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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 Column/ict_lec_col

위기의 엑시노스 : 자만할 때가 아니다

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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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간 무려 4개 제조사에서 차세대 AP 소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관련하여 올렸던 기사들을 한번씩 먼저 읽고 오시면 이 글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참고 1 : HiSilicon Kirin 950 (http://iyd.kr/845)
▶ 참고 2 : Qualcomm Snapdragon 820 (http://iyd.kr/849)
▶ 참고 3삼성 Exynos 8890 (http://iyd.kr/851)
▶ 참고 4 : Mediatek Helio X30 (http://iyd.kr/852)

 

이외에도 ARM에서는 초 저전력 CPU 아키텍처인 Cortex-A35를 새로 공개했으며, 애플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되는 A9X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듀얼코어임이 드러나며 또 한번 유저들을 뜨악하게 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삼성이 얼마나 애매한 위치가 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간 모바일 AP 시장의 경쟁구도는 개별 코어를 고성능화하는 흐름과 중성능 멀티코어화의 대결로 압축할 수 있었는데 이 양극화가 더욱 가속화되며 제조사들은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입장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고성능 단일코어의 선봉에 있던 애플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퀄컴도 Kryo로 그 대열에 합류했는데, 보수적으로 보아 스냅드래곤 820이 810 정도의 성능만 확보하더라도 코어 갯수 자체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을 생각하면 코어당 성능은 크게 올라간 셈입니다. 이렇듯 자체 아키텍처를 도입한 회사들은 뚜렷하게 '고성능 단일코어' 노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자체 설계여력이 없는 '범 중국계' 제조사들은 어떨까요. 예컨대 미디어텍은 자체 CPU IP가 없는 대신 물량 공세를 아주 제대로 펴고 있습니다. 그들은 첫 10코어 CPU인 헬리오 X20을 만들어낸 데 이어 후속작으로 예고된 X30에서는 코어 총수 자체는 동일하지만 big.LITTLE 중 big 부분을 무려 6코어로 늘려 성능을 엄청나게 끌어올렸습니다. big 클러스터가 Cortex-A72 듀얼코어인 헬리오 X20의 성능이 이미 엑시노스 7420을 상회할 것으로 제시되었으니 X30은 7420을 큰 폭으로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됩니다.

 

그렇다면, 삼성이 이 두 노선의 틈바구니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점이 의문으로 남습니다. 자체 설계역량을 크게 강화해 애플/퀄컴과 대적할 만한 고성능 아키텍처를 개발하거나, 그러지 못할 바엔 미디어텍처럼 물량공세를 퍼붓는 게 합리적이지만 최소한 엑시노스 8890만큼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문제입니다. 몽구스 아키텍처의 성능향상폭으로 제시된 전세대 대비 30%라는 수치는 사실 Cortex-A72가 A57보다 향상되는 폭보다도 오히려 작은 것입니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몽구스와 A72 모두 공통적인 프론트엔드 및 백엔드 대역폭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둘 사이의 뚜렷한 차이점으로 드러난 것은 없습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과거 Cortex-A15와 퀄컴 Krait 400/450 사이의 관계와 비슷한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모바일 AP를 성능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아가 SoC 전체를 프로세서 성능만으로도 평가할 수 없겠지만-, 삼성은, 예컨대 팹리스인 미디어텍이 단가 문제로 20nm 공정을 채택한 것에 비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사 파운드리가 있다는 점에서 분명 강점이 있는 회사이나 전략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퀄컴의 Krait 아키텍처는 상동 아키텍처인 Cortex-A15보다 성능이 뛰어나지는 않았으되 원래 모뎀 제조사이던 자사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AP+모뎀 원칩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한 세대 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삼성은 엑시노스 8890에 이르기까지도 원칩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on-die는 아니지만, 한 패키지 내에 별개의 칩을 패키징하는 SiP 형태의 원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그런 면에서, 설령 발열이라든지 예상한 만큼까지의 성능이 안 나올지라도 저는 오히려 퀄컴 스냅드래곤 820에 기대가 많이 됩니다. ARM 생태계의 주된 흐름을 벗어나 자신들의 "명확한 노선"을 드러낸 첫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스냅드래곤 820이 실패할지라도 Kryo가 고성능 단일코어 아키텍처로써 가능성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그 다음 세대에는 분명 성공의 발판이 되어 줄 것입니다.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혹 엑시노스 8890이 스냅드래곤 820보다 지금 당장의 좋은 성능으로 승리를 거둔다 하더라도 삼성은 그 달콤함에 도취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 역시 분명히 짚어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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