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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chmark/vga_bench

The IYD Report : PC Build Guide - Feb & Mar 2016

Author : Daeguen Lee, Jin Hyeop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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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CPU 시장 톺아보기

2. VGA 시장 톺아보기

3. 롤밖에 모르는 당신을 위한 추천견적

4. FHD 패키지게임용 추천견적

5. QHD 패키지게임용 추천견적

6. UHD / VR용 추천견적

7. 고성능 ITX 게이밍 머신

8. Executive Summary

 

 

 1. CPU 시장 톺아보기

 

지난 1월호 이후 CPU 시장에는 민망하리만치 아무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인텔은 하스웰에서 스카이레이크로의 세대교체를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비 K모델 및 제온 E3에 오버클럭의 가능성을 불어넣겠다던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들의 움직임은 인텔의 완강한 반대에 밀려 분쇄되어 버렸습니다. AMD는 여전히 APU를 주력으로 밀고 있으며, 내장그래픽 없는 CPU로 FX 시리즈와 애슬론 X4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나 예비 구매자들의 관심을 그리 크게 끌고 있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FX는 이미 4년 전 출시된 파일드라이버 아키텍처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것은 AMD가 현역으로 가동하는 아키텍처들 중에서도 2세대 전의 아키텍처입니다) 애슬론 X4는 동일한 폼팩터를 사용하는 APU의 존재감에 일찌감치 밀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꺼진 불도 다시 보랬듯, 지난 두 달 사이 CPU 시장에서의 유일한 변화가 AMD 진영에서 있었단 사실은 꽤 흥미롭습니다. 특히 AMD의 CPU 중에서도 가장 존재감 없는 애슬론 X4 패밀리에 최신 아키텍처 '엑스카베이터'를 적용한 모델이 추가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이 얘길 좀 있다 하기로 하고, 조금 덜 임팩트있는 - 그렇지만 예비 구매자들에게는 더 크게 와닿을 소식을 먼저 소개해 보죠. 바로 특정 FX, APU 및 애슬론 X4 모델에 선별적으로 적용될 신형 쿨러 'Wraith'를 발표한 것입니다. 더불어 근 4년간 플랫폼에 아무 변화가 없어 최신 인터페이스의 지원에 뒤처져 있던 AM3+ 메인보드가 일제히 갱신되어, 외형적으로나마 최신 메인보드에 뒤지지 않는 멋진 외관과 USB 3.1 등 최신 인터페이스로 무장한 더 넓은 선택지가 주어지게 되었습니다.

 

 

 

엑스카베이터는 5년 전 불도저로 시작된 AMD의 '모듈 아키텍처' 실험의 마지막 장에 해당합니다. 당시 불도저-파일드라이버-스팀롤러-엑스카베이터로 이어지는 4단계 진화의 장미빛 미래를 그리던 AMD의 계획은 당장 첫 단추인 불도저부터가 기대를 너무나 밑도는 성능을 보이며 복잡하게 꼬여 버렸지만, 어쨌든 2011년 파일드라이버 / 2014년 카베리에 이어 2015년 모바일 CPU 시장에 엑스카베이터를 투입하며 로드맵을 완성해냈는데요. 엑스카베이터 아키텍처의 가장 큰 특징은 직전 세대의 스팀롤러 대비 L1 데이터 캐시 용량이 2배 늘어난 것입니다. 앞서 스팀롤러는 파일드라이버/불도저 대비 L1 명령어 캐시를 2배 늘렸던 바 있어, 결과적으로 엑스카베이터는 파일드라이버/불도저보다 총 2배 늘어난 L1 캐시 용량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성능에 관해서는 IYD에서 상세한 리뷰를 준비 중이나 간단히 옮기자면 스팀롤러 대비 10% 향상된 IPC를 갖습니다.

 

10%라는 IPC 상승은 분명 견조한 발전이나, 그렇다고 해서 엑스카베이터가 CPU 시장 전체의 헤게모니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는 누구도 -심지어 AMD조차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애슬론 X4로 출시했겠죠. 그러나 이 제품은 올 연말 출시예정인 'Zen'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나아가 그 성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Zen이 IPC를 40% 끌어올렸다는 '전세대 아키텍처'의 기준이 바로 엑스카베이터이기 때문이죠. 곧 공개될 IYD의 새 글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이번 달의 CPU 시장 동향 브리핑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 VGA 시장 톺아보기

 

지난 두 달 사이 VGA 시장에는 묘한 기대가 감돌았습니다. 크로노스 그룹이 차세대 로우레벨 범용 API인 '벌칸'을 정식으로 공개했으며(링크)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렉트X 12도 점차 지원을 늘려 가는 추세에 있었고, 무엇보다 이 업계의 빅2인 AMD와 엔비디아가 각각 자사의 신제품이 머지 않았다는 시그널을 끊임없이 주었기 때문입니다. 양사의 '지금'을 관통하는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VR이겠죠. 엔비디아는 진작부터 발빠르게 오큘러스VR, HTC 등과 협력하여 이들의 VR 헤드셋을 사용하는 리뷰어들을 위한 벤치마크 가이드를 배포하기도 했고(링크), AMD 역시 VR 컨텐츠 개발과 소비를 모두 겨냥한 비밀병기 라데온 프로 듀오를 출시했습니다(링크).

 

전문가용 그래픽카드 영역에서도 이들은 조금도 가만히 있질 않았는데, AMD가 가상화에 최적화된 새로운 파이어프로 2종을 발표한 것(링크)이나 엔비디아가 쿼드로 M6000의 VRAM 용량을 두 배 늘려 리뉴얼한 것(링크) 등이 이러한 움직임에 포함됩니다. 물론 이러한 행보를 '진정한 차세대 제품'이 늦어지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 역시 존재합니다. 단적으로 AMD는 HBM2를 탑재한 '베가'를 올 연말께나 선보일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엔비디아 역시 연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1세대' 파스칼의 경우 HBM2가 아닌 GDDR5/GDDR5X 메모리를 사용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링크).

 

그러나, 냉정히 돌아보면 구호만 요란했지 실제 유저들의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없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 두 달 전과 비교해 VGA 시장에서 '실제로' 달라진 것이라곤 일부 하위 모델이 단종되고 가격이 미세조정되는 등 마이너한 부분밖엔 없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 글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 순 없죠. 이 달의 시장 동향을 한번 살펴봅시다. 먼저 메인스트림급 VGA부터 보겠습니다.

 

 

 

 메인스트림 VGA 명예의 전당

IYD 공식 추천 제품

HV 지포스 GTX750 Ti Super OverClock Edition D5 1GB

14만 8천원

GIGABYTE 라데온 R7 360 UD2 OC D5 2GB 미니미

13만 7천원

GAINWARD 지포스 GTX750 OC D5 1GB

12만 8천원

카베리 A8 + SAPPHIRE 라데온 R7 250 D5 1GB

9만 1천원

카베리 A8 + GIGABYTE 라데온 R7 240 UD2 D3 2GB WING-100

8만 1천원

갤럭시 지포스 GT730 GC D5 1GB LP

6만 5천원

눈여겨볼 제품

GAINWARD 지포스 GTX750 Ti OC D5 1GB

13만 3천원

GIGABYTE 지포스 GT740 UD2 OC D5 2GB WING-100

11만 5천원

카베리 A8 내장그래픽 (라데온 R7 384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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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카이레이크 내장그래픽 (HD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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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 팔리는 VGA 중 이 세그먼트에 속한 것은 총 107종입니다. 그 중 IYD는 6종의 공식 추천 제품과 4종의 눈여겨볼 제품을 위와 같이 선정했습니다. 이들 중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지난 1월호에 이어 이번에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카베리와 함께' 라는 단서가 붙은 제품들입니다. 라데온 패밀리의 엔트리급 모델들인 라데온 R7 240/250이 그들이죠. 이들은 GCN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으며 AMD A 시리즈 APU의 내장그래픽과 일종의 크로스파이어인 '듀얼 그래픽스' 구성을 통해 라데온 R7 250X / 지포스 GT 740급의 성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카베리가 처음 나왔을 즈음만 하더라도 APU의 가격이 상당히 비싸 '저가형 그래픽카드와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었지만 (=그 가격이면 더 고성능 VGA와 인텔 CPU 조합을 살 수 있었습니다) APU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진 지금은 대단히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만약 20인치 미만의 모니터, HD 이하의 해상도에서 롤을 즐기는 게 유일한 목표라면 별도의 그래픽카드 없이 스카이레이크 내장그래픽(HD 530)으로도 충분한 프레임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모니터를 22인치 정도로라도 올리게 되면(HD+) 적어도 카베리 A8급의 내장그래픽은 되어야 끊기지 않는 롤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모니터 크기 23인치 이상, FHD 이상의 해상도로 롤을 즐기고자 한다면 카베리로도 조금 부족한데, 브로드웰 i7 5775C / i5 5675C에 탑재된 아이리스 프로 6200 내장그래픽은 이 해상도를 커버할 수 있지만 이들의 가격은 30~40만원에 달해 그 돈이면 APU를 사고도 20~30만원짜리 그래픽카드를 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렴한 롤 머신이라는 정신과는 맞지 않죠. 따라서 브로드웰 i7 / i5를 오로지 내장그래픽 용도로만 쓰기 위해 구매하는 것은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가격대가 좀 다르긴 하지만, 같은 이유로 고다바리나 카베리 A10 대신 카베리 A8을 추천한 것이기도 합니다) 대신 카베리 + 라데온 R7 240의 듀얼 그래픽 구성이나 인텔의 저가형 CPU + 지포스 GT 730/740 구성을 고려해봄직 합니다.

 


 

 

이번에는 퍼포먼스급 VGA의 차례입니다. 여기도 작년 11월의 라데온 R9 380X 출시 이후 다섯 달째 신제품 소식이 없어 심심한 편인데, 구제품의 자잘한 단종이 이어져 지난 1월보다도 대조군 수가 더 줄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역시 작년 12월 대비 14종의 대조군이 감소했던 바 있죠. 과연 가물어 가는 시장에도 건질 만한 알짜배기가 있을지 살펴봅시다.

 

 

 

 퍼포먼스 VGA 명예의 전당

IYD 공식 추천 제품

ZOTAC 지포스 GTX960 AMP! 아이스스톰 D5 2GB (*)

26만 2천원

Colorful 지포스 GTX960 iGame-U OC D5 2GB Shark

25만원

SAPPHIRE 라데온 R9 380 OC D5 2GB Dual-X NITRO

24만 9천원

갤럭시 GALAX 지포스 GTX950 EXOC 개간지 D5 2GB

21만 3천원

 PowerColor 라데온 R9 370X D5 2GB PCS+ (*)

19만 7천원

SAPPHIRE 라데온 R7 370 OC D5 2GB Dual-X (*)

18만 3천원

눈여겨볼 제품

GIGABYTE 라데온 R9 280 UDV D5 3GB WINDFORCE S4

22만 5천원


이 카테고리에 속한 총 103종의 VGA 중 IYD는 6종의 공식 추천 제품과 1종의 눈여겨볼 제품을 선정했습니다. 지난 1월호에서 선정되었던 추천 제품 6종 중 3종은 이번 달에도 자리를 지켰고 (* 표시된 모델) 나머지 세 자리는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되었는데, 특히 PowerColor 라데온 R9 370X D5 2GB PCS+ 제품은 작년 12월과 지난 1월에 이어 3연속으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20만원 미만의 가격에 경쟁상대인 지포스 GTX 950보다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이 제품의 매력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퍼포먼스 시장은 근 다섯달째 별다른 이슈가 없어, 대부분의 대조군이 성능 순으로 가격이 매겨져 있으며 그나마도 거의 평탄해보일 만큼 평준화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바꿔 말해 예산 범위 내에서 무엇을 사든 낭패를 볼 일은 없으리란 얘긴데요.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신제품 소식이 들려와 AMD / 엔비디아 양사의 퍼포먼스 라인업이 흥미진진하게 재편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이엔드 VGA 시장을 살펴봅시다. 이곳 역시 신제품의 투입 없이 구제품의 단종만이 이어져 지난 1월보다도 10종의 대조군이 순감소했습니다. 작년 12월보다는 무려 20종이 줄어든 것입니다. 총 92종의 대조군 중 어떤 제품들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는지 한번 살펴봅시다.

 

 

 하이엔드 VGA 명예의 전당

IYD 공식 추천 제품

ZOTAC 지포스 GTX980 Ti AMP! Extreme Edition D5 6GB

98만 5천원

inno3D iChiLL 지포스 GTX980 Ti D5 6GB X3 Ultra

87만 8천원

SAPPHIRE 라데온 R9 FURY OC HBM 4GB Tri-X NITRO BACKPLATE

76만 3천원

GIGABYTE 라데온 R9 NANO HBM 4GB

70만 5천원

GIGABYTE 라데온 R9 390 SOC D5 8GB G1 게이밍

42만 3천원

inno3D 지포스 GTX970 OC D5 3.5GB

40만 8천원

눈여겨볼 제품

inno3D 지포스 GTX980 OC D5 4GB X3 HerculeZ

65만 1천원

SAPPHIRE 라데온 R9 390 OC D5 8GB Tri-X NITRO BP X Edition (*)

(* : 라데온 R9 390X 바이오스로 개조하는 것 전제로 추천)

46만 8천원

 

IYD는 6종의 공식 추천 제품과 2종의 눈여겨볼 제품을 추천하여 어느 때보다도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여기서도 4종은 지난 1월에 이어 연속으로 자리를 지켰고 2종은 새롭게 선정된 것인데요,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지난 1월 눈여겨볼 제품으로 선정되었다가 마침내 공식 추천에 이름을 올린 <SAPPHIRE 라데온 R9 NANO HBM 4GB> 입니다. 두 달 사이 갑자기 성능이 좋아졌을 리는 없고, 가격이 하락해 가성비가 더욱 좋아진 것이 선정의 이유입니다.

 

한편, 이 제품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던 대부분의 지포스 GTX 980 비레퍼런스 제품들은 라데온 R9 나노의 가격 인하로 상대적인 경쟁력 악화 상태에 놓이게 되었으며, 그 결과 이번 달의 공식 추천 모델에는 지포스 GTX 980이 단 한 제품도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해상도가 오를수록 라데온 R9 나노는 GTX 980보다 GTX 980 Ti에 더 근접한 성능이 된다는 점을 상기합시다.) 유일하게 inno3D 지포스 GTX980 D5 4GB X3 HerculeZ 제품이 눈여겨볼 제품에 이름을 올렸을 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간 끊임없이 상위 모델로의 개조 떡밥이 존재하여 라인업 흐리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AMD가 이제 대놓고 '개조하세요' 라는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눈여겨볼 제품 중 SAPPHIRE 라데온 R9 390 OC D5 8GB Tri-X NITRO BP X Edition 은 일단 이름이 의미하듯 라데온 R9 390에 해당하는 모델이나, 뒤에 붙은 "X Edition" 이라는 수식어가 대단히 모호한 의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흡사 접미사 X의 유무로 라인업을 갈라 놓는 명명법을 이용해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죠.

 

실제로 이 제품은 (그동안은 최소한 명목상으로나마 '어딘가 불량인' 컷팅 칩을 썼던 비 X 버전과 달리) 아예 R9 390X와 동일한 하와이 XT 칩셋을 탑재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이에 관해 플레이웨어즈(링크), 하드웨어배틀(링크) 등 여러 커뮤니티에서 실제 안정적인 R9 390X로의 개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심지어 AMD 코리아는 해당 사실을 마케팅에 역이용하기도 하는 등(링크) 유체이탈급(...)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라인업 사이의 위계를 무너뜨리고 문란하게 만드는 이러한 제조사의 처사가 과연 옳은지와는 별개로, 예비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R9 390 가격에 한 등급 위인 R9 390X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바이오스 개조를 전제한 경우에 한해 해당 모델을 추천하는 것으로, 눈여겨볼 제품 목록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상으로 VGA 시장 분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견적 추천에 들어가 봅시다.

 

 

 

 3. 롤밖에 모르는 당신을 위한 추천견적

 

오른쪽의 추천견적은 캐주얼한 온라인게임을 주로 즐기는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간 IYD에서는 여러 차례 패키지게임 성능을 기준 삼아 해상도별 추천견적을 올려 왔지만, 이러한 기준이 패키지게임이 상대적으로 약세인 국내의 사용환경에는 잘 맞지 않는라는 (주로 지나치게 오버스펙이 된다는 관점에서) 지적이 있었고, 실제로도 '리그 오브 레전드' 정도의 게임플레이만을 위해 70~80만원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지난달부터는 여기에 변화를 가해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롤 전용' PC 견적을 새로 추가하게 된 것인데요. 얼핏 생각해 보더라도 롤이나 피파온라인 정도를 위해 견적을 짜 달라는 친구에게, 80만원짜리 견적을 떡하니 던져주는 것은 그리 책임 있는(!) 조립셔틀(...)의 자세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차라리 이 견적을 던져주고 차액이라도 남겨... 읍읍!)

 

단지 성능이 '패키지게임보다 낮은 기준선'에 맞춰졌다는 점 이외에도, 이 장에서 추천하는 견적은 미니 ITX 규격을 상정하고 짜여졌다는 특징을 공유합니다. 물론 ITX 메인보드는 일반 ATX 또는 mATX 규격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고, 따라서 가격이 다소 부풀려지는 단점이 있으나 시스템 전체가 컴팩트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이를 상쇄할 만큼 크다고 보았습니다. '랜파티' 문화가 아직 낯선 한국이지만서도 PC를 게임박스, 콘솔처럼 들고 다니며 친구들과 어디서든 어울릴 수 있는 여건도 이 견적을 짜는 저의 상상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설명에 불구하고 ITX 대신 조금 더 큰 규격의(그러나 더 저렴한) 메인보드를 선택한다면 여기 제시된 가격보다도 더 저렴한 예산에 똑같은 성능의 PC를 구성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단지 설계 철학의 차이랄까요. 무조건 저렴한 저예산의 평범한 PC가 되는 것과 몇만원 더 투자해 유니크한 컨셉의 '차별화되는' PC를 맞출 수 있는 것, 그 중에 저는 후자가 더 가치있다고 여겼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왼쪽 견적은 인텔 펜티엄과 지포스 GT 740 기반, 오른쪽은 AMD 카베리 APU와 라데온 R7 240의 듀얼그래픽 구성을 기반으로 짜여진 것입니다. 둘 모두 FHD 해상도에서 롤을 60프레임으로 즐기기 부족함이 없는 견적이며, 오른쪽 견적의 경우 2~3만원 정도를 더해 R7 250으로 그래픽카드를 교체하더라도 가성비는 여전히 괜찮습니다. 다만 그 이상(R7 250X 이상)의 그래픽카드로 올라가게 되면 듀얼 그래픽 기술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 핸디캡이니 추천하지 않으며, 반대로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아예 달지 않고 AMD A10 또는 A8 시리즈 APU 단독으로 구성하는 것도 FHD 미만의 해상도에서라면 충분히 추천해봄직 합니다.

 

 

 

 4. FHD 패키지게임용 추천견적

 

이 장에서 추천된 3종의 추천견적 중 첫번째 견적(맨 왼쪽)에 주목해 봅시다. 그간 PC 빌드 가이드에서 AMD CPU를 사용한 추천견적은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었는데, 실로 오랜만에 AMD FX CPU 기반의 게임용 PC 견적이 추천 리스트에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FX의 성능이 너무나 뛰어나서라기보다는 비슷한 체급의 인텔 코어 i5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해 상대적으로 VGA에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이 증액되는 효과가 있고, 또한 개별 코어의 성능보다 멀티코어 성능의 총합이 더욱 중요시될 다이렉트X 12 시대를 대비하는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FX-8300과 라데온 R9 380X의 조합은, 뒤의 두 견적(GTX 960 또는 R9 380 기반)보다 10%가량 높은 게임성능을 제공하는, 그러면서도 가격은 비슷한 조합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때마침 1장에서 짚어보았듯 AM3+ 메인보드가 올 초 들어 대대적으로 리뉴얼되어, 과거와 달리 플랫폼의 올드한 이미지 역시 어느 정도는 떨쳐낼 수 있게 된 점도 장점입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해당 견적에는 새로 리뉴얼된 ASRock의 970A-G/3.1 메인보드를 넣어 보았습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코어 i5 기반의 견적이 매력이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위에 언급된 FX의 장점을 뒤집어 보면 인텔 CPU 기반 PC의 장점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데, 가령 개별 코어의 성능이 좋기 때문에 멀티코어 최적화가 잘 안 된 '오래된' 패키지게임이나 온라인게임 성능이 더욱 잘 나오리라는 점이 그것입니다.

 

이상의 세 견적은 모두 75만원대라는 엇비슷한 가격대에 구입 가능하며, 어느 쪽을 구입하든 후회 없이 무난히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단, 올 하반기 초입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엔비디아의 파스칼과 AMD의 폴라리스가 모두 이러한 중형 체급대에 몰려 있단 점을 생각할 때, 과연 이 견적이 얼마나 오래 '추천 견적'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혹 구매가 급하지 않다면, 천천히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5. QHD 패키지게임용 추천견적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만큼이나 오늘날 VGA 시장에서 파워 유저들을 고민에 몰아넣는 선택지가 있다면 단연 GTX 970과 R9 390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문제일 겁니다. 이들은 각각 (지금은 양사의 차상위 칩으로 위상이 낮아진) 맥스웰 GM204와 하와이 GPU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라인업으로, 각각 풀 칩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발군의 가격대 성능비와 함께 상위 모델 대비 한층 나은 전성비를 자랑하는 제품들입니다.

 

둘을 직접 비교하자면 전성비는 GTX 970쪽이, 성능은 R9 390쪽이 조금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고해상도로 갈수록 R9 390의 성능이 상대적으로 좋아진다는 점이 특징이죠. 반면 가격은 GTX 970쪽이 조금이나마 더 저렴해, 종합적으로 선택이 매우 어렵습니다. 일단 현 시세를 기준으로, 2장의 VGA 시장 분석에서 '추천 모델'로 선정된 것을 기준삼아 보면 GTX 970으로 견적을 맞추는 경우가 R9 390 기반 견적보다 조금 더 저렴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큰 차이가 아닌 만큼 개인의 선호에 따라 무엇을 구입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추천 견적에 공식적으로 거명되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으로, 2장 말미에 언급했던 SAPPHIRE 라데온 R9 390 OC D5 8GB Tri-X NITRO BP X Edition 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 제품의 가격은 약 46만원으로 이를 기반으로 견적을 다시 짜면 총 104만원 가량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데, 가격이 다소 오르는 핸디캡은 있지만 R9 390X로의 개조가 매우 높은 확률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GTX 980 / R9 390X급 견적과 동급임을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한 것입니다.

 

두 견적 공통으로, CPU는 인텔의 코어 i5 6500을 선택했으며 오버클럭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메인보드는 ASRock의 B150M PRO4를 골랐습니다. 해당 메인보드가 뭐 대단히 예뻐 골랐다기보다는, (오버클럭이 배제되었기에) Z170을 제외한 LGA1151 규격의 '적당한 부가기능을 갖춘' 모델 중 최저가인 것을 채택한 것입니다. 혹시나 더 저렴한 메인보드가 존재하고, M.2나 멀티 VGA 구성 등 부가기능이 전혀 필요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으로 바꿔 넣으셔도 무방합니다. 반대로 오버클럭을 염두에 두고 계시다면 Z170 메인보드에, K 버전 CPU로의 교체가 필수입니다. 아, 쿨러까지 사야 하겠네요.

 

 

 

 6. UHD / VR용 추천견적

 

오늘날 게이밍 환경의 끝판왕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UHD라는 하나의 답이 어렵지 않게 튀어나왔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VR이라는 것이 추가되었거든요. 아직까지 VR의 표준도, 지원하는 타이틀도 무엇 하나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제조사부터 예비 구매자들에 이르기까지 가장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 바로 VR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오큘러스 리프트, HTC Vive 등의 VR 어댑터 제조사들은 이를 즐기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3024 x 1680 해상도 @ 90Hz' 로 정의한 바 있는데, 이것은 FHD 해상도에서 초당 60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보다 약 3.5배 가량 많은 연산량을 필요로 합니다. UHD가 정확히 FHD의 네 배임을 생각하면, 사실상 UHD 게이밍에 요구되는 조건이 그대로 VR 추천견적에 적용될 수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입각해, IYD에서는 UHD와 VR을 동시에 고려한 추천견적을 이 장에서 제시해 보았습니다. 다만 VR에서 멀티 VGA의 작동 방식은 통상적인 SLI나 크로스파이어와는 전혀 다른 원리를 갖고, 따라서 일반적으로 SLI / 크로스파이어를 통해 '더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는 성능 레벨이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싱글 GPU 그래픽카드가 있다면 가급적 이를 먼저 추천하도록 했습니다. (예컨대 GTX 980 하나보다 GTX 960 두 장이 더 저렴하고, 성능은 엇비슷하지만 앞서 언급한 멀티 VGA로서의 핸디캡을 고려해 추천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싱글 GPU로도 VR-Ready 조건에 부합하는 지포스 GTX 970이 이 장에서 추천하는 견적의 최저선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확히는 GTX 970과 R9 390이 모두 해당하나 둘 중 GTX 970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기에, 이 장에서의 최저예산 견적으로는 GTX 970 SLI를 뽑았습니다. 4/4분면의 견적이 바로 그것입니다. 단돈 172만원으로 조립이 가능하죠.

 

시선을 조금 더 높은 방향으로 올려 보면 GTX 980, R9 390X 등이 우선 가시권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나 둘 모두 가성비의 측면에서 그리 매력적인 대안이 못 되고, 특히 R9 390X는 R9 390 특정 모델로 바이오스 개조가 가능한데다 GTX 980은 더 상위급의 성능을 갖는 라데온 R9 나노 등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첫번째 견적과 뚜렷한 성능 차를 두기 위해 이번에는 R9 나노 크로스파이어 견적을 짜 보았는데, 1/4분면의 견적과 같습니다. 여기엔 232만원의 예산이 소요되네요. 여기까지는 그래픽카드 구성이 최대 2-way에 그친데다, 가성비를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었기에 여전히 LGA1151 플랫폼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코어 i7 6700과 Z170 메인보드를 사용한 것이죠.

 

그러나 그래픽카드를 그 이상으로 올리려면 (특히 갯수를 늘리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LGA1151 플랫폼으로는 결국 성능 한계에 봉착하게 됩니다. 따라서 세 번째 대안에서는 LGA2011-V3 플랫폼으로 교체해 보았는데, 그 결과는 3/4분면과 같습니다. 코어 i7 5820K는 6700보다 많은 6개의 코어를 탑재했으며 쿼드채널 DDR4 메모리를 지원해 더욱 넉넉한 메모리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PCI-Express 라인 수가 28개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다른 LGA2011-V3 CPU보다 불리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2-way 구성이니 이 핸디캡이 성능으로 표면화될 단계는 아닙니다. 여기에 쓰인 그래픽카드는 2장에서 하이엔드 VGA 공식 추천 모델 중 최상위 랭크를 받았던 ZOTAC의 지포스 GTX980 Ti AMP! Extreme Edition으로, 총 시스템 가격은 317만원입니다.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겠으나, 코어 i7 5820K를 사용한 데서 짐작하실 수 있듯 여전히 '가성비'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존하는 부품들을 사용해 무조건 최고의 성능을 꾸려 볼까요. 그 결과는 2/4분면과 같습니다. 우선 CPU를 40개의 PCI-Express 라인을 갖는 코어 i7 5930K로 교체했으며, 그래픽카드로는 SAPPHIRE의 라데온 R9 FURY OC HBM 4GB Tri-X NITRO BACKPLATE를 네 개 달았습니다. 최초 이 장을 써내려가며 기획한 것은 듀얼/트리플/쿼드 VGA 구성시의 최고 성능 조합을 각각 소개하는 것이었지만, R9 Fury의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다소 계획이 변경되었는데요. 구체적으로 GTX 980 Ti 세 개와 R9 Fury 네 개의 가격 차이가 없어진 반면 성능은 압도적으로 후자가 앞서기 때문에 자연히 GTX 980 Ti 트리플은 추천 견적에서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R9 Fury는 R9 Fury X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하기에 똑같이 쿼드 VGA 구성시 40만원이라는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데, 벤치마크 결과 성능 차이가 거의 없어 최고 성능이라는 명분으로 R9 Fury X 쿼드를 추천하는 것도 거의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이상이 R9 Fury 쿼드가 최상위 조합에 사용된 배경입니다. 이 견적의 가격은 465만원입니다.

 

이상으로 글을 마칩니다. 평소보다 늦게 코멘트를 채워넣게 되어 죄송하고 또 지금까지 기다려 이 메세지를 봐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달에도 재미있는 내용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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