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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 Column/cpu_lec_col

AMD "Zen" 을 기다리며

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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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AMD가 새로운 "CPU"를 작업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독자 여러분도 알다시피 AMD의 하이엔드 데스크탑/서버 CPU는 출시된 지 3년차를 맞이한 '파일드라이버' 아키텍처 홀로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아키텍처인 '젠'은 2016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니 아무리 빨라도 파일드라이버의 수명은 아직 반년 이상 남았다. 이쯤에서 파일드라이버로부터 젠에 이르기까지의 CPU사(史)를 간추리자면 제조공정 측면에서는 2세대에 해당하는 변화가 있었고(32nm -> 28nm* -> 22nm -> 20nm* -> 14nm, 하프노드* 제외), 아키텍처 면에서는 무려 3세대가 흘렀다(파일드라이버 -> 스팀롤러 -> 엑스카베이터 -> 젠). 내년 초에 있을 이 세대교체를 인텔의 문법으로 옮기면 '틱'도, '톡'도 아닌 '틱틱톡톡톡' 쯤 되겠다.


그러고 보면 현세대 AMD의 플래그십 데스크탑 CPU인 FX는 어쩐지 정홍원 전 총리를 닮았다. 둘 모두 2012 F/W 시즌에 데뷔해 2014년 상반기 후임자를 맞이할 예정이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정되었던 후보들 각각(스팀롤러, 안대희 전 대법관)의 기대에 못 미친 퍼포먼스*로 본의 아니게 생명연장, 같은 해 하반기 다시 새로운 예비 후계자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스팀롤러의 후속 아키텍처인 엑스카베이터는 우여곡절 끝에 모바일에만 투입되는 것으로** (하다못해 스팀롤러는 APU의 형상으로라도 데스크탑 시장에 얼굴은 비췄으나 엑스카베이터는 그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정리, 문창극 전 동아일보 주필 역시 국회 청문회장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각각 하차 수순을 밟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흘러, 출시 2년차를 넘긴 파일드라이버 기반 FX는 CPU사상 초유의 '세 번째 봄을 맞는' 기록을 세웠으며 정홍원 전 총리 역시 유임되어 해를 넘기도록 재임하게 되었다. 가까스로(?) 이완구 전 총리에게 바톤을 넘긴 정홍원 전 총리와 달리 파일드라이버는 젠이 등장할때까지 현역을 지킬 것이 확실시되니 네 번의 겨울과 봄을 "현역으로 시중에 존재하며" 지켜보는 전무후무한 -비록 명목상으로일지언정- 플래그십 CPU가 될 것이다. 부디 젠이 제대로 된 성능으로 데뷔해 AMD 마니아층의 오랜 기다림에 보답하길 바라는 글쓴이의 사심 가득한 바람은, 새 총리후보가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해 임명장을 받길 바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 : 스팀롤러 아키텍처는 파일드라이버와 클럭이 같다면 5~20%가량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 문제는 이러한 설계 변경의 대가로 정확히 그 수치만큼 달성 가능한 최대클럭이 줄어들었단 점으로, 결국 하이엔드 제품에 있어 파일드라이버 대신 스팀롤러를 채용할 아무런 이점이 없게 되어 버렸다. (클럭당 성능이 향상된 만큼 클럭이 줄었으며, 여러 유닛들이 추가된 만큼 면적이 늘어 생산단가는 더욱 상승한다.) 이러한 이유로 FX 라인업에는 진출하지 못하고, 대신 중성능급이 요구되는 APU에 투입되어 데스크탑 시장에 진입하게 되었다. AMD의 4세대 APU이자 '카베리'라는 코드네임으로 유명한 바로 그 제품이다.

 

** : 엑스카베이터 아키텍처는 스팀롤러와 클럭이 같다면 (스팀롤러가 파일드라이버에 대해 그러했듯, 재차) 5~20%가량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 AMD는 스팀롤러를 설계할 당시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칩 사이즈가 비대해지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자 했고, 제조공정 변화 없이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GPU에 널리 쓰이던 제조방식을 도입해 단위면적당 트랜지스터 밀도를 높였다. 문제는 그러한 방식으로 제조된 반도체의 전기적 특성이 고클럭 CPU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기 엑스카베이터 샘플의 전기적 특성을 고찰하면 한 마디로 '낮은 클럭대에서 기존보다 더욱 낮은 소비전력, 높은 클럭에서 기존보다 더욱 높은 소비전력' 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특성은 성능과 소비전력의 균형점을 추구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큰 장점이 되지만 고성능 데스크탑/서버 시장에는 큰 걸림돌이 된다. (당장 전세대 스팀롤러 기반 CPU가 달성했던 수준의 클럭까지 높이는 데만도 훨씬 높은 전력이 소요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엑스카베이터는 FX 라인업은 물론, 아예 데스크탑 시장 자체에 투입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