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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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아는 제 리뷰 규칙 중 하나는 CPU는 다이 단위, VGA는 SKU 단위로 단 한 차례만 리뷰를 하는 겁니다. 예컨대 이미 출시되어 현존하던 4770K와 같은 하스웰-DT 다이를 사용한 4790K란 제품이 제아무리 클럭이 높고 오버클럭에 적합한 써멀그리스로 떡칠이 되어 있다 한들, 또는 사파이어의 지포스 GTX 980*이 XFX의 GTX 980**보다 아무리 팩토리 오버클럭 폭이 높은들 제겐 리뷰 대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유야 열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댈 수 있지만 가장 큰 것 하나를 꼽자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정도가 되겠네요. 그런 점에서 오늘 여러분께 보여드리게 된 이 글은 실로 오랜만의 "의미 있는" CPU 리뷰 되겠습니다. 간략히 배경을 설명하자면 인텔이 하스웰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적용한 동명의 CPU를 발표한 지 근 일년만에 그 확장형이자 서버용 다이인 하스웰-E를 발표했고, 지난달 말 해당 다이를 탑재한 하이엔드 데스크탑용 CPU인 코어 i7 5900/5800 시리즈가 출시되어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 : PPL을 우려하여 일부러 현존하지 않는 모델을 들먹였습니다. 혹시라도 해당하는 모델이 있다면 제보 주시길.)

 

일단, 간단히 인텔의 HEDT (하이엔드 데스크탑) 용 CPU의 계보를 따져봅시다. 코어 i- 브랜딩이 시작된 이래의 역사입니다.

 

 

네할렘 아키텍처의 첫 상용 버전인 블룸필드는 코어 i7 900 시리즈로 세상에 첫 선을 보였고, 시장에서 동 가격대에 포진해 있던 전임자인 코어 2 쿼드와 동일한 제조공정(45nm), 동일한 코어 갯수를 가졌으나 온전히 아키텍처의 혁신만으로 단위 코어당 성능을 30% 가까이 끌어올리는 저력을 과시합니다. 30%라는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냐면...

 

1. 당시 코어 마이크로아키텍처 (코어 2 쿼드에 쓰였던) 기반의 서버용 최상급 다이인 6코어 '더닝턴' 보다 성능이 좋았고,

2. 블룸필드의 8코어 버전인 네할렘-EX는 심지어 겨냥하는 시장 자체가 달랐던 IA-64 기반 아이태니엄보다 성능이 좋았습니다.

 

아무튼. 이렇듯 성공적인 네할렘 아키텍처의 특성을 온전히 보존하며 제조공정을 32nm로 미세화한 다음 세대 아키텍처의 이름은 '웨스트미어' 입니다. 웨스트미어 기반의 데스크탑 CPU는 클락데일과 걸프타운이 출시되었는데, 특이하게도 중간급 데스크탑 다이는 웨스트미어로 이행하지 않은 채 (일년 뒤 샌디브릿지가 등장할 때까지) 네할렘에 묶여 있게 됩니다. 잠깐 사족을 달자면 인텔의 아키텍처 교대 주기를 흔히 제조공정이 미세화되는 "틱" - 아키텍처를 갈아엎는 "톡"으로 표현하는데, 이 표현을 빌리자면 중간권 유저의 입장에서는 '틱'인 웨스트미어를 건너뛴 네할렘 -> 샌디브릿지로의 이행이 마치 틱 & 톡이 동시에 이뤄진 듯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린필드 -> 샌디 2500K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가죠?) 아무튼 웨스트미어 자체는 네할렘을 32nm 공정으로 구현하는 데 충실했고, 그 결과 걸프타운은 블룸필드보다 50% 늘어난 코어 갯수 / L3 캐시 용량에도 불구하고 블룸필드보다 더 작은 다이 면적을 갖게 됩니다.

 

서버 쪽에서는 반대로, 샌디브릿지 세대에는 최상위급 다이의 갱신이 생략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일년 전 데스크탑 시장에서의 네할렘과 웨스트미어의 어색한 동거 (엔트리에 클락데일 / 메인스트림 & 퍼포먼스급에 린필드 / 하이엔드에 걸프타운) 가 정확히 일년 뒤 서버 시장에서의 웨스트미어와 샌디브릿지의 어색한 동거로 리바이벌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제온 E3-/E5-에 샌디브릿지-E / 제온 E7-에 웨스트미어-EX) 일단 서버쪽 이야기는 이 글을 맨 끝부분에서 다시 하기로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위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걸프타운 이후 하이엔드 데스크탑용 CPU라는 포지션에 투입된 인텔의 다음 타자는 서버용 샌디브릿지-E 였습니다. 이 칩은 당시의 기대성능을 충족시키는 데야 부족함이 없었지만 애초 '중상위급 서버용 다이' 라는 애매한 신분을 가진데다 그나마 HEDT 용으로 투입된 모델은 샌디브릿지-E 다이에서 코어 두 개를 비활성화해 6코어 버전으로 내놓았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톡' 세대의 숙명인 다이사이즈 증가의 직격탄을 맞아 샌디브릿지-E의, 정확히 말하자면 코어 i7 3900/3800 시리즈의 면적 대비 성능은 전세대 및 동세대 하위 라인업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나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간단히 위 그림만 보더라도 샌디브릿지-E의 다이 면적은 걸프타운의 두 배에 가까워졌지만 실제 성능 격차를 그 정도로 벌리지는 못했으니 말이죠.

 

다시 한 세대가 지나 '틱'의 차례가 돌아왔고, 이때부터 인텔은 서버용 다이를 여러 종으로 분화시키게 됩니다. 샌디브릿지 세대까지만 해도 8코어짜리 샌디브릿지-E 다이로 6~8코어 수요에 대응하며 최상위급은 10코어짜리 웨스트미어-EX에 일임했던 투 트랙 체제를 벗어나 일거에 6코어 / 10코어 / 15코어짜리 아이비브릿지-E 다이를 투입, 각각을 6 / 6~10 / 10~15코어 수요에 대응시키는 3 트랙 체제로 전환한 것입니다. 시장 전체를 두고 보면 최상위급에 투입되는 다이의 코어 갯수가 50% 증가한 셈이지만(10코어 -> 15코어) 데스크탑 영역으로 한정해 보면 오히려 25% 줄었습니다(8코어 -> 6코어). 이러한 특성이 미세공정의 도입과 맞물려 HEDT용 아이비브릿지-E의 다이 사이즈는 샌디브릿지-E의 절반에 가깝게 줄어들었고, 자연히 면적 대비 성능 역시 그에 반비례해 급상승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굉장히 길어졌지만 여기까지가 바로 지난 세대까지의 이야기. 오늘의 주인공은 이제 막 등장할 참입니다-_-;;;;;;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위의 그림을 보면 가장 최신세대의 HEDT 다이인 8코어짜리 하스웰-E가 최우측에 놓인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긴 말도 필요없을 만큼, '톡' 세대의 면적 상승요인과 코어갯수 증가가 겹쳐 아이비브릿지-E보다 꽤 큰 다이를 갖게 되었단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샌디브릿지-E보다는 면적 자체가 작기도 하거니와, 기껏 8코어짜리 다이에서 코어 두개를 비활성화한 채 출시되어야 했던 샌디브릿지-E와는 달리 오늘의 주인공 하스웰-E는 여덟개 코어가 모두 활성화된 채 데스크탑 시장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자연히 면적 대비 성능이 샌디브릿지-E보다는 좋으리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얘기가 이쯤 늘어졌으면 짐작하시겠지만 하스웰-E가, 그러니까 코어 i7 5900/5800 시리즈가 인텔에게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이비브릿지-E보다 면적당 성능이 좋을지 여부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짝짝짝~ 드디어 본론에 진입하셨습니다!)

 

아래 그림은 아이비브릿지 및 하스웰 세대의 파생 다이들을 나타냅니다. 각각의 면적 비율은 실제 스케일을 반영합니다.

 

 

아이비브릿지 세대에서 인텔이 서버용 다이를 6 / 10 / 15코어로 파생시킨 것과 마찬가지 기법으로, 하스웰 세대에서는 8 / 12 / 18코어짜리 다이들이 일거에 투입되어 현재 유통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글의 주제와는 잘 맞지 않지만, 기왕 서버용 다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서버 라인업을 표로 나타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어떻게, 한눈에 이해가 되셨는지요. :)

 

여담이지만, 불량 다이 재활용을 꼭 AMD만 하는 것도 아니어서 코어 마이크로아키텍처 시절엔 울프데일-6M (코어 2 듀오 E8000 시리즈) 다이 중 캐시 일부가 불량인 것을 펜티엄 듀얼코어 E5000 시리즈로 대거 전용하여 때아닌 E5200 오버클럭 호황기를 낳기도 했었고 오늘날까지도 정식 SKU 중 한두가지쯤은 상위버전 다이의 완전체가 되지 못한 것을 일부분 비활성화해 투입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아이비브릿지-E 기반 제온들 중 6코어 모델 일부는 오리지널 6코어 다이뿐만 아니라 10코어 다이의 재활용 버전이 함께 혼용되고 있기도 하며, 10코어 모델 중에서도 오리지널 10코어 다이와 15코어 다이의 재활용 버전이 혼재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하스웰-E는 투입된 지 오래지 않아 확실한 증명이 아직까지 나타난 바는 없습니다만, 마침 코어 i7 5960X의 엔지니어링 샘플을 해외 사이트에서 깨뜨려 본 결과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사이트가 주려 한 교훈은 하스웰-E는 솔더링돼 있다... 는 것이었겠지만), 빛에 산란된 다이 이미지는 어떻게 보아도 방금 생을 마감한 저 CPU에 탑재된 것이 12코어 다이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즉 오리지널 8코어 다이로만 i7 5960X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암시 정도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런지요. 물론 AMD처럼 죽은(줄 알았던) 코어가 부활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으니 별 의미는 없겠지만서도...

 

서론이 굉장히 길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기나긴 의미를 갖는 하스웰-E를 얼른 만나보도록 합시다.

 

 

 

코어 i7 5960X는 위와 같은 샘플 박스에 담긴 채 저와 첫 대면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컨피덴셜하신 분을 얻기 위해 팔았던 발품을 생각하면... 하아...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있는 제 다리가 새삼 다시 저릿저릿합니다. 이러다 하지정맥류 걸리겠어요.

 

 

 

그에 비해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던 코어 i7 5820K.

 

 

 

 

 

 

 

 

외형은 지금까지 보신 바와 같습니다.

아래는 테스트에 사용된 대조군들 및 시스템 사양입니다.

 

 

보드 제조사에 따른 성능특성의 편향을 피하기 위해 동일 제조사 (ASUS) 의 메인보드를 두 플랫폼에 걸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DDR3과 DDR4라는 기본 플랫폼 차원에서의 차이가 있으나, 최대한 변인을 줄이고 싶었던 까닭에 & 요새 웬만한 DDR3 메모리들도 2133MHz 클럭으로 손쉽게 오버클럭이 되고 있기에 모든 플랫폼의 메모리클럭을 2133MHz로 맞춰 두고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이 글에서 소개하는 벤치마크 결과는 '비 게임' 영역에서의 벤치마크에 한합니다. 게임 벤치마크 결과는 코어 i7 5900/5800 시리즈의 결과가 함께 수록된 <BEST CPU FOR GAMERS : September 2014>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BEST CPU FOR GAMERS : September 2014 - http://iyd.kr/676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벤치마크 결과를 보겠습니다. 우선 싱글스레드 성능 결과 모음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싱글스레드 성능만 놓고 보면 i7 5900/5800 시리즈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없다시피 합니다. 아무래도 전세대 대비 가장 큰 변화는 8코어 HEDT SKU가 투입되었다는 그 자체이니만큼, 과연 멀티스레드 성능이 얼마나 좋아졌을지 다음 장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코어 i7 5960X는 데스크탑 라인업 가운데 최초로 8코어를 탑재한 CPU라는 상징성에 걸맞는 멀티스레드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5820K 역시, 기존의 3800/4800 시리즈와는 달리 6개의 코어를 탑재해 명실상부한 프리미엄급 플랫폼으로서의 빠지지 않는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데, 다만 낮은 클럭 탓에 몇몇 테스트에서는 전세대 플래그십인 3960X/4960X들보다 낮은 성능을 보이고 있긴 합니다. 그나저나 이 둘의 틈바구니에 낀 5930K의 입지는 상당히 모호해 보이기도 합니다.

 

잠시, 다시 한번 삼천포로 빠져 보자면... 하스웰-E 벤치마크를 개시하기 직전 아래와 같은 글을 썼더랬습니다.

 

▶ 하스웰-E에 관한 소고 - http://iyd.kr/675

 

"오늘 새벽 공식 출시된 하스웰-E의 각 라인업을 전세대 카운터파트인 아이비브릿지-E와 SKU 대 SKU로 비교했을 때, 인텔 코어 i7 4960 -> 5960 / 4820 -> 5820의 향상은 명백하지만 4930 -> 5930의 차별점이 살짝 모호한 감이 없잖아 있다. *960들은 최고 라인업으로써 상징적인 $999 가격이 붙었다 치고, 5820은 코어가 두개 늘어난 것만으로도 소폭의 가격인상이 정당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5930은 글쎄... 위아래 라인업에서의 격변에 보조를 맞추려면 차라리 가격을 인하하는 게 더 적당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한 유저들이 나뿐이 아니라 믿는다...... (후략)"

 

이 글을 쓴 계기부터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것 같은(?) x930K 라인업의 어정쩡함에서 비롯되었음을 생각하면 벤치마크 결과가 그와 비슷한 결론에 수렴했단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인텔은 가격을 잘못 책정한 것 아닐까요?

 

1. x960X 라인업 : 코어 두개가 늘었다 (+33%) / 가격 그대로

2. x930K 라인업 : 코어 그대로 / 가격 그대로

3. x820K 라인업 : 코어 두개가 늘었다 (+50%) / 가격 20% 인상

 

그러니까, 1번과 3번은 (특히 3번은 가격이 증가했음에도) 가격대 성능비가 더 나아져 종합적으로 세대교체에 따른 어드밴티지가 충분히 주어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2번은 아무 변동이 없어 애매해 보인단 얘기이죠. 1번 / 3번과 보폭을 맞추자면 오히려 가격을 조금 내려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라는 접근 자체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가능한 이야기라고 봅니다.

 

...그러던 중, 문득 아래 소개할 실험(? 이라기엔 너무 간단하지만)을 머릿속에 떠올려보게 되었고, 즉시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 결과 꽤 놀라운 사실을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으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뭔지 궁금하시죠?

일단 아래 그림을 봅시다. 지난 세대와 이번 세대 i7 x900/x800 시리즈의 스펙 비교표입니다.

 

 

Frequency 열에 입력된 값들은 각 SKU의 "기본클럭~맥시멈 부스트클럭 (올 코어 부스트클럭)" 을 나타냅니다. 싱글코어만 풀 로드로 가동될 때 발현되는 클럭이 맥시멈 부스트, 모든 코어에 풀 로드가 걸렸을 때 발현되는 클럭이 올 코어 부스트란 사실쯤은 다들 이미 알고 계시겠죠. 계속해서 다음의 표를 봅시다.

 

 

위에 나열한 맥시멈 / 올 코어 부스트클럭을 각각 대입해, 싱글코어 / 멀티코어 성능을 산술적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각각의 하스웰-E 기반 SKU들을 전세대 아이비브릿지-E 기반 SKU들의 성능 계산치로 나눠 상대성능까지를 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들 값의 평균을 구해 아이비브릿지-E SKU들의 가격에 각각 곱해주니 실제 하스웰-E SKU의 가격에 근접한 값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텔 내부에서 가격정책을 정함에 있어서도 이와 비슷한 접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아... 나 우연히 인텔 영업기밀을 누출해버린 거?! ㅋㅋㅋㅋㅋ) 즉 가격정책이 잘못되고 그런 거 없다. 모든 SKU는 합리적으로 가격이 매겨진 것이다 (적어도 전세대와 비교해서는 그렇다) 라는 결론입니다.ㅋㅋ

 

최종 결론을 내리기 앞서... 3년 전, 샌디브릿지-E 기반 HEDT CPU를 리뷰하며 제가 적었던 총평을 읽고 넘어가도록 합시다.

사실 샌디브릿지-E와 하스웰-E는 그 등장을 둘러싼 여건들이 놀라울 만큼 비슷합니다. 성공적인 '틱' 이었던 전임자들(웨스트미어 / 아이비브릿지), 그들 대비 엄청나게 커진 다이, 그리고 어머니 인텔에게 효도하는 자식이 되기 위해서는 그 만큼 더 높아진 단위면적당 성능이라는 기준치. 3년 전에 저는 어떤 언급을 했었을까요?

 

 

위와 동일한 기준(criteria)을 적용했을 때 과연 코어 i7 5900/5800 시리즈를 성공작이라 평가할 수 있느냐, 참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일단 (위의 저 글을 쓸 당시) 코어 i7 3900/3800 시리즈에는 가차없는 '아쉬움 폭격'을 날렸던 저였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의 하스웰-E는 -특히 i7 5960X는- 코어 수 자체가 전세대 대비 많아졌습니다. 즉 대단히 뚜렷한 발전 역시 함께 따라왔단 것이죠. 결국은 사용자의 워크로드가 싱글스레드 퍼포먼스와 멀티스레드 성능 중 어느 쪽을 겨냥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론이 많이 허무한가요? 하지만 사실 요즈음 컴퓨팅의 발전방향 자체가 그렇습니다. 앞서 블룸필드 -> 걸프타운으로의 HEDT의 이행이 상당히 격변이었단 언급을 했었는데 (아, 안 했었나요?) 이후 2년간을 내리 코어 갯수 변화 없이 정체되어 있었단 건 인텔 CPU 발전사(史) 전체를 반추해 보더라도 분명 이례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의 저변에는 무어의 법칙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요소들 -배선폭이 나노미터 단위에 진입하면서 더욱 거세져 가는 물리학적 장벽, 제조공정이 심화됨에 따라 상승하는 웨이퍼 단가,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성능집약을 지양하는 컴퓨팅 환경- 과 상업회사로서의 인텔의 부단한 타협이 있었음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i7 4960X의 6코어에서 2개가 늘어난 8코어가 되었다고 i7 5960X를 칭찬했지만, 사실 '3년만의 33% 증가'는 과거 인텔의 기준에 비하면 한참 기대에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이와 더불어 네할렘 세대에서는 2:1의 비율이었던 서버용 다이:데스크탑용 다이의 코어 수가 웨스트미어/샌디브릿지 연립정권(-_-) 당시에는 2.5:1(= 10코어:4코어)로, 아이비브릿지 세대에서는 3.75:1(= 15코어:4코어)를 기록한 데 이어 하스웰 세대에서는 4.5:1(= 18코어:4코어)로 재차 신기록을 세웠단 점 역시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데스크탑 시장에서의 '요구성능', 내지는 '기대성능'의 정체로 말미암아 그나마 비교적 무어의 법칙을 충실히 따라 온 서버 시장과의 괴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시기에 우리가 살고 있단 것이죠. 어쩌면 불과 몇년 지나지 않아 데스크탑과 서버가 같은 CPU 다이를 공유했었다는 사실이 전설처럼 전해지게 되지 않을지, 조금은 우울한 결론을 내리며 이 글을 마치려 합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지금까지 주절거려 온 바로 그 이유 (= 서버 CPU와 데스크탑 CPU의 양극화)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제온들을 리뷰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지금부터 보여 드릴 그림들은 (이미 이 리뷰의 본론은 끝났지만) 제 앞으로의 리뷰 계획? 내지는 리뷰의 이상향쯤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제온 E- 시리즈의 리스트입니다. 샌디브릿지/웨스트미어 연정이 E- 시리즈 첫 세대를 구축했고, 아이비브릿지 세대에 v2라는 접미사가 붙으며 하스웰 세대엔 v3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이 보다 직관적으로 제온 프로세서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는 인텔이 어느 방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됩니다.

 

 

리스트에 있는 것 중 특색있는 것들을 꼽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빨간 원 안에 있는 것들은 (비슷한 인접 가격대의 모델넘버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작동속도에 최적화된 모델입니다. 반대로 녹색 원 안에 있는 모델은 인접 모델넘버들보다 작동속도가 낮은 대신 코어 갯수가 많습니다. 이런 지엽적인 모델을 통해 싱글스레드/멀티스레드 모두를 중시하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 한편, 같은 모델넘버끼리를 비교하면 인텔의 지향점이 보다 명확히 드러납니다.

 

예컨대 (3세대에 걸쳐 공통적으로 frequency-optimized로 분류되는) E5-2687W (v1) / v2 / v3 만 놓고 보더라도 앞의 두 세대와 달리 하스웰에서는 작동속도를 약간 낮추는 대신 코어 갯수를 두개 더 늘리고 있으며, E5-2690 (v1) / v2 / v3을 비교하면 아예 꾸준히 8코어 -> 10코어 -> 12코어로 지속적인 멀티스레드 성능의 증가를 꾀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클럭지향적인 노선의 마지막이 지금의 하스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i7 4790K를 넘어서는 클럭은 더 이상 나오지 않으리라는 추측도...???

 

 

한편, E5 라인업의 최상위 제품들만 비교하자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각각 세대별로 8코어 / 12코어 / 18코어로 정확히 50%씩 코어 갯수를 늘려 왔다는 점입니다. 매년 50%의 향상은 곧 매 2년마다 약 2배씩의 향상을 의미하기에 무어의 법칙이 가장 잘 드러난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며, 데스크탑 진영의 발전상과 가장 큰 대비를 이루는 구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제온 중에서도 최상위 라인업인 E7 모델들을 비교하자면 1세대에서 2세대로 이행할 때 마찬가지로 50%의 코어 갯수 증가를 이뤘는데, 이 추세가 3세대에서도 이어질지 여부는 앞으로 등장할 하스웰-E 기반 E7 제온의 면면을 보아 파악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쯤에서 감히 한 가지 예측을 끼워 넣자면...

앞서 (이 글의 첫 부분에서) 하스웰-E의 다이 구조를 살펴볼 때 아래와 같은 그림을 보신 기억이 날 겁니다.

 

 

우측 빈 공간에 6개의 코어를 추가하기 딱 좋아 보이지 않나요? ^^;;;

 

 

대충 위와 같은 모양이 되겠죠.

 

보시다시피 18코어 하스웰-E 다이의 확장형으로 24코어 다이가 그려지며, 마침 이 숫자는 전세대 E7 제온이 코어 갯수를 1.5배 늘린다면 달성해야 할 '22.5코어' 란 숫자와 가깝기도 합니다. 하스웰-E 기반 E7 제온이 예상대로 나올지 안 나올지조차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만약 가까운 미래에 24코어 제온이 등장하게 되면 이 구절을 한번쯤 다시 상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암튼. 조만간 위에 나열된 모든 제온들을 바탕으로 <BEST CPU FOR SERVER & WORKSTATION> 같은 시리즈물을 연재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리뷰를 마칩니다. 어째 주인공인 코어 i7 5900/5800 들보다 다른 제품 얘길 더 많이 한 것 같네요 ^^;;;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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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위젯은 일종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티스토리 '밀어주기' 서비스 위젯입니다. 100원부터 3000원까지의 범위 내에서 소액기부가 가능하며, 이런 형태의 펀딩이 성공적일 경우 '이해관계자로부터 독립된 벤치마크' 의 지속 가능한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후원 없이 제 글을 읽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