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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pu_review

6코어로 돌아오다 : 인텔 샌디브릿지-E 리뷰 (7) (完)

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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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월간 smart PC사랑 2011년 12월호에도 수록되었습니다.)




14. Conclusion

지금까지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데스크탑 CPU로써 Sandy Bridge-E의 독보적인 위치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다만, 단순히 성능 그 자체만을 논하는 차원을 넘어 Sandy Bridge-E가 인텔의 로드맵 상에서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볼 때, Westmere-EP (Gulftown) 로부터 '톡'을 거쳐 새로 등장한 Sandy Bridge-E가 진정 성공한 CPU로 남기 위해서는 절대 성능 이외에도 충족해야만 하는 몇 가지 요건들이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그 요건들을 생각해 보도록 하죠.

과거 Penryn 시절, 인텔은 서버 제품군의 확장을 위해 Penryn 기반 6코어 모델인 Dunnington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Penryn의 '톡' 버전인 Nehalem 아키텍처가 소개되었는데, Nehalem 기반의 첫 CPU인 Bloomfield는 코어 갯수도 4개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6코어인 Dunnington과 비교했을 때 코어당 다이 사이즈도 그리 작지 않았습니다.
즉 동일한 45nm 제조공정 하에서, Penryn 아키텍처에 '톡'을 가한 Nehalem의 잠재적 위험 요소가 그대로 현실화된 것이죠.

그런데 Penryn에 비해 더 큰 코어당 다이 면적 & 더 높은 소비전력을 보인 Nehalem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진 이유는 단 하나, Bloomfield의 면적대 성능비가 Dunnington을 제칠 만큼 높았기 때문입니다.
즉 Nehalem 아키텍처의 면적대 성능비는 Penryn으로부터 늘어난 다이 면적 (= 제조 단가) 을 상쇄할 만큼 높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Sandy Bridge-E의 성공 조건 역시 Westmere-EP를 면적대 성능비에서 앞서는 것이라고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을 던져 봅시다:


< 1. Sandy Bridge-E의 면적대 성능비는 Westmere보다 높은가? >

2 페이지에서 언급한 바 있듯 Sandy Bridge-E는 애초 8코어 / 20MB L3 캐시의 스펙으로 설계되었던 CPU입니다.
코어당 면적이 Westmere-EP보다 큰데다, 탑재한 코어 갯수도 더 많으니 Westmere-EP보다 더 큰 다이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더 커진 다이 사이즈'로 인한 제조 단가 상승분을 상쇄할 만큼의 성능을 내 주는지가 판단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일단 앞 장에서 살펴본 990X vs 3960X의 성능 비교 그래프를 발췌해 보겠습니다.


▲ 보수적으로 생각해 Sandy Bridge-E의 코어당 다이 사이즈가 같은 공정에서 제조된 Westmere-EP와 같다고 보더라도 최소 30% 이상 늘어난 면적을 상쇄할 만큼 성능을 내 주어야 Westmere-EP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의 그래프를 보면 모든 분야에서 Sandy Bridge-E가 Westmere-EP를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앞서 말한 '30% 룰'을 적용하면 Sandy Bridge-E가 비교우위를 가지는 분야는 부동소수점 연산 분야로 국한됩니다.
다시 말해, (다른 누구보다도) 제조사의 입장에서 Sandy Bridge-E를 투입할 계층은 너무나 명확히 정해져 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여기에서 다시 이어지는 두번째 질문입니다.


< 2. Sandy Bridge-E의 면적대 성능비를 높일 방법은 없을까? >

애초 8코어였던 Sandy Bridge-E의 코어 두개를 죽여 데스크탑용 3960X/3930K를 만들었단 사실은 앞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코어를 되살린다면 어떨까요?

...;;; 물론 AMD와 같은 방식의 코어 부활을 논하자는 게 아니라, 애초에 서버용 8코어 Sandy Bridge-E를 투입하는 건 어떠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보자는 겁니다.
서버용 Sandy Bridge-E와 비교했을 때 데스크탑용 Sandy Bridge-E만의 특장점은 배수 제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전 페이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3960X/3930K의 실사용 가능한 오버클럭 폭이 상당히 제한적임을 생각하면 차라리 배수락을 감수하고라도 8코어 Sandy Bridge-E를 사서 BCLK 오버를 하는 편이 더 성능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Sandy Bridge-E 플랫폼에는 BCLK와 CPU배수 사이에 BCLK 배수가 도입되어 1 / 1.25 / 1.67 등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비단 유저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제조사의 입장에서도 일정 수준의 면적대 성능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차피 (위의 그래프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 예컨대 게임 성능을 Westmere-EP 대비 30%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싹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해당 분야 성능의 극대화 -예: 멀티스레드 성능의 극대화- 를 꾀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Westmere-EP 대비 17% 앞서는 정수 연산 분야라든지 12% 앞서는 렌더링 성능의 경우 상대적으로 멀티스레드 성능을 잘 반영하는 편이므로, 클럭을 조금 낮추더라도 (= 싱글스레드 성능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8개의 코어를 온전히 살려 두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해 결론을 내려 보겠습니다.

1. Core i7 3960X/3930K의 성능은 매우 좋다. 하지만 뭔가 '혁신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2.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지향하느라 Sandy Bridge-E만의 특장점을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일정한 제약 조건(TDP)내에서 싱글스레드 성능 향상(클럭 ↑)의 trade-off로 멀티스레드 성능(코어 갯수)을 포기한 것인데, 반대로 클럭이 조금 낮더라도 8개 코어를 모두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좀 더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것으로 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