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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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임을 증명하듯 몇달 전부터 AMD가 Zen 생산을 TSMC에 위탁할 것이란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미 애플/하이실리콘 등이 그들의 AP 생산을 TSMC/삼성 양쪽에 분산해 발주를 주고 있으니 전례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일은 아닌데, 이들 둘은 원래부터 TSMC의 고객이다가 TSMC가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삼성으로 고개를 돌린 반면 AMD는 오래 전부터 글로벌파운드리와 손발을 맞추다 뒤늦게 TSMC로 고개를 돌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앞의 둘과는 반대의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당시로서는 루머에 불과한 얘기였는데 얼마 전 AMD가 링크드인에 올린 구직 공고를 통해 사실일 가능성이 급상승했다고 합니다. 14/16nm FinFET 디자인 유경험자를 구한다는 공고였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14nm FinFET은 삼성/글로벌파운드리 동맹에서, 16nm FinFET은 TSMC에서 각각 사용되는 공정입니다.

 

 

이쯤에서 우리가 떠올려봐야 할 것은 카리조의 존재입니다. 아시다시피 AMD의 CPU 라인업은 자체 팹이 있던 시기는 물론 팹리스가 된 이후로도 한동안 (~2012) 은 인텔의 노드 진화와 동일한 단계를 밟아 왔었습니다. 이에 따라 65nm 페넘, 45nm 페넘-II를 만든 후 32nm 라노/불도저/파일드라이버가 각각 생산된 바 있습니다. 이 시기 동안 TSMC의 하프노드 (55nm, 40nm) 가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있었지만 건너 뛰었습니다. 헌데 카베리부터 이 규칙을 깨고 하프노드인 28nm 공정 생산을 시작하게 됩니다. AMD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글로벌파운드리가 굳이 풀 노드 체인지 주기를 고집하기보다 TSMC와의 경쟁을 의식해 하프노드 경쟁에 뛰어든 것이 주된 원인입니다.

 

반면, 카베리보다 1년여 늦게 등장한 카리조는 카베리와 똑같은 글로벌파운드리의 28nm 공정을 사용했지만 프로세스 옵션 및 로직 라이브러리를 CPU의 그것에서 GPU의 것으로 모두 바꾸었습니다. CPU와 GPU는 반도체적 측면에서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에 CPU는 상대적으로 저밀도/고클럭, GPU는 고밀도/저클럭을 추구하는데 카리조가 후자를 채택한 것은 차세대 공정이 아직 없던 상황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카리조는 데스크탑에서 쓸 만큼의 고클럭을 달성하지 못해 모바일에만 투입되었으나 카베리와 같은 공정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밀도 향상(+29%)을 이뤘고, 무엇보다 이를 통해 AMD는 아주 값진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GPU의 설계방식을 통해 CPU를 만드는 경험을 축적한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그간 섣불리 CPU 생산을 TSMC에 위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해결할 기회를 갖게 된 것입니다.

 

 

만약 Zen의 생산이 TSMC에 일부 분담된다면 TSMC 버전과 글로벌파운드리 버전은 로직 자체를 제외한 모든 프로세스 옵션 / 로직 라이브러리를 별개로 설계해야 하는데 이러한 오버헤드를 절감하는 데 카리조에서 축적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AMD가 신공정 또는 신아키텍처의 전면적인 도입에 앞서 '마루타'격으로 징검다리 제품을 출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40nm 공정을 처음 도입하던 시기의 RV740 칩셋, GCN 1.1의 Bonaire 칩셋, GCN 1.2의 Tonga 칩셋 등이 그 산 증인들입니다. 여담으로 실제로 애플은 이런 "두 설계"를 A9에서 병행한 바 있으며, 결과적으로 QC가 잘 되고 못 되고를 떠나 이러한 병행 설계 자체가 사상 초유의 일이자 엄청난 연구인력을 갈아넣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기에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AMD의 그래픽 칩셋은 전통적으로 TSMC가 도맡아 생산해 왔지만 다음 세대 GPU인 Arctic Islands의 생산을 글로벌파운드리가 일부 담당할 것이란 소문 역시 스멀스멀 새어나오기 시작헀단 점입니다. 이로써 A9이 그러했듯 물량 문제로 양쪽으로의 크로스를 추진하는 건 좀 말이 안 되게 되었습니다. TSMC가 물량을 못 채워 글로벌파운드리로 GPU를 옮기는데, 반대로 CPU는 글로벌파운드리가 물량을 못 채워 TSMC로 간다구요? 그보다는 -개인적인 추측으로- 양쪽 모두 현재 신뢰할만한 수율이 나오지 않았고, AMD가 목표로 삼은 장래의 어느 시점까지도 목표수율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기에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유야 무엇이든 만약 이상의 루머가 현실로 드러난다면 무척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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