아키텍처를 도식화한 것입니다.(인텔의 경우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로 나눠진 그림을 제가 이어붙여 두었습니다. 그림만 보셔도 한 눈에 알아보실 수 있겠지만 위에서 소개드렸던 모바일 CPU들과 비교했을 때 Cyclone은 매우 넓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직전 세대 CPU인 Swift와 비교해봤을 때도 프론트엔드, 백엔드 공히 2배 이상의 확장이 가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더 놀라운것은 Cyclone 아키텍처는 당시 인텔의 최신 아키텍처였던 하스웰에 비할 만 합니다. x86 프로세서와 ARMv8 프로세서를 1:1로 비교하는 건 어렵지만 현대 프로세서의 내부 처리는 RISC와 CISC가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지므로 이런 식의 비교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위 표는 Swift, Cyclone, Haswell 세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대략적으로 비교한 것입니다. Cyclone은 프론트엔드라 할 수 있는 이슈 폭이 Swift에 비해 2배로 늘었으며 하스웰과 맞먹습니다.(1개의 Complex 디코더는 1-4개의 마이크로옵을 발행할 수 있음) 백엔드부분 역시 비순차 실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재정렬 버퍼(ROB)의 크기가 4배 이상 확장되었으며, Swift의 대기소 크기는 알려져있지 않지만 역시 크게 확장되었을 것입니다. 또 Cyclone 아키텍처는 총 발행 포트가 9개가 존재하는데 각각 정수연산, Load/Store, 부동소수점 연산에 4개, 2개, 3개가 할당되어 있습니다. 총 발행 포트만으로 보면 하스웰의 이슈포트보다도 하나가 더 많습니다. 비순차 실행은 명령어 레벨의 병렬성을 하드웨어 레벨에서 찾는 작업이고 이를 구현하는 회로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과거 넷북에 들어가던 시절 아톰은 이런 비순차회로의 특성때문에 소형화, 저전력화를 위해 순차실행 방식을 채택했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명령어 대기소의 경우 이슈 포트의 갯수와 담아둘 수 있는 마이크로옵의 갯수의 제곱에 비례하여 그 복잡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모바일기기의 특성상 인텔이 채택한 형태의 통합 대기소가 아닌 정수, 부동소수점, Load/Store을 분리한 대기소 형태를 채택했습니다. 대신 각 대기소에 연결된 발행 포트 수가 줄어들었으므로 그 크기를 충분히 늘릴 수 있었기 때문에 양 쪽에 장단점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아키텍처를 논문 등을 통해 공개하는 인텔과 달리 애플은 아키텍처의 세부사항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이상의 심화적인 분석은 현 단계에서는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분석을 통해서도 Cyclone 아키텍처가 '데크스탑 클래스' 아키텍처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는 사실은 알 수 있습니다.


ARMv8로의 이행 과정에서 애플이 가지는 장점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엑시노스는 갤럭시 노트4에 이르러서야 ARMv8로 이행했고 퀄컴 역시 스냅드래곤 810/808에 이르러서야 ARMv8로 넘어왔습니다.(그마저도 폭망했죠) 거의 애플과 타 업체들간에 1년 가까운 갭이 있는데 이는 애플이 실리콘으로부터 운영체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설계하기 때문에 얻은 이득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애플은 iOS 개발환경을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개발자들이 Xcode를 사용해 자신의 앱을 작성하고 컴파일하고 앱스토어에 등록합니다. 애플은 아이폰 5s 발표와 동시에 완전히 64비트로 구동되는 iOS 7과 64비트 앱을 컴파일 할 수 있는 컴파일러를 배포했습니다. 개발자가 할 일은 자신의 프로젝트를 그냥 다시 한 번 컴파일 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전격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ARMv8 CPU를 채택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그때도 갤럭시 노트4 같은 제품은 ARMv8기반의 칩을 사용했지만 64비트 지원이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애플은 자신의 생태계 내에서 무소불위의 통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신기술 채택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변화가 iOS 안에 갇혀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어김없이 2014년에도 애플은 새 아이폰과 거기에 들어갈 새 SoC를 발표했습니다.



3. Cyclone 2.0 : A8 SoC (관련 아난드텍 리뷰 번역 바로가기)

애플은 A8 칩을 소개할 때 CPU 성능이 25% 향상되었다고 말했습니다. A5, A6, A7 칩들 모두 지난 세대 칩들에 비해 CPU에서 거의 2배에 가까운 성능향상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25%란 수치는 초라해 보입니다. 애플도 매년 CPU 성능 2배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해 왔으나 A8 칩을 탑재한 기기들은 오리지널 아이폰 대비 50배 이런 식으로 광고 문구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미리부터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Cyclone의 아키텍처 넓이는 하스웰의 그것과 맞먹습니다. 즉, 모바일 CPU에서 더 이상 아키텍처를 확장하기가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원래 애플은 생산 측면에서 완전 최신의 기술을 채택하는 데 상당히 보수적인 회사입니다. 애플은 가급적이면 시장에서 성숙된 기술을 사용하여 생산비용을 줄이고 리스크 역시 줄이는 데 능통한 회사입니다. 당장 SoC만 해도 그 당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신 공정이 아닌 한 세대 전의 공정을 사용하기 일쑤였습니다. 삼성 등의 경쟁자에 비해 최신공정으로의 이동이 항상 한 발씩 늦었었지요. 하지만 애플은 A8칩을 20nm 공정에서 생산함으로서 모바일 SoC 시장에서 20nm를 사용한 최초의 회사 대열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애플이 더 이상 아키텍처의 개혁을 통해 성능향상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반도체 미세공정의 초기에는 수율이 떨어지게 되고 그만큼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애플이 이런 비용상승을 감안하고서라도 공정이동을 단행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A8칩은 마이크로아키텍처 자체에는 큰 변화가 가해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A7의 CPU를 A8과 같은 클럭으로 스케일링 했을때 대략 8% 정도의 성능향상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일부 연산 유닛의 레이턴시 감소와 개선된 L3 캐시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애플은 A8칩을 설계하면서 칩의 스로틀링 특성 역시 개선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우리가 Swift, Cyclone에서 본 급격한 변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A8세대에서 큰 성능향상은 아이폰이 아닌 아이패드에서 있었습니다. 아이패드 에어2에 탑재된 A8X 칩은 애플이 정말 오랫동안 고수하던 듀얼코어 체제를 벗어나 트리플 코어로 진입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서 아이패드 에어2는 성능향상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아이패드 에어2의 연산 성능이 2011년 출시된 맥북에어와 맞먹는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Geekbench 점수 기준) 공교롭게도 애플 라인업에는 2011형 맥북에어와 성능이 맞먹는 또다른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인텔의 코어 m을 장착한 뉴 맥북입니다. 물론 아직 그 성능을 100% 따라간 것은 아니지만 인텔은 코어m을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공정에서 뽑아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올해 애플의 아키텍처가 삼성의 14nm FinFET 공정으로 이행한다고 했을 때 코어m과의 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입니다.(게다가 그래픽 연산의 경우 그 경향이 더 심합니다.)


A8 아키텍처 자체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20nm 공정으로의 이행은 기대보다 누설전류를 많이 못 잡아냈고 그 결과 A7에 비해 큰 성능향상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다만 14nm FinFET 공정으로 이행할 A9칩에서는 추가적인 성능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4. 애플은 어디로 갈 것인가 : A9 칩 성능예상

이 글을 처음 기획한 때는 대략 한달 전이었고 사실 이 글의 가장 주요한 부분을 여기로 잡고 기획을 했습니다만... 여러 사정이 겹쳐 애플 발표회를 눈앞에 두고서야 이 부분을 쓰고 있습니다.(발표회 시점 전에는 써야 했기에...) 원래는 지금까지 애플이 취해온 스탠스를 기반하여 A9 칩의 성능을 예상해보는 코너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A9 칩에 대한 루머들이 다 돌아버린 관계로 루머를 대략 정리하는 정도로 해볼까 합니다.


일단 모든 루머는 A9이 기본적으로 삼성의 14nm FinFET 또는 TSMC의 16nm FinFET+ 공정으로 제조된다고 합니다. TSMC의 경우 16nm FF+ 공정일 경우 삼성과 성능상에서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그리고 둘다 인텔의 14nm 공정에는 못 미치는 수준) 어쨌든 두 경우 모두 공정의 미세화와 평면공정이 FinFET 공정으로 이동한다는 것 자체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는 최악의 경우에도 A7에서 A8로의 이행보다는 큰 수준의 성능향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루머는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현행 듀얼코어 체제를 유지하면서 클럭을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A8X처럼 트리플코어를 도입한다는 것 마지막은 빅-리틀 쿼드코어 체제로 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때 빅-리틀의 마이크로아키텍처가 다른 게 아니라 각각 다른 클럭을 가진 개량 사이클론 코어를 2개씩 활용한다는 것이 루머의 요지입니다. 


각 루머를 알아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A9칩은 사이클론 코어를 조금 개량한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채택할 것이고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성능향상은 A7에서 A8로 이행하는 수준일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이클론 코어는 이미 모바일 환경에서는 거의 최대한으로 넓어진 아키텍처로 볼 수 있고 여기서 아키텍처의 확장으로 엄청난 IPC 증가를 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보입니다. 대신 아키텍처 세부적인 장치 추가등을 통해서 조금의 IPC 상승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A7에서 A8로 이행할 때 약 8%의 향상이 있었으므로 이번에도 이 정도 향상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가정합니다) 또 2GB LPDDR4 메모리가 채택될 걸로 예상되어 메모리 대역폭의 확대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성능향상도 있을 것입니다. 또 유출된 아이폰 6s와 아이폰 6s+에 탑재될 배터리 용량이 소폭 감소했으므로 애플이 전력소모량을 늘리지 않았을 것이라 가정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정을 기본으로 세 가지 루머를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현행 듀얼코어 체제의 유지입니다. 현행 듀얼코어 체제를 유지하면서 14nm로 얻은 전력이득으로 전력소모를 줄이고, 동시에 클럭을 올림으로서 성능향상을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이 자사 14nm 공정을 소개할 때 동일한 전력소모상에서 얻을 수 있는 성능 이득이 20%라고 했으니 이를 그대로 클럭스피드로 환산해보면 대략 1.7Ghz 정도의 코어클럭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메모리 대역폭의 확대, 아키텍처 개선으로 얻을 것이라 추정되는 성능값을 취해보면 대략 30 - 35% 정도의 성능향상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트리플코어로의 이행입니다. 이 경우 코어 수가 하나 늘어난 만큼 코어클럭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에는 대략 1.5Ghz 정도로 클럭이 설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A9칩이 아이폰에서 트리플코어로 이행한다면 인텔의 터보부스트처럼 활성화된 코어갯수에 따라 가변클럭이 설정되어 있다던가 하는 설정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에는 위와 같이 아키텍처 개선, 메모리 대역폭 확대 등을 감안하면 거의 70%에 달하는 성능 증가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경우 아이패드 에어 라인업에 들어가는 SoC가 A9X가 아니라 A9이 되겠죠. 예전에도 애플이 이런 패턴으로 자사 SoC를 운용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A6와 A6X로 나눠져있던 SoC를 A7으로 통합한 겁니다. 애플의 SoC에서 X가 들어가는 경우 크게 그래픽, 메모리 대역폭(A8X의 경우 엑스트라 코어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중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중 하나가 메모리 대역폭 부분인데 A5X, A6X의 경우 LPDDR2 메모리 접속 버스를 두 배로 늘려서 원하는 대역폭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A7으로 접어들면서 LPDDR3를 채택했고 쿼드 채널로 메모리 접속 버스를 늘리지 않아도 기존에 원하던 메모리 대역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했던 요소 중 하나인 메모리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다시 단일 설계로 복귀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아이패드 라인업은 애플도 아직 감을 잘 못 잡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기존 단일 아이패드 체제일때는 별 고민거리가 없었지만 아이패드 미니가 출시되면서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 라인업을 어떤 식으로 두어야하는지(어디가 사업 중점인지)를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초 아이패드 미니는 두 세대 전의 아이패드와 동일한 스펙시트를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 2세대는 당시 아이패드와 동일 세대 SoC를 장착했고, 3세대의 경우에는 아이패드 에어2가 A8X라는 몬스터 칩을 달고 훅 지나가버렸는데 여전히 이전세대의 칩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애플의 교통정리가 어떻게 될지는 비교적 명확해집니다. 아이패드 미니 4세대는 한 세대 전의 칩인 A8을 장착할 것이고 아이패드 에어는 LPDDR4가 장착되면서 A8X와 맞먹는 메모리 대역폭 확보가 된 A9를 장착하고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A9X가 아이패드 프로에 장착된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 애플의 입장에서 아이패드 미니는 계륵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상술한 애플의 아이패드 라인업 실험에서 애플이 어떤 결론을 얻었는지는 작년 아이패드 라인업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애플이 9.7인치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에 각각 힘을 실어줬을 때 시장반응을 분석해보니 아이패드 사업의 중점이 9.7인치 아이패드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물론 애플의 대화면 아이폰 역시 이런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겁니다. 그리고 루머처럼 아이패드 프로가 출시된다면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에 현재 정체된 아이패드 시장을 넓히는 임무를 부여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아이패드 프로는 기존의 아이패드에 비해 확실한 차별점을 줄 필요가 있을 겁니다. 이 차별점 중 하나가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될 SoC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코어 m이 들어간다는 루머와 A9X가 들어간다는 루머가 혼재하는데 개인적으로는 A9X쪽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세 번째는 쿼드코어로의 이행입니다. 이 루머는 사이클론 코어 네 개를 이용해 각각 작동클럭을 조절하여 빅리틀 코어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게 주 요지인데, 사실 세 가지 루머중에 가능성이 가장 낮다고 봅니다. 사이클론은 모바일 CPU 중에 코어크기가 크기로 유명하고 애초에 저전력 다중코어를 목표로 만들어진 형태가 아닙니다. 과연 애플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 다이 크기 증가를 그렇게 뚜렷한 이득도 없이 가져갈 거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지금 아이폰의 열발산 능력으로는 사이클론 네 개 코어가 동시에 돈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물론 애플이 아닌 다른 기업이면 그런 식으로 설계할 수 있겠지만, 넘치는 성능조차 지양하는 애플의 특성상 가장 비현실적인 루머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각 루머에 해당하는 글의 양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사실 두 번째 루머에 힘을 주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이 글을 한달 전에 썼다면 좀 더 강하게 두번째 루머를 밀어붙였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애플의 행동양식이나 아이폰 s라인이 전통적으로 보여왔던 큰 폭의 성능향상, 그리고 아이패드까지 라인업 정리가 가장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나오는 루머들은 첫 번째 시나리오인 듀얼코어의 유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아이폰의 CPU 성능이 부족하여 아이폰에서 할 수 없는 작업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이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로 보입니다. 하지만 엔드유저로서의 저는 막연히 두 번째 시나리오인 트리플코어 A9 칩을 기대해 봅니다.


5. 앞으로의 전망 : Back to the PC

지난 수 년간 PC 시장의 성능향상은 매우 더뎌져 있습니다. 그에 반해 모바일은 스마트폰 붐 이래 매년 엄청난 발전속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기존엔 시장크기가 작아 투입되는 자본규모 자체도 적고 시장성 때문에 제조공정 역시 최신의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PC가 지난 십수년간 차곡차곡 이뤄왔던 발전을 모바일은 매우 짧은 시간에 축약적으로 겪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바일 SoC는 최신의 PC CPU를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아키텍처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공정 역시 기존에 인텔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차이를 거의 다 줄여냈죠.(AMD는 이미 잡았구요 ㅠㅠ) 이제는 모바일 SoC의 성능 증가율이 PC CPU의 그것에 점차적으로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획기적인 신기술(모바일 기기의 단위시간당 열 처리량을 늘린다던가, 대단한 신공정이라던가) 없이는 이제 모바일 시장에서도 지난 수 년간의 엄청난 성능향상을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다르게 해석하면 현재 모바일 SoC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ARM 기반 프로세서들이 지난 수십년간 개인용 컴퓨팅을 지배했던 x86에 대해 충분한 경쟁력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최근 인텔이 스마트폰에 자사 프로세서를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에 인텔의 자리는 없습니다. 인텔이 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2012년, 늦어도 2013년 시점에서는 이미 시장에 침투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인텔이 이 시장에 진입한다 한들 기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프로세서들에 비해 제공할 수 있는 월등한 장점이 없습니다. 물론 이는 ARM 진영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인텔이 꽉 잡고 있는 기존의 개인용 컴퓨팅 시장에는 ARM 프로세서를 위한 자리가 없죠. 


이 구도를 깰 수 있는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가 바로 애플입니다. 애플은 칩 설계, 운영체제의 설계, 개발환경의 통제 등을 모두 이루고 있는 유일한 기업입니다. 여러분들은 애플이 PowerPC에서 인텔로 전환했던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대부분의 전문가가 불가능이라 말했던 그 스위칭을 애플은 매우 깔끔하게 이뤄냈습니다. 이것 역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설계하기에 가능했던 일인데 지금의 애플은 그때보다 훨씬 그 수준이 높아져 있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가장 거부감 적게 그 양 쪽을 스위칭 할 수 있는 포지션의 제품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뉴 맥북과 아직은 루머상의 제품인 아이패드 프로가 바로 그것입니다. 뉴 맥북의 경우는 전문가들에게는 서브컴, 매우 캐쥬얼한 사용 패턴을 가진 사람에게는 메인 PC로 활용될 수 있는 물건입니다. 애플이 뉴 맥북에 자사가 설계한 ARM 기반 코어를 투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이제는 성능상으로 기존의 인텔칩에 뒤쳐지 않는 코어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운영체제는 당연히 애플이 제공할 것이고 OS X의 대부분의 서드파티 앱 역시 애플이 새로 제공한 컴파일러를 이용해서 리컴파일 하는 수준으로 구동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설계된 뉴 맥북은 기존의 것에 비해 가격을 충분히 낮출 여지가 있을 것이고 이는 인텔의 코어m 가격책정에도 영향을 주어 전체 시장에 긍정적인 영항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위에 기술한 내용은 애플이 극단적으로 저런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당장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단지 이런 사실만으로도 애플은 인텔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붐으로부터 시작된 모바일 SoC의 발전이 만들어낸 여파가 이제 굳건하던 PC 시장의 x86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수 년 전 애플의 한 이벤트 제목이 떠오릅니다. 'Back to the Mac'. 저 캐치프레이즈를 조금만 비틀어 글을 맺고자 합니다. 'Back to the 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