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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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적 관점에서 롯데홀딩스 지분 싸움은 대단히 흥미로운 사례이다. 이 사건 이전까지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롯데홀딩스의 '숨은 지주사' 광윤사 지분 50%+1주를 확보하며 단숨에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장악하게 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한편 개인주주 자격으로도 이미 1.62%의 지분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29.72%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대주주 (stockholder) 이자 이해관계자 (stakeholder) 가 되었다. 반면 신동빈 롯데 회장의 개인 지분은 1.4%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 회장측의 승리연합 (winning coalition) 은 대단히 복잡한 구성을 보인다. 순환출자로 연결된 계열사/재단 몫의 지분을 제외하더라도 임원지주회(6%), 관계사(20.1%), 종업원지주회(28.1%) 가 참여하는 4자 연정을 이끌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이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행위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승리연합은 상식적인 선에서 불안정하다. 반면 신동주측은 자력으로 30%에 육박한 지분을 갖고 있기에 현 승리연합의 가장 약한 고리를 끊어내는 것만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최소승리연합 (minimum winning coalition) 구성의 관점에서 보면 신동주측이 유리한 대목이 보다 명확해진다. 현 승리연합의 유지를 위해 적어도 4자 이상이 연대해야 -그러고도 과반을 겨우 넘는 수준(1.4% + 6% + 20.1% + 28.1% = 55.6%)에 그치고 있지만- 하는 것과 달리, 신동주는 제2주주인 종업원지주회와 연대할 경우 단숨에 57.82%를 장악하게 된다. 따라서 일차로 중요한 것이 종업원지주회의 의중인데, 현실에서는 좀더 복잡하겠지만 순수하게 게임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종업원지주회의 입장에서 현상유지보다도 신동주와 손을 잡는 게 단연 이득이라 할 수 있다. 승리연합을 더 적은 행위자와 구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종업원지주회의 시각에서 어느 편을 들 것인가를 좌우할 요소로, 그들이 가담할 승리연합 내 행위자 수를 제외하고도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은 자신들이 해당 승리연합의 구성에 있어 '얼마나 불가결한가' 라는 점이다. 일단 신동빈측에게 종업원지주회의 필요성은 가히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종업원지주회가 이탈하면 단숨에 현 승리연합의 과반이 깨진다) 신동주측 역시 그에 걸맞는 성의를 보여야 하리라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변수가 더 있다. 바로 승리연합을 구성하는 제3의 길이다. 이 경우에는 신동주측의 '종업원지주회 없는' 과반 구성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신동빈측은 이 가정이 필요없는 것이, 종업원지주회가 이탈하는 순간 과반 달성이 불가능해진다.


만약 종업원지주회만이 신동주-신동빈 양측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상황 (=종업원지주회를 제외하고 양 진영이 모두 과반에 미달하고, 종업원지주회를 제외하고는 그 균형을 누구도 깰 수 없는 상황) 과 종업원지주회가 아니라도 신동주와 손을 잡아 과반이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비교하자면 당연히 두 상황에 있어 종업원지주회의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후자의 경우에 종업원지주회가 신동주와 손을 잡지 않고, 신동주측이 제3주주와의 연대로 과반을 달성한다면 이는 종업원지주회측의 '실각' (=승리연합에서의 배제) 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플레이어라면 제3주주가 신동주의 손을 잡기 전에 미리 신동주와 손을 잡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승리를 꾀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제3주주 역시 현 승리연합 내에서 '4자 중 1'이 되기보다 신동주와 단독으로 손을 잡는 시나리오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제2주주와 제3주주간에 '누가 먼저 신동주와 손을 잡나' 레이스가 벌어질 가능성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가장 크다. 이 대목에 현 승리연합의 취약점이 있다. 마침 롯데홀딩스의 제3주주군을 형성하는 관계사들의 지분 총합은 20.1%로, 이들과 신동주가 연대시 49.82%로 재적 과반에는 미달하나 소액주주 중 단 0.36% 만이라도 불참하는 순간 출석 과반이 확실시된다. 종업원지주회로서는 이 순간까지 신동빈 회장을 해바라기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차라리 신동주측이 우호지분을 늘려가는 어느 시점 -단, 이미 과반이 확실시되어 누가 봐도 '숟가락 얹기'로 보일 만큼 시간이 지난 뒤라서는 또 안 된다- 에 적당한 명분 하에 간접적인 방식 -예컨대 의결권 행사를 포기하는 식- 으로 신동주측을 측면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시나리오를 깨고 현 승리연합이 유지되는 방법은 단 하나, 신동빈 회장이 연합 내 행위자들의 잠재적 갈등과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을 '신의 컨트롤' 로 중재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신동주 역시 이들을 빼내기 위해 비슷한 중재안을 제안하게 될 것이고, 가령 종업원의 처우에 관한 획기적인 공약이 제시되거나 롯데가 창립 이래 거의 주주배당이 없던 것에 비추어 대규모의 배당을 약속한다 하더라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와 비슷한 사례가 2005년 독일 연방의회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슈뢰더 총리의 사민당은 총선에서 원내 과반의석을 상실했는데 새로운 원내1당인 기민-기사련에 불과 4석 뒤진 222석이었고, 기민-기사련은 226석으로 1당이 되었지만 여전히 과반에는 미달했다. 당시 슈뢰더 정부는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었고 여기에 한두 군소정당을 끌여들어 3~4당 연립을 성사시키면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었다. 마침 원내 3, 4당인 자민당과 좌파당은 사민당과 우호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연립정부를 구성한 것은 과거의 여당이었던 사민당과 야당이었던 기민-기사련의 여야 대연합이었다. 차기 정부가 '신호등 연정' (사민-자민-녹색당의 상징색인 빨강-노랑-녹색을 빗댄 것) 이 될 것인가 '적적녹', '적적황녹 연정' (이상 사민-좌파-녹색, 사민-좌파-자민-녹색) 이 될 것인가 정도를 논하던 게임이론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벽히 뒤집은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롯데의 사례와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어떤 행위자가 킹메이커 노릇을 하게 되든, 그리고 누가 킹이 되든, 그에 이르는 모든 과정은 롯데의 기업가치를 조금씩 훼손하는 과정에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일이 아니었다면 상승하지 않았을 종업원의 인건비 지출이라든지 기업의 미래 사업에 재투자될 수 있었을 수익의 주주배당이라든지, 이 모든 하지 않을 수 있었을 지출은 넓게 보아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훼손의 중심에 다른 누구도 아닌 오너일가의 두 형제가 서 있다. 어쩌면 게임이론으로 끌어낼 수 없는,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는 가장 큰 승리연합은 이 둘의 화해와 연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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