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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 Column/cpu_lec_col

마침내 게이머가 이겼다 : 하스웰-E를 생각하며

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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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공식 출시된 하스웰-E의 각 라인업을 전세대 카운터파트인 아이비브릿지-E와 SKU 대 SKU로 비교했을 때, 인텔 코어 i7 (이하 모델넘버 앞 "인텔 코어 i7" 부분 통째로 생략. 이 글에서 언급되는 것 중 인텔 코어 i7이 아닌 게 없다.) 4960 -> 5960 / 4820 -> 5820의 향상은 명백하지만 4930 -> 5930의 차별점이 살짝 모호한 감이 없잖아 있다. *960들은 최고 라인업으로써 상징적인 $999 가격이 붙었다 치고, 5820은 코어가 두개 늘어난 것만으로도 소폭의 가격인상이 정당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5930은 글쎄... 위아래 라인업에서의 격변에 보조를 맞추려면 차라리 가격을 인하하는 게 더 적당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한 유저들이 나뿐이 아니라 믿는다. (심지어 5820은 그동안의 *930, 그러니까 3930이나 4930의 전례와 달리 L3캐시 용량마저 줄어들지 않았다.)


기존의 LGA2011 플랫폼이 갖는 의의는 대부분 40개의 PCI-E 라인이 주는 풍성함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실제로 그것만이 의의인 것은 아니지만 또다른 주요한 의의인 "쿼드채널 메모리" 가 각종 지표상 어드밴티지를 주는 부분을 찾긴 어려웠기에 상대적으로 그 '풍성함'이 더 부각된 면도 있다. 어쨌든 이로 인해 LGA2011 플랫폼은 늘 동시대 LGA115x 플랫폼보다 한세대 전 아키텍처를 쓰게 되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초고사양 게임 머신, 예컨대 쿼드러플 크로스파이어라든지 쿼드러플 SLI 등을 위한 유일한 선택지쯤으로 여겨지게 되었고 현재까지 그리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반드시" 하스웰 4790K와 아이비브릿지-E 4820K 둘만을 비교하라는 미션이 주어진다면 누구든 "전자는 싱글 VGA 게이밍 용도에, 후자는 멀티 VGA 게이밍 용도에 적합하다." 는 모범답안을 낼 수밖에 없는 '외견상 조건'이 씌워져 있는 것이다. 양념을 좀 더 치자면, 너무나 막연해 누구도 명확히 검증할 수 없는 "쿼드채널 메모리로 인해 서버 용도에 적합하다." 라는 문구를 후자에 덧붙여 줄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계층 공략은 이랬다고 볼 수 있다.


1. 많은 코어가 필요한 계층 : *930 이상을 사시오.
2. 많은 그래픽카드를 달 계층 : *820 이상을 사시오.


위 조건문에서 1번은 2번의 부분집합이니 인텔은 그 반대의 경우를 상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예컨대 딱히 강력한 그래픽 성능을 요구하지는 않으면서 많은 코어를 활용하고만 싶은 유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4820보다 비싼 -실상 4820의 기능 일부(= 40개의 PCI-E 라인)마저도 필요로 하지는 않으면서- 4930 이상의 CPU를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하스웰-E의 출시와 함께 인텔은 최초로 그 반대의 경우를 상정한 듯하다. 바로 5820의 코어 갯수와 PCI-E 라인 갯수를 그간의 *820 라인업의 전례에서 뒤바꾼 것이다.


*820 라인업의 계보는 이렇다.


1. 3820 : 4코어, PCI-E 라인 40개
2. 4820 : 4코어, PCI-E 라인 40개
3. 5820 : 6코어, PCI-E 라인 28개


그러니까 5820이란 존재를 기존 4000번대 라인업의 문법으로 얘기하자면 "4930의 코어 갯수와 4790의 PCI-E 라인을 갖는 4820의 변종" 쯤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 4820보다 코어 갯수는 2개 늘었고 PCI-E 라인 수는 2/3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이쯤에서 앞서 살펴본 계층 공략을 다시 전개해 보면 아래와 같이 된다.


1. 많은 코어가 필요한 계층 : 5820 이상을 사시오.
2. 많은 그래픽카드를 달 계층 : 5930 이상을 사시오.


아까와는 반대로, 1번은 2번을 포함하는 관계가 되었다. 다시 말해 2번이 1번보다 더 상위의 개념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간단한 집합관계의 재정의를 넘어 바야흐르 게이밍이 전통적 개념의 컴퓨팅을 넘어서는 시대흐름을 인텔이 그들의 차세대 라인업을 통해 수용했다고 볼 수 있는 사건이다. 혹은 좁게 해석하더라도 인텔이 드디어 하드코어 게이머의 구매력을 컴퓨팅 nerd의 그것보다 높게 평가하게 되었다는 징표로 받아들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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