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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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에서 방금 지포스 GTX 780 Ti라는 새 제품의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그간의 네이밍 정책에 비춰 볼 때 해당 제품은 GTX 780의 상위 모델일 것은 확실하나 모델 넘버가 없는 GTX TITAN과의 우열관계는 확실치 않은데, 일단 단선적으로 서열을 규정짓기 앞서 GTX TITAN이라는 카드의 등장 배경과 그 특수성에 관해 짚고 넘어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듯 합니다.
GTX TITAN은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빠른 게임용 그래픽카드"로 인식되어 왔고, 이러한 인식의 바탕은 GTX TITAN이 게임용 그래픽카드라는 명제로부터 출발합니다. 아시다시피 현재의 GPU 제조사들은 자사의 GPU를 그 용도에 따라 데스크탑용(게임용), OpenGL 및 GPGPU용으로 크게 구별해 두고 있으며 앞의 명제는 곧 GTX TITAN이 해당 제조사(엔비디아)의 라인업 포트폴리오 상의 '데스크탑' 카테고리에 속해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이 전제는 사실과 다르며, 따라서 앞의 명제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GTX TITAN은 게임용 그래픽카드로써 출시된 적이 없습니다.
GTX TITAN의 출시 모토는 사실 다음과 같습니다 : "The World's First Gaming Supercomputer" - 게임이 가능한 슈퍼컴퓨터(용 그래픽카드). 즉 GTX TITAN은, 간단히 말해 -앞서 출시된 GTX 600 시리즈는 물론, 이들의 리브랜딩 버전인- GTX 700 시리즈의 끝판왕적인 위상보다는 오히려 엔비디아의 전문가용 GPGPU 연산장치인 테슬라 라인업의 대중화 버전에 가까운 위상을 가집니다. 이 말은 곧 -비록 이 라인업의 현 최상위 모델인 GTX 780이 GTX TITAN보다 떨어지는 게임 성능을 보이기는 하나- 엔비디아의 게임용 그래픽카드로써의 '지포스' 브랜드는 GTX 700 시리즈에 계승되는 것이지 GTX TITAN이라는 하나의 종에 종속되지 않음을 의미하며, 결국 GTX 700 시리즈, 나아가 GTX 800 시리즈가 GTX TITAN을 뛰어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음을 암시하는 복선이기도 합니다.
(▲ Quoted from the official press deck on launching GeForce GTX TITAN)
이러한 기조를 염두에 두고 GTX 780 Ti의 등장을 바라볼 때 비로소 이 제품의 성능에 관해 우리가 씌워 왔던 상한선 -GTX TITAN이라는 이름의 유리 천장- 을 제거할 수 있게 됩니다. 앞에서 지적한 바 있듯, "최고의 데스크탑용 그래픽카드"가 아닌 GTX TITAN의 위상을 생각하면 엔비디아가 "데스크탑용 그래픽카드"의 라인업을 확장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으며, 더욱이 그것의 이름이 GTX 700 시리즈를 계승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여기에는 단지 "데스크탑용 그래픽카드"의 전통적인 한계 -OpenGL 가속 및 GPGPU 연산성능의 의도적인 거세- 의 준수만이 요구될 따름입니다. 다시 말해, GTX 780 Ti의 게임 성능이 GTX TITAN의 그것과 같거나, 심지어 GTX TITAN보다 더 뛰어난 게임 성능을 갖추더라도 엔비디아의 전문가용 그래픽카드들과 뚜렷히 구분지어지는 한 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어쨌든 이러한 GTX 780 Ti의 사양은 아직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은 이 제품이 (GTX 780보다는 하나 많고 GTX TITAN보다는 하나 적은) 13개의 SMX를 활성화해 2496개의 쉐이더와 208개의 TMU를 가질 것이라고 예상하거나, 혹은 GTX TITAN과 같은 14 SMX / 2688 쉐이더 / 224 TMU, 심지어는 GK110 GPU의 풀 스펙인 15 SMX / 2880 쉐이더 / 240 TMU로 예상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비록 첫번째 가정과 같다면 현재의 GTX 780보다 클럭이 많이 높아져야 하겠지만- 이 제품의 게임 성능이 GTX TITAN과 최소한 동등해야만 하는 까닭이 매우 현실적으로 엄존하는데, 이는 GTX 780과 GTX TITAN의 게임 성능 차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GTX 780 Ti가 GTX TITAN보다 못할 것이라는 심정적 근거로 인용되는, 실제로도 GTX 780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뉘앙스의 "GTX 780 Ti" 라는 작명은 GTX TITAN을 의식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전통적으로 듀얼 GPU 그래픽카드를 위해 남겨둔- GTX x90 시리즈, 즉 (아마도 듀얼 GK110일 가능성이 있는) GTX 790의 여지를 남겨 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덧붙이자면, 제조사로써도 이러한 "고성능" GTX 780 Ti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GTX TITAN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 우려될 때 GTX 780 Ti의 성능을 낮추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GTX TITAN을 단종시키고 보다 높은 사양을 갖는 후속 제품 -예컨대 GTX TITAN ULTRA, 혹은 GTX ATLAS- 을 투입하는 편이 훨씬 더 이성적인 전략일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추론을 한 문장으로 집약하자면 GTX 780 Ti의 게임 성능이 -비록 그 하드웨어적인 스펙(예컨대 SMX 갯수)이 어떠하든- GTX TITAN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과연 엔비디아가 이 제품을 통해 경쟁사의 다크호스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추후 구체적인 사양 정보를 입수하는 대로, 그래픽카드 성능 방정식을 활용해 기존 지포스들 및 라데온 R9 200 시리즈들과의 성능 관계를 계량적으로 예측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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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인생 주소 수정/삭제 댓글
타이탄의 등장 배경과 특수성 부분 엔하위키 작성에 참고하겠습니다.
Reply: Mola Mola 주소 수정/삭제 댓글
네~^^
거참 주소 수정/삭제 댓글
말인지 막걸리인지. 엉터리 번역으로 타이탄의 등장 배경과 특수성 운운하다니...
우선 The World's First Gaming Supercomputer가 아니라 Build to Powe the World's First Gaming Supercomputer입니다.
직역하면, "세계최초 놀이용 초고속전산장치 힘을 구축하라"가 됩니다. 의역하면 "게임을 세계최초 게임용 수퍼컴퓨터 타이탄으로 하라"는 겁니다. 문법상 힘=수퍼컴퓨터=타이탄 입니다.
따라서 님이 말하는 "게임이 가능한 슈퍼컴퓨터(용 그래픽카드)"는 틀린 내용입니다. 타이탄은 수퍼컴퓨터용 그래픽이 아닙니다. 현실에서 그래픽 카드는 판매의 용이성에 있어서 게임용 저가 상품과 작업용 고가 상품으로 나누는 것이지, 수퍼컴퓨터용 그래픽과 비수퍼컴퓨터용 그래픽으로 나뉘는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님은 전제부터가 잘못되어 있어서 쉬운 번역도 억지로 틀리게 님의 입맛에 맞춰 버리고서는 그걸 또 전제의 근거로 삼고 마는 우를 범한 것입니다.
타이탄이 메모리 대역폭에서 GTX 780과 함께 384bit 였습니다. 하지만 이 둘 사이의 성능은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그런데 타이탄보다 1년 전에 이미 메모리 대역폭 512bit로 타이탄을 능가하는 당시 세계 최고 성능의 게임용 그래픽 GTX 690이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GTX 690은 GTX 680을 두 개 이어 붙힌 것이라서, 사실상 타이탄을 게임용 그래픽카드 세계에서는 수퍼컴퓨터라고 자부할만 했습니다. 타이탄은 그런 자부심의 상품명이었고요.
그리고 이번에 경쟁회사에서도 메모리 대역폭 512bit의 라데온 R9 290X를 출시해서 시장에 큰 파도가 치고 있습니다.
라데온 R9 290X은 타이탄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가격은 30만원 넘게 싸기에, 가성비를 앞세우면 자칫 타이탄 판매에 타격을 받게 됩니다. 더 큰 타격은 타이탄 다음으로 성능이 좋을지라도 R9 290X에게 상대가 안되면서 가격은 너무 비싼 GTX 780에 가해 질 겁니다. 그래서 시급하게 GTX 780의 가격을 낮추는 전술을 펼치는 동시에 R9 290X의 성능보다 약간 우세하면서 가격은 거의 같게 책정한 경쟁 상품의 출시가 필요한데, 바로 GTX 780 Ti가 대항마로 내세운 긴급상품입니다.
즉 현재 엔비디아는 님처럼 한가하게 상품의 재고관리 계열명의 근거와 전망을 따지고 있을 경황이 없습니다. R9 290X가 당장 쳐들어 온 상황에서, 경쟁품의 가격 및 성능과 비교해서 타이탄보다 아래이면서 GTX 780보다는 나은 경쟁상품이 적당한데, 그렇다면 그런 조건의 성능과 가격대에서 가장 적당한 상품명으로는 누가 엔비디아에서 일을 하더라도 GTX 780ti를 선택하는 것 밖에 더 있겠어요?
물론 이전과 이후의 사정은 어느 누구도 모르고, 오직 엔비디아 직원 회의 밖에는 알 수 있는 존재는 없습니다.
나이키 신발의 조던 시리즈처럼 특화 상품으로 타이탄을 이어갈 지, 아니면 단종시킬지, 기존의 GTX 시리즈를 GTX 7xx 8xx 9xx으로 확대해 나갈지, 아니면 라데온처럼 새로운 상품 시리즈명을 들고 나올지는 오직 그 회사 직원들의 회의와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다만 나름대로 연필을 굴려서 맞으면 운이 좋은 거고, 틀리면 찍었는데 안맞은 것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연필을 굴려 본다면 타이탄은 멸종시키지 않고 특화상품으로 몇 번 더 써 먹을 것 같습니다.
Reply: Mola Mola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안녕하세요. 장문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1. 슈퍼컴퓨터란 단어가 갖는 오늘날의 함의가 단순히 "짱 빠른" 이란 뜻이 아님을 아실 겁니다. 단순히 게임 성능이 단일 GPU로써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수식어를 달 수는 없습니다. 뭐 어차피 어떻게든 갖다 붙일 수 있는 형이상학적인 논쟁을 관두고라도 엔비디아가 GTX TITAN에 이런 수식어를 붙인 것에 GTX TITAN의 경계선적 위치(테슬라와 지포스 사이의)를 고려하고 또 그런 위치를 갖게끔 의도한 배경은 GTX TITAN 출시 당시 배포한 프레스덱에 나타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GTX TITAN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물론 게임 성능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도 많습니다만- 아래와 같이 GTX TITAN의 경계선적 위치를 함의한 언급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Despite being ten times more powerful than its predecessor, the Titan supercomputer takes up the same amount of space and uses the same amount of power. Only GTX TITAN brings this rare combination of raw power and incredible efficiency to PC gaming."
"NVIDIA® Kepler™ architecture gives you 2,688 NVIDIA CUDA® cores and 4.5 teraflops of horsepower. Plus, GTX TITAN delivers a 384-bit memory interface running at a blazing fast 6 Gbps for an amazing 288 GB/s of memory bandwidth"
(이상은 Power & Performance 탭의 모든 내용입니다)
2. GTX TITAN과 GTX 780의 성능은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닙니다.
3. 물론 모르고 쓰신 건 아니겠지만 GTX 690의 메모리 대역폭은 두 GPU에 걸친 총 합이 512bit인 것으로 한 GPU당 256bit인 GK104 기반 다른 그래픽카드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라데온 HD 5970이나 6990도 512bit 카드로 불리지 않으며 7990도 768bit로 불리지 않음을 생각할 때 GTX 690에 512bit 운운하는 것이 읽는 이를 호도하려는 장치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일단 내용 자체에 집중하겠습니다.
4. 반복하지만, GTX TITAN이 단일 GPU로 최고의 게임 성능을 기록했다는 이유만으로 슈퍼컴퓨터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는 없습니다. 역시 동어반복이 되는데, 그렇게 사용하기에는 오늘날 슈퍼컴퓨터라는 말이 갖는 함의가 (주로 게임용보다는 HPC쪽에서 더더욱) 너무나 큽니다.
5. 이후의 논리 전개에서는 제 생각과 다른 부분을 모르겠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에 관해서는 저 역시 GTX TITAN(정확히는, 이 제품이 지녔던 경계선적 위치 및 넘버링되지 않는 브랜드)은 어떤 형태로든 존속하며 명맥을 이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문의 어느 대목에선가 분노해 원문을 반박해내고야 말리라는 집념으로 쓴 글치고는 돌고 돌아 같은 결론이 조금 허무하지는 않으신지요. 또한 직원이 아닌 이상 그 회사의 전후사정을 모르리란 말은 (너무 자명해서) 솔직히 왜 나왔는지를 모를 지경입니다. 어떤 회사를 대상으로 한 모든 예상과 분석이 인사이더로부터 나와야만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저 역시 엔비디아의 중역이 아닌 이상 정확한 의사결정 과정 -어떤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예컨대 그들의 브랜드 consistency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 혹은 반대로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브랜드 consistency를 어느 정도까지 훼손할 수 있는지- 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행보를 통해 적어도 어떤 가치보다는 다른 가치가 우선한다는 식의 대강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원문에 언급된 엔비디아의 향후 행보에 관해서는 이런 유추를 적용함에 있어 어떤 논리적인 결함이나 비약이 들어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외부인으로써 똑같은 논리적 완결성을 갖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펴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는 -모든 게 실현된 후- 결과론적인 비판으로써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이지 '설'이 어디까지나 아직 '설'인 단계에서 '그럼직하지 않다'고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반면 댓글 작성자께서는 정확히 이런 지적을 하고 계십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Reply: Mola Mola 주소 수정/삭제 댓글
지금쯤 GTX 780 Ti의 스펙을 접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너무 정확히 맞춰 죄송하단 말씀을 드려야 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