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와 전체주의

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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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 혹은 좀 더 일반적으로 고전적 자유주의가 널리 좌파적 가치관의 기저를 형성함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 '자유'란 것이 반드시 좌파적 가치관을 옹호하는 그 무엇인 것은 단언컨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상의 자유란 것이 진보적으로 생각할 자유, 좌파의 가치관을 가질 자유만은 아니니깐. 이북의 그들처럼 우린 자명한 단어들의 의미를 슬쩍 바꿔 말장난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自由)란 그야말로 self-proof 한 것. 언제부터인가 보수주의자들의 헤게모니를 상징하는 단어가 된 '자유'와도, 어느샌가 자신과 다른 입장에 설 자유를 배격함을 괄호쳐두고 있는 여느 진영의 '자유'와도 병립할 수 없는 가치가 이러한 self-referential한 자유 아닐까.

 

어느 한 이슈에 관해 단 하나의 견해만 용납되는 사회가 정상이 아니듯 단 하나의 견해만이 자연발생하거나 유통되는 사회 역시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모름지기 이슈란 것에 대해서도 '주제삼아 마땅한' 무언가 외에도, 아니, 무제한으로 무엇에 관해서든 어떤 견해든 표명하고 이러한 견해들이 유통될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 아닐런지. 그런 의미에서 평소 '안보'라든지 '병역'이라는 이슈, 또는 '종북'이라는 키워드가 촉발하는 여론의 방향성 & 불균형성에 관해 몹시 안타까워해 왔는데, 최근 국사교과서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도 비슷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사실관계를 '틀리게' 가르쳐서는 안 될 일이지만 팩트의 영역을 넘어 가치판단의 영역에 진입했을 때 단 하나의 가치관만이 허용되고 유통되는 구조라면 그 또한 올바른 교육이라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간 절대불변의 특정한 가치관을 위시해 사실관계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쯤으로 여기거나, 억지로 끼워맞추거나 심지어 때로 왜곡하기까지 해 왔다. 실은 그 반대가 되어야 했다. 올바른 사실관계를 먼저 정립한 뒤 그때의 팩트가 왜 그러했는지, 혹은 왜 그러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시 말해 지금과는 '다를 수 있는' 그때의 가치판단의 경로를 되짚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과거에 '잘못 행동한' 사실과 그러한 사실을 초래한 '잘못된 가치관'이 있었다면 이를 반성하는 것에서 역사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 미화와 합리화로 가득한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거센 반대에 직면한 교학사 교과서의 사실관계에서의 오류를 제외하고, 그 교과서가 내재한 가치관이 여타의 교과서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것 역시 학생들은 배워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통상적인 개념과 '다른 견해'를 배우기 위해 그 견해만을 전면적인 교재로써 접하는 것은 뭔가 주객이 전도된 일. 결국은 현행 교과서제도 전체를 지적해야만 하는 뭔가 거대한 삼천포로 빠질 일이 될 것만 같으니 그쪽으론 더 가지 말고... 개인적으로는 '교학사'라는 이름이 대표하게 된 특정한 헤게모니 내지는 '시점'으로부터 바라보는 역사 역시 교과서의 한 꼭지(예컨대 : '더 생각해 볼 주제')정도로 소개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진정 '모든 방면에서' '모든 방향으로의' 견해가 발생하고 유통되어 공존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어려서부터 논쟁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아무리 당대의 기준에서 옳아 보이고 더 정의로운 가치관이 있다 한들 그와 다른 무언가를 말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논함에 있어 이러한 명제들은 그들이 전제로 깔고 있는 사상 또는 양심 자체가 도덕적으로 정당한지의 여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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