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불가능한 일

글쓴이: 이대근 (ㄷㄱ)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이 꿈에선 가능해지곤 한다.
그 반대의 경우는 없을까?


우리의 신경체계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의 다섯가지 감각을 인지할 수 있다.
앞의 세가지는 자극의 진원으로부터 인지기관인 뇌(또는 척수)에 이르는 경로가 명확하다.
달리 말해 '명확한' 경로를 거치기 전까지 자극의 원천과 인지기관은 단절되어 있다는 뜻이다.
촉각의 예를 들자면 온각과 압각은 각각 신경 말단으로부터 루피니/파치니소체를 통해 전달되며
청각은 음원에서부터 퍼져온 매체의 파동이 고막과 청소골을 울려 청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다.
광원 -> 수정체 -> 유리체 -> 망막 -> 시신경에 이르는 시각의 메커니즘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런데 미각과 후각만큼은 이런 경로의 매너리즘에 전적으로 부합한다고만은 볼 수 없는 것이어서
미뢰의 수용체에 "직접" 액상의 분자가 결합해야 달고 쓰고 시고 짠 맛을 아는 것이며
인후의 점막에 또한 "직접" 기체상태의 분자가 닿아야 냄새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꿈은 신체활동의 현실과 단절되어 오로지 인지기관인 뇌만의 fantasy를 재현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뇌는 신경활동의 파생물인 시각과 청각과 촉각을 거의 완벽히 모사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러한 자극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떠나 각 자극의 경로를 활성화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므로.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반사신경을 가진 사람이라도, 레몬을 상상하여 침을 흘릴 수는 있겠으나
미뢰의 수용체에 달라붙은 분자 없이 아무 실체 없는 맛을 구현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후각과 미각은 오직 실재하는 분자를 수용함으로써만 탐지되기 때문에.


아무리 꿈 속에서 내게 무소불위의 권력과 능력이 주어진다 해도 그뿐.
꿈 속의 나는 내 권능으로 말미암아 얻어진 전리품을 맛볼수도, 즐길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살아보니 전혀 fantastic하지 않은 현실이었지만
혹시 내일 열릴지 모를 현실의 만찬을 기다리며 또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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