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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vga_review

왕좌의 게임 : GTX 980 Ti vs GTX TITAN-X

Author : Daeguen Lee

(Any action violating either copyright laws or CCL policy of the original source is strictly prohibited)

 

 

 

 

현재 시각, 대만에서 개최 중인 컴퓨텍스 2015 행사장에서는 엔비디아가 막 GTX 980 Ti를 발표하려는 참입니다. 엔비디아가 3년 전 발표한 케플러 아키텍처는 그 자체로도 전성비가 좋았지만, 거기서 한차례 더 전성비를 경악스러울 만큼 끌어올린 맥스웰 아키텍처가 반년 전 세상에 등장했으며 이에 기반한 "완전체" GTX 타이탄-X가 출시된 것은 불과 2개월여 전입니다. 그렇기에 오늘의 이 발표는 어떤 면에서는 전격적이나 또 다른 면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따라서 다소 싱거운 것이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당대 최고 사양으로 무장한 플래그십이 시장에 등장하고 몇달 뒤엔 어김없이 '불완전한 완전체' 인 파생상품들이 쏟아져 나온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GTX 980 Ti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제품으로 현존하는 최상위 제품인 GTX 타이탄-X의 배다른 동생쯤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총론에서 '이런 제품일 것이다' 추측을 던지기는 어렵지 않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서 'SP 갯수가 몇 개, ROP가 몇 개, 메모리 인터페이스가 어떻고...' 를 따지기 시작하면 오리무중으로 빠지기 십상인 것이 하드웨어 시장의 생리입니다. 이 딜레마는 GTX 980 Ti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출시가 임박한 순간까지도 '타이탄-X와 같은 풀 칩이다 vs 커팅 칩이다' 등의 논쟁을 가열차게 불러일으켰던 바 있습니다. 또한 설령 커팅 칩이더라도 클럭이 더 높다, 따라서 결국 게임성능은 타이탄-X보다 앞선다, 라는 희망섞인 전망까지 뒤섞여, GTX 980 Ti는 그야말로 '멀리서 보면 대충 어느 정도일지 알겠는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도무지 모르겠는' 무언가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여기에 고개를 끄덕이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이 글이 그 모든 불확실성에 종지부를 찍습니다. 또한 막연히 '타이탄-X와의 VRAM 용량 차이가 있다' 는 팩트 언급을 넘어, 국내외 리뷰 역사상 최초의 "8K 게임성능 벤치마크" 시나리오까지 동원해 VRAM 용량 차이가 과연 어느 시점부터 성능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 성능 차이가 발생한다면 그 양상은 어떠한지까지 이 글에서 다룹니다. 이를 위해 새로 개발한 분석 기법까지 동원해 글 마지막 장을 채웠으니 끝까지 흥미진진한 내용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 글을 쓰며 평소 애용해 오던 글 전개방식 역시 과감히 버렸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과감히 Executive Summary를 최상단에 배치해 전체적인 글 구성을 두괄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지, 지금은 저로서도 알 수 없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몸소 겪고 &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목차>

 

1. Executive Summary

2. Introduction

3. Benchmark Results

4. Analysis

5. Further Discussion

6. Conclusion

 

 

1. Executive Summary 


엔비디아의 전격적인 한 수, 숫자 모델명의 최상단에 둥지를 틀고 '일반 게임용 그래픽카드' 시장의 정권교체를 노리는 지포스 GTX 980 Ti는 타이탄-X와 같은 GM200 GPU에 기반하고 있으나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GM200에 탑재된 24개의 SMM (Maxwell Streaming Multiprocessor) 모두가 온전히 보존된 것이 타이탄-X라면, 980 Ti는 그보다 두개 적은 22 SMM만이 활성화되어 있단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따라서 쿠다코어 갯수와 TMU 갯수 역시 같은 비율로 줄어들어 각각 2816개 (vs 3072개) / 176개 (vs 192개) 가 되었습니다. 반면 SMM과 물리적으로 분리된 RBE(Render Backend) 및 메모리 인터페이스에는 변화가 없어 타이탄-X와 동일한 96 ROP / 384비트 GDDR5 메모리컨트롤러를 내장합니다. 따라서 타이탄-X와 비교했을 때 게임 성능은 SMM 갯수가 줄어든 비율(24 -> 22)보다는 더 적은 격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실제 벤치마크 결과 역시 그러합니다.

 

 

위의 그래프는 이 글 본론에서 다룰 12~14종의 게임 벤치마크 결과값을 해상도별로 나열한 것으로 왼쪽부터 FHD -> QHD -> UHD -> 5K -> 8K의 순입니다. 녹색 막대가 GTX 980 Ti 레퍼런스를 의미하고 파란색 막대는 3대 메이저 서드파티 제조사(ASUS, MSI, GALAXY)에서 제작한 비레퍼런스 980 Ti를 가리킵니다. 엔비디아의 방침에 따라 타이탄-X가 철저히 레퍼런스로만 유통되는데 반해 980 Ti는 비레퍼런스 제조가 장려되며, 실제로 다수의 제조사에서 "980 Ti 출시와 동시에" 각 제조사별 특색이 녹아 있는 비레퍼런스 버전을 출격시킬 예정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매우 높은 폭으로 오버클럭되어 있음은 물론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GTX 타이탄-X와 980 Ti의 관계가 조금 애매해집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 가장 낮은 폭으로 오버클럭된 비레퍼런스 980 Ti조차 QHD까지는 타이탄-X를 물리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가 공식적으로 밝힌 980 Ti의 가격은 649달러로, 설령 가장 비싼 비레퍼런스 980 Ti라도 타이탄-X보다는 저렴하리라 예상되는 반면 일반적인 단일 모니터 해상도에 속하는 FHD/QHD/UHD 3개 해상도에서 모두 타이탄-X보다 뛰어난 게임성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견으로는 이러한 '라인업 뒤틀림' 역시 엔비디아가 다분히 의도한 바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레퍼런스 GTX 980 Ti가 자사의 플래그십인 타이탄-X보다 높은 성능을 내지 못하게 제한함으로써 자사의 플래그십을 우대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사와의 진검승부를 위해 비레퍼런스 980 Ti의 출시를 권장,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흔히 보게 될 최상위 제품은 타이탄-X가 아닌 980 Ti가 되게끔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타이탄-X 구매자들의 불만(속칭 '뒤통수')을 어느 정도는 잠재우는 동시에, 출시 2개월만에 왕좌에서 은퇴해야 할 처지에 놓인 타이탄-X의 명예로운 퇴장을 위한 최소한의 출구를 열어 두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QHD(넓게 잡더라도 UHD)까지만 그러할 뿐.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고해상도'를 뛰어넘은 '초 고해상도' 의 영역에서 타이탄-X는 12GB VRAM의 위력을 유감 없이 보여줍니다. 이에 관해서는 글 후단에서 심도있게 다룹니다.

 

한편, 위에서 어필한 게임성능상의 장점에 불구하고 여러 측면에서 GTX 980 Ti는 타이탄-X를 직접 겨냥하지 못하게 예봉을 꺾어 두었단 점 역시 확인됩니다. 특히 GPU의 연산성능을 활용하는 GPGPU 응용 분야에서 그렇습니다.

 

 

타이탄-X의 쿠다코어 갯수는 3072개, 980 Ti는 2816개로 약 9%가량의 차이가 있습니다. GPGPU 연산성능 역시 그에 비례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타이탄-X와 980 Ti의 게임성능 차이인 4~5%보다 두배 가량 큰 것입니다. 이 점은 엔비디아가 타이탄-X의 명예로운 퇴장을 위해 마련한 여러 안전장치 중에서도 핵심으로 여겨집니다. GPGPU 연산을 담당하는 쿠다코어 갯수를 줄이는 대신 게임성능에 관여하는 ROP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데서 980 Ti의 등장 배경이 이미 유추되지만, 설령 980 Ti가 타이탄-X를 게임성능에서 앞서는 선까지 오버클럭되어 출시되더라도 연산성능으로는 앞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로 절묘한 안배입니다.

 

대신 하드웨어적인 감축은 소비전력의 절감으로 이어져, 레퍼런스 기준으로 GTX 980 Ti는 타이탄-X보다 약 15W 가량 적은 전력소비량을 기록했습니다. 980보다는 48W가 더 높습니다.

 

종합적으로 보아 GTX 980 Ti는 게이머를 위해, 그 중에서도 UHD 이하의 '보편적인' 디스플레이 구성을 위해 출시된 "오늘날 가장 좋은 게임용 그래픽카드" 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단 게임 이외의 용도라든지, 미래까지 내다본 초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환경에서는 그다지 적합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상의 내용은 이 글 본문을 간추린 것입니다.)

 

 

2. Introduction


GTX 980 Ti는 아래 그림과 같이 SMM 두개가 비활성화된 타이탄-X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타이탄과 780의 관계와 비슷하나 그때보다는 훨씬 차이가 적은 편입니다. 780은 타이탄 대비 20% 줄어든 SMX 개수를 가졌으며 배정밀도 연산을 담당하는 DP 유닛의 작동속도마저 타이탄의 1/8 수준으로 제한되어 있었으나, 980 Ti는 타이탄-X보다 겨우 8.3% 줄어든 SMM을 가지고 있고 DP 유닛은 애초 GM200 자체에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위 그림이 설명하는 바와 같이 980 Ti는 SMM 두개가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타이탄-X와 동등합니다. 그렇다면, 980 Ti가 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GM200의 '가처분 실리콘의 확대' 라는 목표를 꼽을 수 있습니다. GM200은 28nm선폭으로 구현된 게이트(트랜지스터) 수만 80억개를 상회하며 면적은 600 제곱밀리미터를 넘는, 역사상 손꼽을만한 거대한 반도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면적에 비례해 실리콘의 불량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GM200의 수율은 매우 낮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완전무결한' 것만을 취하는 타이탄-X가 GM200의 유일한 판로일 경우 가처분 실리콘의 수는 거의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낙타 수준으로 적어집니다. 그렇지만 1~2개의 SMM 정도의 불량을 용인할 수 있다면 '완전무결한' 칩 수량보다 훨씬 많은 양이 추가로 구제될 수 있습니다. 타이탄-X가 세상에 등장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 그 기간 쌓여온 '경미한 불량' GM200의 수량이 상당한 볼륨으로 축적되었고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가 980 Ti라고 보더라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로는, 앞의 이유보다 더 복잡미묘하고 얼마간의 상상력을 곁들여야 하는 이유를 가정해볼 수 있는데 기존의 타이탄-X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 그러나 타이탄 라인업 자체를 손대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르는 상황이 도래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사' 역할로서의 980 Ti의 투입입니다. 엔비디아는 타이탄-X의 비레퍼런스 제조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980 Ti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해, 머지 않은 미래에 시중에서 980 Ti가 최상위급 제품으로 등극하게 될 움직임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공식적으로 회사 차원에서는 '타이탄' 라인업에 손을 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레퍼런스 기준으로는 어쨌든 980 Ti를 타이탄-X의 아래에 밀어 넣은 이중 플레이를 펼치고 있기도 합니다. 데뷔한지 두달밖에 되지 않은 타이탄-X를 공식적으로 2선 후퇴시키기에는 기존 구매자들의 불만, 추후 엔비디아가 발표할 '타이탄' 라인업에 대한 고객의 신뢰훼손 등 유무형의 위험부담이 있기에 불가피하게 '앞 다르고 뒤 다른' 전략을 펼치게 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여기서 전제가 되는 것은 '타이탄-X만으로 상대할 수 없는 강력한 경쟁상대' 가 존재한다는 (혹은, 적어도 엔비디아가 미리 관련된 징후를 포착했다는) 것입니다.

 

이상의 이유 모두 가설에 불과하나, GTX 980 Ti가 대강 저러한 배경 속에서 잉태되어 세상에 등장했다고 보면 보다 명확히 이 제품의 성격을 규명해 나갈 수 있습니다.

 

아래는 GTX 980 Ti의 사진입니다.

 

 

 

 

위와 같은 박스에 담겨 왔습니다. 엔비디아의 눈 모양 로고 절반이 상자 끄트머리에 걸쳐 있으며 로고 윤곽을 따라 은박이 입혀져 있습니다. 상자 몸통과 뚜껑은 엔비디아 특유의 녹색 배색으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봉인을 *처음으로* 찢었습니다. 역사적인 순간.

 

 

 

위 사진들 보면 아시겠지만 상자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래픽카드 하나를 컴팩트하게 감싸는 정도입니다.

 

 

 

 

2차 봉인해제. 씰을 뜯는 장면을 신경써서 남겨 보고 싶었습니다.

 

 

 

 

 

대충 위와 같은 외관을 가졌습니다. (레퍼런스 기준)

기판은 타이탄-X의 그것과 동일하고, 쿨러 디자인은 780 Ti / 타이탄 블랙 / 980과 판박이입니다. 타이탄-X가 검녹 조합으로 배색이 바뀌었는데 980 Ti는 다시 한세대 전으로 복고한 것입니다.

 

 

 

위와 같은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테스트에 사용된 CPU는 인텔 코어 i7 5960X, 메인보드는 ASUS 램피지 5 익스트림입니다. 해상도 설정은 엔비디아의 경우 모든 설정을 엔비디아 제어판의 '사용자 정의 해상도'에서 만들어 사용했으며 AMD의 경우 5K / 8K에 한해 4화면 아이피니티 (2x2) 를 구성해 테스트했습니다. 같은 해상도를 출력하더라도 단일 디스플레이보다는 아무래도 아이피니티의 경우 추가적인 오버헤드가 있었으리라 감안하고 결과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테스트에 사용된 그래픽카드 대조군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대조군 표)

 

 

3. Benchmark Result


벤치마크는 3DMark 11, 3DMark 2013 (Sky Diver / Fire Strike) 을 비롯한 11종의 실제 게임 타이틀로 진행되었으며, 각각의 게임에서 취한 품질 옵션은 설정 가능한 최상위 옵션입니다. 단, 안티알리아싱과 피직스는 끄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1) 3DMark

 

 

 

두 그래프 중 위에 있는 것은 3DMark 11과 Sky Diver의 결과입니다. 모든 대조군에 걸쳐 순위변동 없이 결과가 유지되고 있으며, 980 Ti는 레퍼런스 기준으로 타이탄-X의 아래에 위치하지만 비레퍼런스 3종은 모두 타이탄-X를 앞서고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Fire Strike의 결과로, 왼쪽에서부터 차례로 기본 -> 익스트림 -> 울트라 -> 울트라(해상도만 5K로 변경) -> 울트라(해상도만 8K로 변경)입니다. 이 중 맨 마지막, 울트라 8K의 결과 그래프가 앞의 네 그래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8K라는 거대한 해상도에 6GB 이하의 VRAM을 가진 대조군이 직격탄을 맞은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에 따른 어부지리(?)로 8GB VRAM을 탑재한 비레퍼런스 R9 290X가 타이탄-X에 이은 2위를 차지했습니다.

 

 

(2) Alien : Isolation

 

 

이 게임에서는 5개 해상도 모두 기복 없는 순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레임레이트는 정말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어, FHD에서 200 프레임 안팎에 달하던 대조군들의 성능은 8K에서는 불과 10몇 프레임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3) Batman : Arkham Origins

 

 

이 게임에서는 5개 해상도 모두 기복 없는 순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4) Battlefield 4

 

 

이 게임에서는 앞의 4개 해상도 (~5K) 와 8K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K까지는 최초의 순위가 변함 없이 유지되나, 8K에서 타이탄-X의 순위가 급상승한 한편 R9 290X 8GB 비레퍼런스도 앞의 네 해상도에서는 한번도 이기지 못한 980 레퍼런스는 물론, 비레퍼런스 980마저 큰 차이로 뛰어넘으며 980 Ti의 턱 밑에 자리잡은 모습입니다. 타이탄-X와 R9 290X 8GB의 공통점은 VRAM 용량이 6GB를 넘는다는 것이죠. 8K 해상도가 VRAM 6GB 이하인 대조군들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보입니다.

 

 

(5) Civilization : Beyond Earth

 

 

이 게임에서는 5개 해상도 모두 기복 없이 순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6) Crysis 3

 

 

이 게임은 지금까지 결과를 살펴본 게임 중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반 3개 해상도의 결과는 서로 동일하고 & 지금까지의 여느 게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다른 게임보다 빠른 5K 시나리오에서 '조기에' VRAM 6GB의 한계가 발생한 모습입니다. 여기서 이미 타이탄-X는 비레퍼런스 980 Ti를 / R9 290X 8GB는 980을 뛰어넘고 있으며 8K로 가면 아예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는 플레이조차 불가능했습니다. 크라이시스 시리즈는 예전부터 높은 하드웨어 요구사양으로 악명높았는데 이 벤치마크를 통해 다시 한번 그러한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했습니다.

 

 

(7) DiRT : Showdown

 

 

이 게임에서 앞의 3개 해상도는 순위변동이 없으나 뒤의 두 해상도는 변동이 생겼습니다. 5K에서 타이탄-X가 비레퍼런스 980 Ti를 / R9 290X 8GB가 980을 나란히 꺾은 데 이어 8K에서는 이들 둘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생겼습니다. 그만큼 VRAM 6GB 이하 대조군의 성능하락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크라이시스 3처럼 아예 플레이가 불가능하진 않았습니다.

 

 

(8) Hitman : Absolution

 

 

이 게임에서는 앞의 3개 해상도 (~UHD) 와 뒤의 2개 해상도 (5K~) 가 각기 구별되는 순위 양상을 보여줍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앞의 3개 해상도에서 타이탄-X는 비레퍼런스 980 Ti에게 / R9 290X 8GB는 980에게 나란히 밀리고 있으나 뒤의 2개 해상도에서는 각각 역전하며 순위가 올랐습니다. 이것 역시 'VRAM 6GB 규칙' 이 적용된 또 하나의 사례라 하겠습니다. 특히 이 게임에서 8K 해상도의 R9 290X 8GB버전의 성능은 980 Ti 레퍼런스의 96%에 달합니다.

 

 

(9) Metro : Last Light Redux

 

 

이 게임에서 5개 해상도 모두 기복 없는 결과를 보인 것은, 지금까지의 벤치마크 결과 중 가장 이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트로 시리즈는 크라이시스 못지않게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하드웨어 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높았으나, 의외로 초 고해상도까지도 '플레이가 불가능하지는 않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10) Sleeping Dogs

 

 

이 게임은 지금까지 살펴본 다른 모든 게임을 통틀어 가장 해상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여타의 게임에서 적어도 UHD까지는 VRAM 6GB 이하 대조군에 비차별적인 환경을 조성해 준 반면 여기서는 UHD부터 순위변동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초로 '5K 탈락' 대조군이 발생했는데 이들은 4GB VRAM을 탑재한 R9 290X / 980 레퍼런스 및 980 비레퍼런스입니다. 8K에서 VRAM 6GB 이하가 초토화된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11) Sniper Elite III

 

 

이 게임에서는 앞의 4개 해상도까지 최초의 순위가 변함 없이 유지되었고, 8K에서 VRAM 용량상 이점이 있는 타이탄-X와 R9 290X 8GB버전이 각각 비레퍼런스 980 Ti와 980을 밟고 올라섰습니다.

 

 

(12) Thief

 

 

이 게임은 슬리핑 독스와 비슷하게, 전체 벤치마크 시나리오 중 가장 해상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4K에서 이미 VRAM 6GB 이하 대조군의 순위하락이 나타났으며 5K에서 VRAM 4GB 대조군들이, 8K에서 6GB 대조군들이 차례로 탈락하고 있습니다.

 

 

4. Analysis


위에서 살펴본 3DMark + 11종 게임 벤치마크 결과를 해상도별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위에서부터 차례로 FHD -> QHD -> UHD -> 5K -> 8K를 나타내고, 매 해상도에서 좌측의 그래프는 모든 게임 프레임의 단순합산, 우측의 그래프는 각 게임마다 타이탄-X의 프레임레이트를 100%로 환산했을 때의 상대성능 평균값을 나타낸 것입니다.

 

 

FHD의 픽셀 수는 약 2백만개로, Full-High Definition이라는 이름이 온몸으로 웅변하듯 전체 컴퓨팅 환경의 평균 레벨을 생각하면 여전히 높은 해상도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만큼은 가장 낮은 시나리오 취급을 해야할듯 합니다. 그만큼 오늘 살펴본 대조군들은 시장에서 감히 구경조차 하기 어려울 최상위 제품들이고, 이들의 성능은 이미 대다수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레벨보다 훨씬 위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상위 0.1%를 위한' 제품들이라도 분명 누군가는 구매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비싼 그래픽카드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이며,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지 마음 속으로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마지막 장에서 관련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FHD에서 타이탄-X = 100%(p) 기준, 비레퍼런스 980 Ti는 일제히 101~105%p의 성능값을 기록하며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높은 성능을 달성했습니다. 이로써 다음달 GAMER'S CHOICE에서 공식 추천을 받을 것이 확실시됩니다. 한편 레퍼런스 980 Ti는 타이탄-X 대비 5%p 떨어지는 성능을 보였으며 레퍼런스 980보다는 19%p가 더 높습니다.

 

 

QHD에서도 해상도별 상대성능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UHD에서 타이탄-X는 가장 낮은 폭으로 오버클럭된 비레퍼런스 980 Ti와 순위를 맞바꿔 한 계단 상승했습니다. 또한 8GB 비레퍼런스 R9 290X의 경우, 앞의 두 해상도에서 레퍼런스 980과 동률의 성능을 기록했으나 이 해상도에서는 처음으로 980을 넘어서는 성능값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비레퍼런스 980보다는 떨어지는 성능입니다.

 

 

5K 해상도부터는 본격적으로 순위 격변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R9 290X 8GB버전은 980 레퍼런스 / 비레퍼런스를 모두 꺾고 '2부 리그' 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타이탄-X 역시 비레퍼런스 980 Ti를 모두 꺾고 '1부 리그' 1위를 차지했습니다.

 

 

8K 해상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어, R9 290X 8GB버전은 아예 980 Ti 레퍼런스/비레퍼런스마저 제치고 종합 성능 2위로 올라섰습니다. 다만 이 해상도에서의 게임별 평균 프레임은 -아주 단순히, 러프하게 계산해- 타이탄-X 기준으로도 한 게임당 18프레임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라 실제로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멀티 VGA 구성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타이탄-X 3장으로 SLI를 구성하면 한 게임당 평균 50프레임 정도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추측되며 이 정도면 충분히 무리없는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 대목에서, R9 290X 8GB와 980 Ti의 관계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을 때 8K 환경이라면 R9 290X 8GB를 여러 장 사는 것이 같은 장수의 980 Ti보다 "절대성능에서" 앞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3장 크파/SLI 구성시 R9 290X 8GB의 경우 평균 40프레임, 980 Ti 레퍼런스의 경우 평균 36프레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5. Further Discussion


지금까지 벤치마크 결과 및 분석을 통해 살펴본 바로는, 일단 UHD까지는 VRAM 6GB라는 구성이 전혀 부족함이 없으나 5K부터는 다소 힘이 달린다는 것으로 요약 가능합니다. (특히 8K에서는 힘이 많이 달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행 자체가 가능했는가" 만을 기준으로 삼자면, 프레임이 낮을지언정 어쨌든 절대 다수의 게임에서 (8K에서 구동 자체에 실패한 게임은 3개뿐입니다) 실행 자체는 가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대목은 특히 계량적인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헷갈리기 십상입니다. 가령,

 

- 실행이 가능한 이상, 이 해상도도 제대로 지원한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 막연히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는 느낌 외에, 이 해상도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라고 말할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어떤 분석을 수행해야 할까요. 이 장에서는 거기에 관해 다뤄 보겠습니다.

 

우선 분석을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수학적 모델을 가정해야 합니다. '프레임' 하나를 계산하는 데 소요되는 '프레임타임' 에 관한 방정식입니다.

 

 

프레임타임(= y)을 구성하는 요소로 VGA가 기여하는 부분(= a)및 VGA 이외의 요소가 기여하는 부분(= b : 편의상 CPU의 기여분으로 보았습니다)을 가정했습니다. 이 중 CPU 기여분은 해상도가 오르더라도 변함없이 일정한 값을 유지하지만 VGA 기여분은 각 해상도를 구성하는 픽셀 수에 비례하여 증가한다고 보았습니다. 저는 FHD를 최하로 잡고 벤치마크를 수행했으므로, FHD의 픽셀 수인 2백만개 = 100%로 보고 각 해상도의 상대적인 픽셀 수를 변수 x로 두었습니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은 모형 식을 얻습니다 : y = ax + b

 

이 모델을 실제 게임 벤치마크 결과에 적용해 a값 및 b값을 찾아낸다면 해당 게임이 CPU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VGA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를 분리해낼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수행했던 980 Ti의 벤치마크 결과 중, 문명 : 비욘드 어스의 결과값으로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FHD를 기준으로 QHD는 픽셀 수가 78%더 많은데 프레임은 37% 줄었습니다. (= 프레임타임이 37% 늘었습니다) 이 차이를 역산하면 픽셀 증가분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프레임타임을 증가시켰는지, 다시 말해 VGA의 기여분 증가가 어느 비율로 성능에 반영되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여기서 얻은 값은 0.47입니다. 같은 계산을 UHD, 5K, 8K에 대해서도 수행한 결과, 엇비슷한 0.47~0.49 사이의 값을 얻어 위 모델이 실제로 타당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왜 이 모델을 만들었는지 궁금하시죠. 앞서 "VGA 기여분" 이 픽셀 수에 비례해 증가한다고 설명했지만 여기엔 빠진 게 하나 있습니다. 해당 VGA가 그 해상도를 "잘 견디는 경우" 에 한해 비례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VGA가 특정 해상도에서 "잘 못 견디는" (= 프레임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 프레임타임값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라면 비정상적으로 VGA 기여분이 커질 것이고, 픽셀 증가분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비정상적으로 높은 VGA 기여율값을 얻게 될 것입니다.

 

아래 표는 위와 동일한 분석을 모든 게임에 대해, 980 / 980 Ti / 타이탄-X 3종을 대상으로 수행한 것입니다. (각각 4GB / 6GB / 12GB VRAM을 대표합니다)

 

 

결과는 명확합니다 : 분명히 타이탄-X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VGA 기여율값이 초 고해상도 영역으로 갈수록 검출되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테스트 자체가 전혀 불가능한 (= 0프레임) (= 프레임타임값 무한대)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테스트 자체가 가능했더라도 이 성능이 과연 제대로 된 성능인지 아닌지 헷갈리던 상황을 이 분석을 통해 말끔히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에 따르면 980 Ti는 8K 구동이 '외견상 문제없이' 가능했던 배틀필드 4, 더트, 히트맨, 스나이퍼 엘리트 3 등에서도 사실은 VRAM의 한계를 이미 노출하고 있었습니다.

 

GTX 980 Ti의 6GB VRAM으로 "온전한" 성능을 발휘하는 게임은 5K에서 6개, 8K에서 4개에 불과하며 심지어 슬리핑 독스와 씨프는 4K에서도 한계를 노출할까 말까 하는 수준입니다. 이런 분석 없이는 절대로 알아챌 수 없었을 결과입니다.

 

이 대목에서, 오늘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것이 바로 비레퍼런스 R9 290X 8GB버전입니다. 6GB VRAM이 12GB에 비해 뚜렷한 한계를 노출한데 비해 8GB를 탑재한 R9 290X는 적어도 이번 테스트에서는 '비정상적인 성능저하'를 보이지 않으며 너끈히 8K를 감당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물론 여기엔 AMD의 메모리 관리 기술이 엔비디아의 그것보다 뛰어나단 점 역시 감안되어야 합니다. AMD의 8GB VRAM은 엔비디아의 약 10GB 가량에 해당합니다.)

 

비록 현존하는 어떤 그래픽카드도, 단일 구성으로 8K 해상도를 구동하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멀티 VGA 구성시에는 980 Ti SLI보다 R9 290X 8GB 크파가 더 좋은 절대성능을 갖게 되리라는 점이 최고의 반전입니다. 만약 항간의 루머처럼 대부분의 라데온 300 시리즈가 200 시리즈 리브랜딩 제품으로 채워지고, 290X + 8GB VRAM 탑재 + 클럭 상향조정 = 390X가 되더라도, 이 가상의 제품은 이 글에서 비레퍼런스 R9 290X 8GB가 그러했듯, 일반적인 해상도에서 980을 대등하게 상대하며 고해상도로 갈수록 980과 980 Ti 사이를 정조준해 파고들 것입니다. 엔비디아로서는 당분간 메울 수 없는 성능상의 공백지대가 경쟁사의 스윗 스팟이 되는 셈입니다.

 

 

6. Conclusion


이제 정리해 봅시다. 해상도별로 모든 게임에서의 GTX 980 Ti의 평균 프레임을 보면 FHD가 130프레임, QHD가 100프레임, UHD가 50프레임으로 어쨌든 -러프하게나마- 이 3개 해상도에서는 대체로 문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5K / 8K에서는 아닙니다. UHD 이하와 5K 이상을 각각 '정복 가능한 해상도' '정복 불가능한 해상도'로 대별해 보았을 때, GTX 980 Ti는 명백히 '정복 가능한 오늘날의 해상도'를 위한 최고의 그래픽카드입니다.

 

 

레퍼런스 기준으로 이 해상도에서 타이탄-X의 94~96%에 해당하는 성능을 기복 없이 보여주었고, 비레퍼런스는 가장 낮은 클럭이 적용된 것마저 타이탄-X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가격마저 타이탄-X보다는 저렴할 것으로 보여 다음달 GAMER'S CHOICE에 선정될 최고성능의 단일 GPU 그래픽카드는 타이탄-X가 아닌 GTX 980 Ti 비레퍼런스가 될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짧게 줄여 GTX 980 Ti는 "가장 좋은 게임용 그래픽카드" 입니다.

 

그러나 한계 역시 뚜렷합니다. 쿠다코어가 감소하여 GPGPU 성능은 웬만큼 오버클럭된 비레퍼조차 타이탄-X에 뒤지는 편이며, 단일 그래픽카드 구성에서는 비록 의미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정복 불가능한 미래의 해상도'를 꿈도 꿀 수 없다는 건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극단적으로 가정해 4K 모니터 세 개로 서라운드를 구성하려는 사람이라면 (이 경우 픽셀 수는 5K와 8K의 정확히 중간쯤이 됩니다) GTX 980 Ti를 2~3개 사는것보다 같은 갯수의 R9 290X 8GB버전을 사는 편이 더 좋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오늘 당장 게임하기에 좋은 그래픽카드" 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으로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S. 글 말미에 처음 시도된 프레임타임 기여율 분석은 이번달 중 별도의 특집으로 따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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