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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er DG

Our supremacy

글쓴이: 이대근
연락처: leedaeguen at 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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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 앞서 소위 '국회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관해 난 이석기씨의 생각에 반대함을 밝히는 바이다.


이는 그가 대한민국(정확히는 '대한민국의 정부'일 것이다)을 전복하려 했다든지 유사시 적국을 도와 대한민국의 후방을 교란하려 했다든지 하는 담론에의 동의 또는 부동의를 떠나 더 근본적이고 미시적인 이유 때문인데, 언론에 공표된 혐의 사실을 인용하자면 "국가기간시설과 경찰서를 파괴하고 무기고를 습격, 화기를 탈취" 하려는 행위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인명의 살상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떤 물질적 가치와도 등치될수 없는 절대적 가치로써의 '생명'임을 생각하면 너무나 자명한 결론이다.


다만, 그의 '음모'가 실제 행위로 이어지지 않은 한(물론 어느 정도의 실현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을지라도), 사고와 행동 사이의 어느 단계에 있어 그 가능성의 실현을 직접적으로 초래할 어떤 임계점에 도달하지 아니한 이상 그로 하여금 그 음모를 기획하도록 한 그의 두뇌의 '지적 활동'은 내적인 자유의 영역에서 절대적으로 불가침한 것이고 또 보호받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만으로는 앞서 언급한 음모가 그 실현으로 직접 이어질 임계점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추론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논리의 비약을 끌어들여야 한다. 단적으로 말해 실체적 증거 없이 단순한 말장난과 내란의 음모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물론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오직 그를 비롯해 몇몇 사람만이 알고 있을) 실체적 진실과 우리에게 알려진 것 사이의 간극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이 의혹을 두고 있는 '내란의 음모'가 진실에 더 가까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헌법은 어느 쪽으로든 추론이 가능한 경우라면 사법부의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추론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그에 비해 이 순간 우리 주변의 수많은 추론들은 어떠한가.


분명한 것은 사법적 판단에 선행해 이뤄지는 여론의 단죄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전개에서 정권(또는 권력기관)의 스캔들에 대한 것과 이 사건의 추론에 서로 다른 잣대가 적용되었다는 (대개 전자에 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댄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고 이는 한편으로는 엄연한 사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고대로부터 수천년의 역사를 거쳐 인류가 고안해 낸 정치제도의 본질이란 결국 '강력한' 통치자에 대한 '약한' 주권자의 견제를 확대하기 위함이 목적임을 떠올려 볼 때, '통치자의 혐의'를 바라보는 시각과 주권자인 한 '개인의 혐의'를 바라보는 것에 같은 잣대를 적용하려는 '원칙에 입각한' 행위가 오히려 통치자의 견제 불가성을 확대, 재생산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면 동일한 잣대의 적용을 무조건적으로 강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단일한 견해만이 용납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듯 하나의 주제에 대해 자연발생적으로 단일한 견해만이 생겨나는 사회 역시 정상적인 사회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특정한 이슈(안보, 병역 등)에 관해서만큼은 사상적으로 지극히 배타적인 면모를 보여 획일적인 사고를 강요하거나 그 이전에 이미 개인 스스로가 '획일화된' 견해를 자발적으로 보유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자유, 특히 사상의 자유란 전면적으로 보장되거나 전면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어느 선(혹은 어느 주제)'까지만을 허용하고 그 이상은 규제하는 식으로 기워질 수는 없다. 본질적으로, 사상, 양심의 자유란 결국 우리가(사회의 다수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라는 점에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인터넷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일방적인 여론은 그와 다른 생각을 하는 소수에게 또다른 형태의 테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자칭하는 그들 집단에 대해 우리가 주장할 수 있는 뚜렷한 우위를 한 단어로 압축하자면 그것은 '자유'일 것이다. 우리는 과연 그들에 비해 어느 정도까지 더 우월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지금 리트머스 시험지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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