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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 Column/ict_lec_col

홍정연 AMD 아태지역 PR총괄 인터뷰

Author / Interviewer : Daeguen Lee

Photographer : Hae O Reu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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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오후, 청담동 씨네시티 프라이빗 시네마에서 열린 AMD 신기술 브리핑이 끝난 뒤 쿨엔조이/플레이웨어즈 운영진과 한 테이블에 앉아 오찬을 함께 했다. 식사가 끝나고 두 커뮤니티 운영진 및 방한한 AMD 관계자는 별도의 라운드테이블 세션을 가졌으며, 세션 종료 후 글쓴이는 IYD와 아이티엔조이를 대표해 AMD Asia Pacific & Japan Regional PR Lead(아태지역 PR총괄)인 Sophia Hong(홍정연)씨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AMD의 당면한 PR 이슈 외에도 그간 뉴스를 보며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질의와, 한국인으로서 게다가 여성으로서 글로벌 IT기업의 해외본부에서 근무하는 흔치 않은 커리어의 소유자로써 홍정연 차장 개인에 관해 독자 여러분이 궁금해할 질문들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음을 밝혀 둔다. 인터뷰이로 홍정연 APJ Regional PR Lead, 인터뷰어로 글쓴이가 마주 앉았으며 AMD의 홍보대행사인 에델만 코리아 이진호 과장, 아이티엔조이 김해오름 매니저가 각각 배석했다.



 


이대근(이하 대근) : 안녕하세요 차장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MD의 PR파트에 몸 담고 계시니만큼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되는데, (웃음) 우선 흔치 않은 커리어를 쌓고 계신 차장님 개인에 관해 궁금해할 독자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학창 시절부터 현재까지 지나온 길을 간단히 설명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홍정연 AMD APJ Regional PR Lead(이하 홍) : 안녕하세요 대근씨. 긴장이 많이 됩니다. (웃음) 저는 대학교에서 서양사와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습니다. 졸업할 무렵까지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기업에서 인턴십을 이수하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요즘처럼 필수 스펙으로 인턴을 하는 건 아니었죠. 당시만 해도 그리 흔한 기회는 아니었는데, 방학 때 지원한 로레알 인턴에 합격해 처음으로 직장 경력을 쌓았습니다.


홍보 분야를 맡았는데 개인적으로 일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게다가 돈까지 받았죠. (웃음) 이쪽 일이 굉장히 보람되고 좋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 진학 대신 취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생활은 에델만에서 시작했습니다.


대근 : 여기 과장님 (주 : 배석한 에델만 이진호 과장을 말함) 계신 그 에델만인지요?


: 네. 맞습니다. 에델만에서 처음 맡은 고객은 마이크로소프트였고 엑스박스를 비롯한 주변기기 홍보를 맡았습니다. 다만 그때는 제가 게임이란 분야를 잘 모르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잘 융합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같은 회사에서 헬스케어 파트로 옮겨 한국 MSD (주 : 제약회사) 를 담당하게 됐었고, 이후 한국 화이자(Pfizer)로 이직해 6년간 홍보 및 마케팅분야 업무를 맡았습니다.


아시다시피 화이자는 제약업체인데, 한국 시장은 전세계 시장규모에 비하면 상당히 작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단위나 적어도 아시아권 등 리젼(region, 권역)쪽 일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AMD APJ에서 리젼 PR 관리자 공석이 생겼고, 재작년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AMD에서 근무한 지 만 2년이 되어 갑니다.

 


대근 : 자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어떤 편견을 갖고 여쭙는 게 아니란 설명을 미리 드리자면, 사실 여성으로서 IT기업에 몸 담고 있다는 것이 흔치 않은 그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AMD라는 회사를 선택한 계기라든지, 기존 다른 산업계를 다루던 경험이 AMD에서의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맞습니다. 사실 반도체 회사는 당시에 전혀 몰랐습니다. AMD에서 이러이러한 기준(criteria)을 갖춘 인력을 채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검색도 해 봤었죠. 좋은 회사더군요. (웃음) 무엇보다 당시 채용하고자 하는 기준에 제 경력이 부합하기도 했었고요.


화이자는 처방약 전문 제약회사입니다. 약국에서 물건 사듯 살 수 있는 약이 아니라 대부분 병원에서 의사의 진단과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즉 B2C 영업이 매우 제한적이고 대부분의 포트폴리오가 B2B에서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AMD는 물론 B2C 역시 건재하지만 B2B의 비중을 높여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큰 틀에서 이러한 영업을 접한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고요.


개인적으로 반도체, IT, 이런 분야에 배경지식이 별로 없어 채용면접 당시에도 면접관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문외한인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PR을 해야 소비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다면 남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을 AMD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일반 소비자들과 게이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것.

 


대근 : 해외에서 근무하시며 어려운 부분은 없습니까? (주 : AMD APJ 본부는 싱가폴에 소재) AMD에서 다뤄야 하는 업무 중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방식과 로컬에서의 여러 차이점, 괴리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겪은 어려움이나, 로컬에서의 성공, 실패사례가 글로벌 전략에 피드백되어 영향을 준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APJ 권역은 10여개 국가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 나라별로 시장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각국의 중요성을 본사에 어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도전적인 과정의 연속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 일본, 호주는 성숙한 시장인 반면 동남아나 인도는 이머징 마켓(성장하는 시장)으로 분류되는데, 각국에서의 성장세 등이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이에 관한 본사의 시각을 시시각각 교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또한 타 권역과 APJ를 비교하자면, 미국이나 유럽은 온라인게임보다는 콘솔, 패키지게임의 비중이 더 큰데 한국은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이런 여러 측면을 고려해 지역별, 국가별 전략을 짜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팔이 아무래도 안으로 굽다 보니 제가 맡은 APJ 내에서도 한국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본사에서도 한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고충이라면 아무래도 한국에서만 살다 싱가폴로 건너와 보니 친구를 새로 사귀는 것도 어려웠고, 현지에 지인들이 많이 없어서 적적하기도 했고. 그렇습니다.


글로벌과 지역의 전략 차이가 없을 수 없죠. (주 :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몇 가지 과거 프로모션상의 이견 사례를 열거했다.) 글로벌 전략이 현지에 안 맞는 경우는, 제가 잘라내죠. (웃음)  가장 괴리가 큰 것은 가격 정책입니다. 미국 시장은 채널이 한국만큼 다양하지 않아 대표적인 사이트들, 예를 들면 뉴에그나 아마존 등을 관리하면 됩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시장의 규모는 작아도 훨씬 다양한 채널들이 공존하고 있어 더 어려운 편입니다. 정리하자면 북미지역에 경도된 본사의 시각을 교정해주는 것이 지역 담당자의 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근 : AMD에서 최근 국가별 조직을 폐지하고 사업부별, 기능별로 구조개편 중이라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이에 관한 설명을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 전임 CEO인 로리 리드 전 회장이 ‘AMD를 다각화하겠다, 2015년까지 서버, 엔터프라이즈, 세미커스텀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전체의 50%까지 끌어올리겠다’ 는 비전을 수립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데스크탑 PC 부문이 80이었다면, 20에 불과하던 나머지 부분을 50까지 올리겠다는 뜻입니다. 그러한 방향에서 작년 10월부터 사내 조직 자체를 ‘컴퓨팅 & 그래픽스’ (CG) 부문과 ‘임베디드, 엔터프라이즈, 서버 & 세미커스텀’ (EESC) 부문으로 나누게 되었고 현재까지 이 체제에 맞춰 조직개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CG 부문은 다시 CPU, GPU, APU 등을 담당하는 '컴포넌트component' 부문과 완제품, OEM을 담당하는 '컨슈머consumer' 부문, 기업용 PC를 담당하는 '커머셜commercial' 부문으로 나뉩니다. APJ지역 총괄인 데이비드 베넷 부사장도 최근 월드와이드 커머셜 담당 부사장직을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대근 : 모든 국가가 그렇겠지만, 한국의 경우 AMD 코리아가 없어진다면 시장 관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AMD 본사에 대한 한국시장의 발언권이 축소되는 것 아닙니까?


: 우선 AMD 코리아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고요, 본사와 각 부문, 기능별로 버티컬(vertical, 수직적)하게 연결되게 되었지만 국가마다의 특색에 따라 각 부문별 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현재에도 활발히 부문별 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가 단위보다 기능 위주로 회사의 조직이 변경되었고 이를 통해 프로세스가 훨씬 단축되고 현안에 더 기민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영업부문에 있어 사업부문별로 가지는 공통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시장 반응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근 : 한국 내에는 AMD 외에 200여개의 외국 기업이 진출해 있고, 이 중 경쟁사라 할 수 있는 엔비디아와 인텔 코리아는 각각 전사적 차원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거나 독자적인 경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 : 엔비디아 코리아에는 모바일 R&D 센터가 있어 쉴드 태블릿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며, 인텔 코리아는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올라웍스에 대한 독자적인 M&A를 수행한 바 있다.) AMD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핵심 사업기능을 분산 수행하는 것이 있는지, 혹시 한국에 이러한 기능을 배치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AMD의 지역본부가 독자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케이스는 제가 아는 한 없습니다. 다만 중국지역 총괄본부는 드라이버 개발과 관련해 현지의 소프트웨어 회사와 협력하는 사례는 있다고 합니다. (주 : 중국, 대만, 홍콩은 APJ와 별도로 ‘China’ 라는 권역 본부가 관할한다) 중국 같은 경우는 MS가 공식적으로 지원을 종료했음에도 여전히 윈도우 XP의 점유율이 가장 높습니다. 예를 들어 카탈리스트 오메가를 XP용으로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글로벌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한국이나 중국 같은 경우, 본사 차원의 지침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을 공략하라는 미션이 있고, 이와 관련해 AMD 코리아에서 굴지의 국내 게임개발사와 협력을 진행 중입니다. 싱가폴 같은 경우는 카리조-L 등 저전력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R&D센터가 있습니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해외나 한국에 핵심 기능을 이전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근 : 감사합니다 차장님. 긴 인터뷰에 성심성의껏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빈약한 질문에 비해 풍성한 답변으로 재미있는 인터뷰가 된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인터뷰에 응해 주신 홍정연 차장님, 인터뷰가 성사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에델만 코리아의 이진호 과장님, 박승국 대리님, 기타 관계자 여러분 및 저번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님 인터뷰에 이어 이번 인터뷰에도 포토그래퍼로 수고해 주신 김해오름 아이티엔조이 매니저님께 특별히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