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Jin Hyeop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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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아는 공냉식 쿨링에서는 케이스는 가급적 클 수록, 팬은 많을 수록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이엔드 시스템이 될 수록 각 부품이 내뿜는 열이 많아지고, 각각의 쿨링 시스템을 수용하기 위해 큰 케이스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해졌습니다. 그리고 케이스 자체도 열을 잘 순환시키기 위해 팬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흔히 사용하는 게이밍 PC 시스템에 팬이 몇 개나 달려있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기본적으로 CPU, 그래픽카드, 파워서플라이는 물론, 케이스에도 2개 이상씩 달려 있고 최신 하이엔드 메인보드는 칩셋 쿨링을 위한 팬을 달기도 합니다. 오버클럭을 하시는 분들은 램에도 쿨러를 다는 경우가 있지요. 이 팬들은 각각의 부품을 식히고, 그 열기를 케이스 밖으로 빼내어 주는 것이 케이스의 팬이고, 이런 공냉 쿨링 방식은 오랜 세월동안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각각의 쿨러가 더 커지고 더 많은 히트파이프를 가지고 하는 식의 발전은 있었지만 말이죠.

 

 

애플이 2013년 WWDC에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공냉식 쿨링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바로 맥 프로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완전히 배치되는 컴퓨터였습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기존 맥 프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앙증맞은 크기의 컴퓨터입니다. 무엇보다도 저 작은 컴퓨터 안에 인텔 제온 프로세서와 AMD FirePro 그래픽 카드 두 장을 포함한 시스템 전체가 들어가 있습니다. (마더보드, 파워서플라이, 심지어 일반 PC에서 밖으로 빠져나와있기 일쑤인 전원 어댑터까지) 전체 시스템은 450W를 상회하는 전력소모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단위 면적당 열밀도가 기존의 컴퓨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의미가 됩니다. 하지만 맥 프로의 쿨링 시스템은 단일 팬으로 이 모든 쿨링 소요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있으며, 동급의 워크스테이션에 비해서 훨씬 조용한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아난드텍 맥 프로 리뷰 중 파워사용 및 소음 부분 참조 - 애플은 저소음 시스템을 얻기 위해 CPU와 그래픽카드 두장이 동시에 풀로드 상황에 놓일 경우 즉 피크상황에서 스로틀링을 걸도록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의 평균 사용패턴 하에서는 정숙하면서 강력한 컴퓨팅 시스템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기존의 생각에서 탈피한 애플의 디자인적 접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맥 프로 뿐만 아니라 최근의 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애플의 쿨링 기술의 최종 진화본이 바로 이 맥 프로가 된 거죠. 최근 애플의 쿨링 시스템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통합 쿨링입니다. 이는 컴퓨터에서 액티브 쿨링이 가장 필요한 (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인 CPU와 GPU를 따로 쿨링하는 게 아니라 양 쪽에서 발생한 열을 한 군데로 모아 쿨링하는 방식입니다. 2012년 개편된 맥북 프로의 경우 그 전까지는 두 개의 팬이 각각 CPU와 GPU에 할당되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두 개의 팬이 CPU와 GPU를 아우르는 히트파이프 전체를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을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봅시다. TDP가 130W인 CPU, TDP가 274W인 GPU 2장이 존재한다고 가정합시다. 그리고 각각의 쿨링 시스템은 최대 TDP에 맞게 설계되었다고 가정합니다. 즉, 개별 쿨링 방식에서는 TDP 130, 274, 274W를 처리해 낼 수 있는 쿨러 3개가 존재하는 것이고, 통합 쿨링 방식에서는 TDP 674W를 처리할 수 있는 단일 쿨링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CPU 의존적인 작업을 수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CPU에 풀로드가 걸리고 그래픽 카드는 거의 부하가 없는 상황이라고 보면 개별 쿨링 방식에서는 CPU 쿨러의 팬 속도가 최대치로 상승할 겁니다. 반면 통합 쿨링 방식에서는 아직 상당한 여유가 남아있는 상태일 것이므로 팬 속도는 그리 빨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소음은 여러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지만 팬의 회전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니 전자에 비해 후자가 훨씬 조용할 것이라는 건 자명한 일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CPU에만 부하가 몰리는 경우 제조사가 CPU가 조금 오버클럭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세팅이 가능하겠죠. 이는 CPU에 부하가 크게 걸리지 않고 GPU에 부하가 크게 걸리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이익입니다. 모든 코어가 풀로드 상태거나 아이들 상태인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통합 쿨링 방식이 이익을 얻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공기 흐름 제어입니다. 역시 2012년 신형 맥북프로 이래로 개발된 애플의 모든 공냉식 쿨링 컴퓨터에서는 공기의 흐름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신경쓰고 있습니다. 블로워 팬과 정교하게 가공된 케이스 그리고 각종 내부 부품의 형태는 공기를 컴퓨터 내부에서 단일방향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며, 이는 쿨링의 효율과 직결됩니다. 이는 애플 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에 중점을 두고 컴퓨터 전체를 설계하는 (각 부품에 대한 쿨링과 컴퓨터 전체의 공기 흐름을 한꺼번에 이뤄낼 수 있도록 팬을 배치하고 케이스 밀링하면서 공기의 길을 내는 등) 데 있어서 애플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단일 방향으로의 공기 흐름은 열을 품고 배출된 공기가 다시 유입되지 않는다는 1차원적인 이익 외에도 컴퓨터 내부의 죽은 공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팬 디자인입니다. 뜬금없이 왠 팬 디자인이냐 하시겠지만, 애플은 임펠러의 날을 비대칭 간격으로 배치하면 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자사 전 제품에 적용시켰습니다. 날과 날 사이의 간격이 일정할 경우 단일한 주파수의 소음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이는 소음이 됩니다. 하지만 날과 날 사이의 간격이 서로 다를 경우 여러 주파수로 음역이 분산되어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훨씬 줄어들게 됩니다.

 

위와 같은 쿨링 시스템 구성은 기본이고 컴퓨터 전체적인 형태부터 세부 부분까지 쿨링을 위해 극대화된 컴퓨터가 맥 프로 되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맥 프로의 쿨링시스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타워형의 맥 프로에는 팬이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이전 세대 맥 프로에 8개의 팬이 달려있는것과 대비됩니다.) 대신 그 지름이 16.7cm에 달할 만큼 대구경이며, 애플이 완전히 커스텀 설계한 팬입니다. 위에서 말한 비대칭 임펠러 등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 팬은 시스템 전체를 관통하는 단일한 공기 흐름을 발생시키며, 맥 프로의 형태는 오직 단일한 공기 흡입부, 단일한 공기 배출구를 가짐으로서 이런 특성을 극대화하게 됩니다. 대형팬은 동일한 회전속도 하에서 훨씬 많은 풍량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소음은 풍량이 아니라 높은 회전속도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감안해 봤을 때 대형의 단일 팬이 소형의 팬 여러개에 비해 훨씬 쿨링-소음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자명할 것입니다. (동일 풍량 달성 시 훨씬 낮은 소음, 동일 소음 발생 시 훨씬 큰 풍량) 이런 단일 팬이 시스템 전체의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시스템 전체의 열을 한 군데로 모아주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애플은 이런 구조를 통합 열처리 코어라고 부릅니다. 통합 열처리 코어는 특별한 구조물은 아닙니다. 거대한 삼각 기둥 형태의 알루미늄 방열판인데, 여기에 전체 시스템의 열이 집열되게 됩니다. 온도 센서는 더 이상 각각의 코어의 온도를 측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스템 팬의 속도는 오직 통합 열처리 코어의 온도에만 반응하여 단일하게 구성될 수 있습니다. 이는 실생활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부분의 워크로드에서 효율적이라고 위에서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맥 프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흐름은 매우 간단합니다.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는 단일한 공기 흐름만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맥 프로는 중간에 통기를 위한 구멍 등이 따로 뚫려있지 않은 구조입니다. 즉, 맥 프로로 유입되는 공기는 통합 열처리 코어를 식히고 거의 대부분이 외부로 빠져나갑니다. 이는 컴퓨터를 오랜 시간 가동시켰을 때 일어나는 내부 온도의 꾸준한 상승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컴퓨터의 경우, 케이스 내에 열이 적체되는 현상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CPU나 그래픽카드를 식히고 난 공기는 케이스 내부로 방출되게 되고 이는 케이스 내부의 온도를 올리게 됩니다. 저는 케이스 내부에 공기가 적체되는 부분을 '죽은 공간'이라고 표협합니다. 죽은 공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장기간 컴퓨터를 켜 뒀을 때 쿨링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 참조 : <조류와 포유류의 폐 구조 비교 : 단일방향 공기 흐름이 가지는 이점>)

 

이런 현상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케이스 전면에 공기 유입을 위한 팬을, 후면이나 상면에 공기 유출을 위한 팬을 달아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 팬들이 케이스 내부의 죽은 공간을 완전히 쓸어내어 버릴 만한 공기 흐름을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맥 프로의 구조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는 통합 열처리 코어를 식히며, 그렇게 뜨거워진 공기는 즉시 바깥으로 배출됩니다. 게다가 뜨거운 공기가 배출되는 유출구가 위를 향해있고, 찬 공기를 받아들이는 유입구가 아랫쪽을 향해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입니다.

 

 

맥 프로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 디자인을 보고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컴퓨터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당시 디자인에 대한 분석은 단순히 디자인에 대한 분석으로만 끝났습니다. 단지 애플이 컴퓨터가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서, 남들과는 다른 디자인을 채택하기 위해 원통형의 작은 컴퓨터를 설계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원통형 맥 프로의 디자인은 사실 기존의 컴퓨터 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을 모조리 버리고 가장 효율적인 쿨링이라는 점에 집중해서 만들어진 디자인입니다. 이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이 정도의 발열을 이 정도 저소음으로 처리해 낼 수 있는 시스템의 형태를 찾은 것이지요.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조차 목적성을 가지고 디자인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P.S. 본 글은 기존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 (링크) 에 피드백된 내용을 보강하고 지적된 오류를 수정한 버전입니다.

 

P.S.2. 이 글의 목적은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저 정도의 발열량을 매우 적은 소음으로 잡아낼 수 있었던 이유를 주목하는 것이지 애플의 맥 프로가 워크스테이션 중 최고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니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여기에 적용된 각종 기술들 역시 애플이 최초로 적용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P.S.3. 대근님의 MakeitNano 프로젝트 PC와 맥 프로의 구조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