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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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본 5K 아이맥의 그래픽 솔루션이 기본 라데온 R9 M290X에, 업그레이더블 옵션이 M295X란 소식에 둘 다 데스크탑용 라데온 HD 7800쯤 되려나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내 잊어버린 채 이틀여를 보내다 방금 다시 생각난 김에 AMD GPU 차트를 찾아보고 깊은 혼란에 빠졌다. AMD의 작명 센스는 왜 이 모양인 것인가.

 

일단 M290X로 말하자면, 예상한 바와 같이 HD 7800 시리즈와 같은 Pitcairn GPU 기반이기는 하다. 이 칩은 SP가 1280개고 TMU가 80개고 ROP가 32개... 이렇게 얘기해봐야 잘 안 와닿을 테니. 요즘 세대 데스크탑 그래픽카드로 치면 라데온 R9 270X와 같다. 모바일과 데스크탑의 넘버링 규칙이 다른 것이야 경쟁사들도 그렇게 해 온 관행이고, 데스크탑의 270이 모바일로 내려와 290이란 숫자를 달고 앉은 것을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내가 궁금한 것은 모델넘버와 성능 사이의 함수관계다.

 

현 세대 라데온의 작명 규칙은 다음의 두 가지를 따른다 : 끝자리는 0 또는 5 / 접미사 X가 있거나 혹은 없거나. 이에 따라 데스크탑용 라데온은 250 / 250X / 260 / 260X / 265 / 270 / 270X / 280 / 280X / 285 / 290 / 290X... 등으로 모델넘버가 매겨진다. 누락된 (가능한) 모델넘버를 꼽아 보더라도 255 / 265X / 285X 등 몇개 되지 않을 만큼 촘촘하게 라인업을 배치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모바일 라데온의 현존하는 라인업은 아래와 같다. 편의상 위에 열거한 것 중 가장 낮은 모델인 250과 매치되는 것부터만 적었다.

 

M265X / M270X / M275X / M290X / M295X

 

뭔가 휑하지 않은가. 이들 중 M265X / M270X / M275X는 데스크탑의 250~250X 사이에 고스란히 포획된다. 데스크탑 시장에서는 단 한 단계의 차이일 뿐인 라인업 사이를 얇게 쪼개 무려 3개를 파생시킨 것까지도 일단 양해하고 넘어가자면, 다른 한편으론 정 반대의 상황을 접하게 된다. M275X와 M290X는 서로 인접한 모델이지만 이 사이엔 무려 데스크탑의 260 / 260X / 265 / 270 4개 SKU가, 한발 양보해 SKU 단위가 아닌 칩 단위로 세더라도 Bonaire PRO/XT / Pitcairn PRO/XT의 4개 GPU가 끼어들어가 있다. 한 마디로 SKU끼리의 간격이 전혀 일정하지 않다.

 

어쨌든 M275X와 M290X 사이엔 15라는 산술적 차이가 있으니 이것 역시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보자. 그렇다면 (5K 아이맥의 실질적 주인공이기도 한) M295X는 M290X와 단 "5"만큼의 차이밖엔 없는 것이겠지, 라고 추측하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M295X에 사용된 칩은 다름아닌 Tonga XT. 데스크탑에서 이 GPU를 쓴 똑같은 모델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기능이 일부 제한된 Tonga PRO 칩이 라데온 R9 285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어 있다. 참고로 Tonga XT가 시제품화될 경우 그 성능은 280X와 290의 사이쯤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한 마디로 M290X와 M295X 사이엔, 모델넘버와는 어울리지 않게 너무 큰 격차(= SKU 기준 280 / 280X / 285 3개, 칩 기준 Tahiti PRO/XT / Tonga PRO 3개)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넘버링 규칙에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정성적으로' 논한 넘버링 규칙의 불규칙성은 사실 성능 지표와 모델넘버 사이의 불비례에 기인한다. 이를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 (읽는 이의 몰입을 방해하는 까닭에 정량적인 데이터 사용을 좋아하지 않지만,) 직접 테스트해 얻은 숫자들을 좀 데려와 보았다. 모델명 우측의 숫자는 종합적인 3D 그래픽 성능을 점수화한 것이다.

 

250 = M265X : 2073
250X = M275X : 2809
(265)
(270)
270X = M290X : 5025
(280)
(285)
280X와 290의 사이 = M295X : 약 8000

 

보다시피 데스크탑 제품들이 라인업간의 간격에 대체로 비례한 점수 분포를 보이는 것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290"이라는 숫자와 "295"란 숫자 사이에 거의 두배 가까운 성능 격차가 반영되어 있단 사실을 대체 누가 믿을 것인가.

 

어쨌든. 잠재적인 5K 아이맥 구매자들이여. 모델넘버가 단 "5"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고 M290X를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M295X와 M290X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그리고 5K란 해상도는 그 차이를 어물쩍 뭉갤 만큼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덧붙여 M290X를 M295X로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은 (5K 아이맥 가격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250달러밖에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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