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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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일주일쯤 전, 엔비디아의 CEO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TITAN Z의 비싼 가격을 옹호하며 대충 이런 요지의 논리를 폈다. "TITAN Z가 겨냥한 해상도는 지원하는 모니터부터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이런 모니터를 살 여력이 되는 사용자들에게 그래픽카드가 수백만원쯤 한다고 하여 구매할 동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출처 : http://www.cnet.com/news/nvidia-ceo-sees-future-in-cars-and-gaming-q-a/)
어이없으면서도 한편 수긍할 수밖에 없던 부분은 때마침 나도 모니터 가격을 조사하며 완전히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 내가 찾던 모니터는 에이조(EIZO)의 FDH3601란 모델로 흔치 않은 256:135 종횡비의 4096x2160 해상도를 가지며 가격이 자그마치 -26만원도, 260만원도 아닌- 2600만원이나 한다. 황 CEO가 말한 대로 여기에 300만원이 보태지든 400만원이 보태지든, 이미 그 자체가 큰 변동은 아니다.
다만,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희귀한 종횡비 -256:135- 가 새로운 표준으로써 시장에 제안되기까지의 과정에 엔비디아가 깊숙히 개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작년 TITAN을 출시하며 4K 해상도 시대의 개막을 알렸고 이는 지난달 TITAN Z를 사상 첫 "5K 해상도 지원" 그래픽카드로 선언한 것과 유사한 행보임과 동시에, 중요한 것은 우연찮게 두 경우 모두에서 엔비디아가 마치 '공인된 표준인 양' 상정한 이들 해상도의 종횡비가 정작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16:9가 아닌, 256:135였단 사실이다. 즉 엔비디아의 작은 손짓 하나 -신제품 발표 프리젠테이션에 한번 언급해준 것- 만으로 256:135 규격은 4K/5K 시대의 "또 하나의 표준"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표준 흔들기" 시도가 범 그래픽-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궁극적으로 엔비디아의 발언권을 키우려는 목적과 더불어 "흔치 않은" 고가 디스플레이를 그들의 그래픽카드와 사실상 러닝메이트로 묶어 자사 그래픽카드의 가격 탄력성을 낮추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TITAN Z가 여하의 다른 그래픽카드와 동등하게 "대중적인" 디스플레이와 조합될 경우 3000달러라는 가격이 큰 장벽이 될 수밖에 없겠으나, 그 자신보다도 훨씬 비싼 (아마도 수천만원~수억원대에 이를) 디스플레이를 러닝메이트 삼음으로써 조용히 묻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 아닌가. 실제로 지난주 공개한 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5K 해상도에서 "모든" 게임을 돌릴 수 있는 그래픽카드는 단품으로써는 TITAN Z가 유일했다.
그런 의미에서 TITAN Z의 공격적인 가격 책정은, 엔비디아의 오만이라기보다는 외려 사실 아주 스마트한 그들 전략의 한 단면에 가까울 수 있다. 설령 "대중적인" 해상도에서의 성능이 그 반값인 R9 295X2에 밀리더라도 말이다.
(※ 2K~5K까지의 각종 해상도별 벤치마크 결과는 여기서 볼 수 있다 : http://iyd.kr/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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