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hort essay on GK110

글쓴이: 이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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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약 19개월 전, AMD는 코드명 Southern Islands로 명명된 새 GPU를 발표했고 이들 제품군은 전세대 자사/경쟁사 플래그십 제품군 대비 2배~2.5배에 가까운 압도적인 성능 향상을 가져온 반면 소비전력은 전세대와 별 차이가 없어 이때까지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던 사람들(특히 엔비디아의 광팬들)을 경악하게 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야 엔비디아는 긴 침묵을 깨고 코드명 Kepler인 차기 그래픽카드의 출시를 언급했으며, 모두의 비웃음 속에 등장한 첫 Kepler기반 상용 VGA인 지포스 GTX680은 다시 한번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Southern Islands 기반의 최상위 VGA인 라데온 HD 7970과 비슷한(출시 당시로는 680이 약간 더 좋았으나 드라이버 지원 등의 개선으로 최종적으로는 7970이 조금 더 좋아졌다.) 성능에 소비전력은 오히려 2/3수준으로까지 낮아졌기 때문. 자사의 직전세대 아키텍처인 Fermi 기반 VGA들이 최악의 perf./Watt ratio를 보였음을 상기할 때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기술적 진보를 이뤄낸 것이다. 뒤이어 모든 애널리스트/유저/인사이더들을 경악하게 한 것은, GTX680에 쓰인 GPU인 GK104가 Kepler 아키텍처의 플래그십 칩이 아니었다는 것. 도저히 한 세대만의 진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완전한' Kepler칩은 GK110이란 이름으로 정체를 드러냈고, 이 칩을 쓴 최초의 상용 VGA는 지포스 GTX TITAN이라 이름붙여져 세상에 선보여졌다. 그게 대략 반년 전의 일이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TITAN(이하 "타이탄")을 발표하면서 얼마나 자신감에 충만했는지, 대내적으로는 심지어 모델명에 넘버링조차 하지 않았으며(마치 영원히 그 이상의 제품을 출시하지 않을 것처럼...) 대외적으로는 자사의 레퍼런스 기판 설계에 한 치의 변경도 가하지 말것을 기판 제조사들에게 명한 바 있다. 보통 AMD/엔비디아 양사의 플래그십 그래픽카드들은 기판 제조사 차원에서 여러가지 트윅이 가해지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스펙보다 높은 오버클럭이 가능해진다거나 더 많은 전력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user experience를 제공했던 것인데 엔비디아는 과감히 타이탄에게만은 이것을 막았다. 그리고 몇달 뒤 출시한 GTX700 시리즈의 최고봉인 GTX780은, 그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실상 타이탄의 칩 일부분을 disable시켜 수율을 높인(대신 성능을 희생한) 버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엔비디아는 GTX780에 있어서는 앞서 언급한 변경금지 조건을 걸지 않았다. 내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당연히, 기판 제조사들은(사람들은 AMD와 엔비디아 사이의 경쟁만 생각하지만 이들로부터 칩을 공급받아 실제로 '그래픽카드'를 만들어 파는 제조사의 경쟁 역시 몹시 처절하다.) 조금이라도 차별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GTX780을 이용해 갖가지 변종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잠깐 사족을 달자면 GTX780에 쓰이는 GK110칩은 오리지널 GK110칩에서 연산 유닛을 대략 20%정도 비활성화해 생산 단가를 낮춘 것으로, 다른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설정한다면 오리지널 GK110 대비 80% 정도의 성능밖에는 발휘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타고났다. (다만 칩 자체의 활성화된 면적(=roughly, 발열 면적)이 적으므로 작동 클럭이 더 올라갈 여지는 있다.) 사실 타이탄에 쓰인 GK110칩 역시 fully functional한 버전은 아니지만 GTX780에 비하면 훨씬 적은 부분만이 disable되어 있다. (GK110-타이탄은 오리지널 GK110 대비 93.3%의 가동률을 보인다.) 아무튼. 타이탄이 팩토리 오버클럭의 여지가 전혀 없는데 비해 GTX780은 제조사 차원에서 이미 타이탄의 성능을 넘어설 정도까지 오버클럭한 버전을 출시해내고 있으며, 나아가 타이탄을 사서 직접 오버클럭을 하려 한들 레퍼런스 기판의(상대적으로 빈약한) 전원부가 오버클럭을 궁극적으로 제약하는 반면 GTX780은 그렇지 않은 경우(수많은 비레퍼들을 떠올려보라)가 많은 것이다. 더군다나 가격도 (아무리 오버클럭이 많이 된 비레퍼라 하더라도)GTX780은 타이탄보다는 훨씬 싼 것이다. (신품 기준으로 타이탄이 대략 130, GTX780이 70~80만원 선이며 중고 기준으로도 타이탄은 80~90, GTX780은 6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그렇다면 GTX780을 사는 게 좋은 것이냐, 당장의 시각에서는 그렇지만 우리는 지난 Fermi 시절의 엔비디아의 행태를 보아 왔기에 그리 쉽게 단정할 수만도 없는 것이, 바로 GK110의 오리지널 칩을 곧장 상용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 타이탄은 GK110칩의 93.3%, GTX780은 이 칩의 80%에 해당하는 스펙만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GTX780을 샀다가 덜컥 오리지널 GK110이 출시되는 날엔 내 GTX780이 너무 오징어같아 보이지 않을까...-_-;; 사실 이게 고민의 본질인거지. 아...



요약 : 780 살까 말까. 뭘 이렇게 장황하게 썼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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