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970 : 의도된 기만?

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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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포스 GTX 970이 출시 당시 알려졌던 것보다 축소된 하드웨어 사양을 가졌다는 것이 엔비디아에 의해 확인되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우선 다른 무엇보다 VRAM 사용량을 일일이 측정해 가며, 심지어 자체 테스트 툴까지 만들어 가며 문제를 제기했던 사용자들의 관심이 가장 큰 동력이었을 것이고, 다음으로 이러한 사용자들의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이들을 대신해 본격적으로 여론을 결집해 준 (결과적으로 엔비디아에게 엄청난 압력이 되었을) 해외 리뷰사이트의 발맞춤에 공이 있다 하겠다. 이상의 내용은 이미 많은 국내외 하드웨어 뉴스사이트를 통해 알려졌기에 누구나 쉽게 접하고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 글을 통해 글쓴이는 GTX 970이 연루된 '사건'이 표면상 드러난 '사양 오기'보다 훨씬 심각한 본질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한편, 이에 관한 진위를 가리기 위한 국내외 매체들의 공조를 제안하고자 한다. 그 의혹이란 다름아니라, GTX 980/970 출시 당시 엠바고 해제와 동시에 매체들로부터 쏟아진 리뷰에 관한 것이다. 우선 GTX 970 사건을 설명하는 테크파워업 기사 중 아래 대목을 보자.

 

 

여기서 지적했듯, 설령 엔비디아의 공식적인 해명대로 엔지니어들과 마케팅 팀간의 의사소통 오류로 리뷰어들에게 오기된 사양이 전달되었더라도, 그들이 엠바고 해제 후 봇물 터지듯 올라온 리뷰를 단 하나도 읽지 않은 게 아닌 한 어떤 리뷰를 골라잡든 첫 페이지에 대문짝만하게 올려 놓은 GTX 970의 잘못된 스펙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는 데서 다음와 같은 가설을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1. 알려진 바와 같이 의사소통 오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고의적인 오기였을 것이다.
2. 매체들에 전달된 소수의 GTX 970 레퍼런스 샘플은 '오기'된 사양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 가설 모두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되나 보다 파장이 클 부분은 2번이다. 유사한 사례로 경쟁사인 AMD가 몇해 전 그랬던 전례가 있기도 하다. (라데온 HD 6870/6850의 출시 당시 한 매체에 전달된 HD 6850 샘플은 HD 6870과 동일한 1120개의 SP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 HD 6850에 탑재된 SP 갯수는 960개이다.) 이와 관련해 의미심장하게 읽힐 수 있는 한 대목이 있는데, 바로 엔비디아 스스로 GTX 980/970 출시에 즈음해 GTX 970은 대부분 비레퍼런스로 만나보게 될 것이라 밝혔단 점이다. 이후 실제 시중에 출시된 것을 보더라도 GTX 980은 레퍼런스 디자인이 심심찮게 보이는 반면 GTX 970의 레퍼런스 버전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레퍼런스 디자인 기판을 사용했더라도 리테일용으로 공급되는 칩셋과 샘플에 탑재된 것이 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완벽한 '은폐의 증거'라 할 수는 없겠으나, 서드파티를 통한 비레퍼런스 버전의 출시를 장려한 것은 아래와 같은 맥락에서 읽힐 여지가 있다.

 

서드파티 비레퍼런스는 대개 오버클럭된 채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드물지 않게 기판 디자인의 차이만으로 성능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조건 아래, 레퍼런스와 비레퍼런스 사이에서는 그들이 동클럭이었다면 가려낼 수 있었을 미세한 성능 차이는 손쉽게 은폐될 수 있다. 이를 "팩토리 오버클럭에 의한 물타기" 라 줄여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엔비디아가 공식적으로 레퍼런스라 이름붙여 미디어에 전달한 GTX 970 자체가 결국은 엔비디아의 수중에 회수되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에, 그들이 의도적으로 리테일용보다 상향된 사양의 -64ROP / 256bit 메모리 인터페이스가 모두 활성화된- GTX 970을 미디어에 사전 전달해 이에 기반한 벤치마크가 유통되게끔 하고 이로써 GTX 970이 실체 이상의 명성을 얻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GTX 970이 공식적으로 출시된 후엔 어차피 비레퍼런스들이 범람할 것이고, 따라서 사소한 스펙 하향조정쯤은 팩토리 오버클럭에 의한 물타기로 얼마든 묻을 수 있을 것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실제 GTX 970의 '사양 오기 정정' 을 전후하여 엔비디아가 보인 행보는 잘못을 발견하자마자 즉시 시정하는 유형의 것이라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에도 여론의 추적이 어느 임계점 이상으로 예리해지기까지 조용히 묻어 두고 넘어가려 했던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에 관하여는 다시 글 서두에 언급한 테크파워업의 지적을 인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GTX 970 리뷰를 진행했던 모든 매체에게 다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서드파티 아닌) 엔비디아 레퍼런스 샘플을 보유 중이라면 현재 GTX 970이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을 테스트해 달라. 만약 매체 제공용 샘플만 실제로 더 상향된 사양이 적용되었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2. 서드파티 레퍼런스 샘플이라도, 리테일 아닌 ES의 경우 현재 GTX 970이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을 테스트해 달라.

 

3. 보유 중인 샘플이 없다면 1, 2번을 다른 매체들에게 촉구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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