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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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이번달 초부터 열심히 GAMER'S CHOICE 8/9월 통합본을 쓰고 있습니다만 오늘은 잠시 다른 글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새 글이 뜬 걸 보고 GAMER'S CHOICE를 기대하며 들어온 (그리고 곧바로 실망한) 분이 있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드려야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요 근래 GPU 제조사들의 큰 관심사는 클라우드와 가상화에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 동시대의 CPU급을 뛰어넘게 된 GPU의 연산성능을, 어떻게 하면 낭비 없이 / 잉여롭지 않게 잘 활용할 수 있겠냐는 고민에서부터 이러한 흐름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중 엔비디아의 가상화 솔루션으로는 '그리드 GRID' 라는 제품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GRID는 1개 또는 그 이상의 테슬라를 꽂을 수 있는 보드의 개념입니다. 그리고 불과 며칠 전, 복수의 해외 매체를 통해 전해진 바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자신들의 GRID 솔루션을 업데이트하며 GRID 2.0을 발표했고 그 핵심은 연산성능을 구현하는 테슬라의 업데이트였습니다. 바로 최신 맥스웰 아키텍처 기반 GPU를 탑재한 '테슬라 M60'을 발표한 것입니다. (링크)

 

 

이미 맥스웰 기반 GPU들이 시장에 등장한지 오래되었고, 테슬라로의 출시가 늦었을 뿐 쿼드로 / 지포스 라인업에는 이미 포진해 있는 만큼 뭐 새삼스러운 소식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M60은 분명 특별합니다. 바로 듀얼 GPU를 탑재한 첫 맥스웰 기반 그래픽카드이기 때문입니다. 단 최상위 칩셋인 GM200이 아닌, GTX 970/980에 쓰인 것과 같은 GM204 칩이 두 개 탑재되었습니다.

 

(표 출처 : WCCFTech)

 

이로써 전문가용 / 소비자용의 모든 분야를 통틀어 맥스웰 아키텍처가 적용된 그래픽카드 중에서는 테슬라 M60이 처음으로 듀얼 GPU를 탑재하고 세상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단일 GPU라면 모를까 도대체 왜 듀얼 GPU를 전문가용 라인업으로 먼저 내놓았는지 의아해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이런 패턴은 처음이 아닙니다. 단순히 처음이 아닐 뿐만 아니라 외려 상습적인 것에 가깝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테슬라, 쿼드로와 지포스 라인업 사이의 상관관계를 잠시 살펴봅시다.

 

 

위 타임라인을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는 전문가용 그래픽카드에 먼저 투입된 후 유사한 구성으로 차기 지포스 라인업에 이식된다는 사실입니다. 케플러 아키텍처의 최상위 칩인 GK110은 최초 15개의 SMX 중 1~2개를 비활성화한 컷다운 버전으로 상용화되었고 그 첫 주자가 바로 테슬라 K20X/K20이었습니다. (각각 SMX 1개/2개 비활성화) 이들이 출시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2년 11월이었는데요. 정확히 넉 달 뒤인 2013년 2월 K20X와 똑같은 칩 구성으로 지포스 라인업의 최상위 제품이 추가됩니다. 바로 GTX TITAN이죠.

 

당시 경쟁사의 로드맵상에 GK110의 컷칩조차 상대할 패가 없었단 점도 한 가지 이유이겠지만 무엇보다 K20X의 주문량을 모두 생산하고, 그러고도 남은 (적어도 14개의 온전한 SMX가 있는) GK110을 상징적인 존재로 데스크탑 라인업에 내려보냈단 가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테슬라라는 라인업 중 K20X라는 모델이 (=거기에 쓰인 GK110 칩이) 갖는 위상은 실제로 '많이 팔' 제품이었다면, 데스크탑 시장에서 GTX TITAN은 전체 판매량 포트폴리오 중 한 자릿수 미만의 퍼센트를 가질 성격의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정규 넘버링에서도 비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밀하게 수요와 공급을 예측해 '어느 정도는 반드시 생산해야 한다' 는 부담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제품이었다는 뜻이죠. 즉 K20X의 버퍼 성격으로 GTX TITAN이라는 라인업을 추가했다고 보더라도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이러한 여유가 슬슬 동나기 시작한 것은 같은 해 하반기, 경쟁사에서 GK110을 상대할 빅 칩을 출시할 기미를 내비치면서부터였습니다. 애초 2013년 2분기에 출시 예정이던 AMD의 '하와이 Hawaii' 는 출시 예정일에 임박해 3분기로 연기했다가 재차 4분기로 연기한 끝에 그 해 10월에 출시되었는데, 이 시간 흐름을 염두에 두고 엔비디아의 타임라인을 보면 또다시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바로 (최초 하와이 출시일과 인접한) 2013년 7월, GK110의 풀칩을 탑재한 쿼드로 K6000을 출시한데 이어 불과 석달 뒤인 10월에 재차 같은 칩 기반의 테슬라 K40을 연이어 시장에 투입한 것입니다. 이로부터 GTX 780 Ti, GTX TITAN Black이 투입된 시기까지는 채 한 분기 터울도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러프하게 전문가용/소비자용을 끼리끼리 묶어 쿼드로 K6000(13년 7월)-테슬라 K40(13.10) / GTX 780 Ti(13.11)-GTX TITAN Black(14.2) 으로 정리하면 다시 한번 앞서 언급한 패턴이 반복된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는 케플러의 장기집권이 막을 내리고 맥스웰 아키텍처가 등장한 이후에도 반복되는데, 2015년 2월 GM200 풀칩 기반의 쿼드로 M6000이 출시되고 한달 뒤 같은 칩을 사용한 GTX TITAN X가, 넉달 뒤엔 컷다운 버전으로 GTX 980 Ti가 출시된 것이 현재까지 관찰된 마지막 사례입니다. 이쯤 되면 정말 관례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단일 GPU 뿐만 아니라 듀얼 GPU 라인업에서도 전문가용 - 소비자용 양쪽을 넘나드는 쌍둥이들을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폼팩터와 TDP의 제약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받는 전문가용 그래픽카드의 속성상 이들의 작동속도는 소비자용 카운터파트보다 낮기 마련이었는데 재미있게도 여기엔 일정한 비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 글은 지금까지 논한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펼치게 됩니다. 우선 VGA 성능 계산기를 사용해 아래 제품들의 상대성능을 계산해 봅시다.

 

 

위 그래프는 VGA 계산기 (링크) 에서 구한 값을 따로 모은 것입니다. 우선 단일 GPU 카드인 테슬라 K20X와 GTX TITAN을 비교해 봅시다. 각각의 상대성능은 46.78%p / 55.49%p입니다. GTX TITAN쪽이 18% 더 높은 성능입니다. 한편 또다른 단일 GPU 카드인 테슬라 K40과 GTX 780 Ti의 상대성능은 각각 50.31%p / 61.72%p인데, 여기서는 GTX 780 Ti가 22% 더 높은 성능을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듀얼 GPU 카드를 비교해 봅시다. 똑같이 GK104 풀칩을 두 개씩 탑재한 테슬라 K10과 GTX 690은 각각 59.09%p / 78.14%p의 상대성능값을 기록했으며 GTX 690쪽이 32% 더 높습니다. GK110을 두 개씩 탑재한 테슬라 K80과 GTX TITAN Z는 각각 91.37%p / 118.14%p로 GTX TITAN Z쪽이 29% 더 높은 상대성능값을 기록했군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단일 GPU 라인업에서 전문가용 제품에 대한 소비자용의 프리미엄은 약 20%, 듀얼 GPU 라인업에서는 약 30% 선으로 수렴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바탕으로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는 없을까요. 마침 위 표에 언급하지 않은 테슬라가 하나 남아 있습니다. 바로 글 첫머리에 소개한 "최초의 듀얼 맥스웰 카드", 테슬라 M60입니다.

 

 

VGA 계산기를 통해 구한 테슬라 M60의 상대성능은 위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앞에서 구한 '(전문가용 라인업에 대한) 소비자용 프리미엄' 비율을 곱하는 것으로 향후 출시가능성이 있는 듀얼 맥스웰 지포스의 성능을 예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116.65 x 1.3 = 151.65%

 

 

이 글의 예상이 맞다면, 조만간 출시될 듀얼 맥스웰 지포스는 현존하는 단일 GPU 플래그십인 GTX TITAN X보다 약 1.5배 높은 성능을 가질 것입니다. 어마어마하죠. 자사의 전세대 듀얼 GPU 플래그십인 GTX TITAN Z는 물론, 현재까지 세상에서 가장 빠른 그래픽카드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던 라데온 R9 295X2에게서 바로 그 타이틀을 뺏어올 수 있게 됩니다. 그것도 20%라는 큰 격차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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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습니다. 이에 관해 논하는 것으로 저는 이 글을 맺으려 합니다. 바로 AMD 역시, 그들의 차기 듀얼 GPU 그래픽카드를 준비할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입니다. 더우기 AMD는 현재 자사의 단일 GPU 플래그십인 라데온 R9 Fury X를 발표하던 무렵 이미 Fiji 칩을 두개 탑재한 보드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한 마디로 R9 Fury X2라는 이름의 카드가 언제 등장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미지 출처 : PC Perspective)

 

전통적으로 AMD는 자사의 TDP 표기에 엔비디아보다 조금 관대한(?) 편이었으며 듀얼 GPU 보드를 설계할 때에도 이러한 경향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앞서 제가 '엔비디아의 차기 지포스는 이 정도 성능을 가질 것이다' 라고 가정할 수 있었던 전제는, 전통적으로 TDP에 의한 제약을 엄격히 적용해 온 엔비디아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었는데, 테슬라와 지포스의 '일정한 비율'의 성능차이 역시 매 세대에 걸쳐 비교적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TDP 덕분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와 지포스의 TDP가 같고 오직 테슬라에서만 추가로 개방되는 기능이 있다면, 테슬라는 해당 기능이 포함된 만큼 작동속도를 올릴 여지가 줄어들 것이고 반대로 지포스쪽은 그만큼 테슬라보다 작동속도를 높일 여지가 생기는 셈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이 글의 추론에 사용된 테슬라 M60이 GM204 기반 듀얼 GPU 카드라는 사실은 향후 등장할 듀얼 맥스웰 카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데 있어 기회라기보다는 족쇄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간단히 말해 GM200보다도 GM204는 더욱 전력 대비 성능이 좋은 칩이기 때문이죠. 단순히 'GM204 두개가 저 정도의 성능을 냈으니 GM200 두개는 더 좋겠지' 라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매 세대 엔비디아의 듀얼 GPU 플래그십이 단일 플래그십의 150~160% 정도 성능을 목표로 나오곤 했던 전례가 있기에 우리의 예상치인 (GTX TITAN X 대비) 151.65%라는 값은 결코 너무 적지 않습니다.

 

엔비디아가 타이트하게 짜여진 그들의 틀 안에서 비교적 점잖은 쌍두(雙頭) 거인을 창조했다면 AMD는 정 반대의 노선에 가깝습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심지어 R9 295X2의 경우 PCI-E 보드 자체의 권고사항마저 어기며) 어떻게든 최고 성능의 GPU를 두 개 탑재해, 그 GPU가 버틸 수 있는 최대한의 작동속도를 제품의 사양으로 미리 못박아 두고 다른 모든 요소를 거기에 '끼워맞추는' 식이라면 괜찮은 설명일까요. 일견 무리수처럼 여겨지는 이러한 접근법은 HD 6990 시절 작동속도가 서로 다른 두 개의 바이오스 탑재, R9 295X2의 무려 500W에 달하는 TDP 등의 희한한 기록을 낳았고, 어쨌건 성능 하나는 좋았습니다.

 

전통적으로 크로스파이어의 효율이 SLI보다 좋았단 사실과 결합되어 듀얼 GPU 그래픽카드의 왕좌는 (심지어 단일 GPU 성능이 엔비디아가 더 좋던 시기에도) AMD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 최근 몇년간의 관례처럼 되어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Fiji 기반의 듀얼 GPU 라데온이 R9 Fury X보다 낮은 작동속도를 가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으며, 최소한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그 예상성능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것으로 간단한 사설을 마칩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류의 글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그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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