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lator : Daeguen Lee

(※ 이 글은 AnandTech의 원문 (링크) 을 번역한 것입니다.)

 

 


AMD 그래픽 부서 구조개편 - 전직 ATI 임원이 이끄는, 재통합된 그래픽 부서

 


9년여 전, AMD는 라데온을 설계했고 엔비디아의 굳건한 경쟁자이던 캐나다의 한 회사인 ATI를 인수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ATI를 인수하며 그들은 단순히 CPU를 만드는 회사의 노선에서 벗어나 걷게 될 다른 노선에 관해 거대한 계획을 세운 바 있다. CPU 단독으로는 곧 충분하지 못할 시기가 올 것이기에, 미래의 CPU는 I/O, 그래픽 등을 통합한 SoC에 가까운 모양이 될 것이라 보았고 AMD의 시각에서 그러한 미래는 곧 융합(fusion)의 시대였다. 말하자면 이때의 AMD에게, ATI는 그들이 꿈꾸던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마지막 하나 남은 퍼즐조각이었던 셈이다.


대체로 AMD는 ATI를 인수함으로써 그들의 기술적인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다. I/O 부문에서 AMD의 칩셋 성능은 극적으로 향상되었으며 이는 AMD 그 자신은 물론, AMD CPU를 지원하는 어떤 서드파티 업체도 달성하지 못했던 수준의 완성도였다. 또한 그래픽 부문에 관련된 계획 역시 큰 변화가 있었는데, 2011년에는 성공적으로 CPU 다이 위에 통합된 GPU인 라노를 선보였으며 (비록 당시 기준으로도 인텔을 무찌르기엔 다소 부족했으나) 비교적 최근에는 그들의 장기 프로젝트인 HSA의 첫 발을 내딛으며 많은 업체들로 하여금 HSA 컨소시엄에 참여케 하는 한편, 그러한 기술을 최초로 지원하기 시작한 카베리를 2014년에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뒤이어 금년도에는 HSA 1.0을 완벽히 지원하는 카리조를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사건들 중 어느 것도 AMD가 ATI를 인수하지 못했더라면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비록 AMD가 인수전에 막대한 금액을 지불했음에도 장기적으로 AMD와 ATI의 통합이 지금의 AMD가 시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 중 하나로 잔존하는데 기여했음이 명확하다. 인텔과 엔비디아의 공격이 어느 때보다 거센데다 AMD의 제안들이 그들이 기대한 것 만큼 구매자들을 끌어오지는 못하고 있기에 AMD의 현 상황을 절대 쉽게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달리 생각해 보면 CPU/GPU의 통합 덕택에 AMD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되었고,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 원을 장악할 수 있었으며 세미커스텀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초석을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볼 때, '퓨전' 이라는 비유는 단순히 기술의 융합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경영상의 통합 역시 의미한다. AMD가 ATI를 인수할 때 그들은 단지 CPU사업부 옆에 GPU사업부를 나란히 놓는 것을 원한 게 아니라, AMD의 모든 부문마다 ATI의 정신을 심고자 했다. 이에 관해 우리는 지난 2006년 기사에서 "각각의 회사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 이 둘이 함께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것이 이 인수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될 것이다" 라 평한 바 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양사의 통합 이후 첫 4년간 AMD는 천천히 하지만 충분히 ATI를 흡수하고 소화시켜 왔다. 아주 깊은 레벨까지의 통합을 이루고 ATI 브랜드는 완전히 사라졌다.


과거의 회상에서 벗어나 보자. 바로 오늘 AMD는 아주 중대한 구조개편을 발표했으며 어떤 의미에서 이는 작년의 사업부 구조조정보다도 더욱 큰 변화이다. 바로 단일한 그래픽 사업부 -라데온 테크놀로지 그룹- 를 재창설해 그들의 모든 그래픽 관련 사업을 총괄하게 한 것이다. 또한 새로 부활한 라데온 사업부는 오랜 ATI맨이자 한때 AMD를 떠났다가 최근 다시 복귀한 라자 코두리가 수장을 맡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계획을 처음 접했을 때 다소 충격을 받았다. AMD는 '그래픽'이 자사의 모든 영역에 걸쳐 중요한 요소가 되게끔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왔는데 오늘의 개편은 이를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이러한 변화가 필요해졌다고 느꼈을지라도, 이것이 AMD의 급격한 과거회귀하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적어도 몇몇쯤은 AMD 상층부의 그래픽 사업 관련 조직이 어떠한 모양인지 알 것이라 추측했지만, 오늘의 발표를 들으며 심지어 나조차도 AMD 내에 이토록 많은 '그래픽 사업 관련' 하부조직이 있는 줄은 몰랐었다. 이러한 여러 조직들 위에 CTO인 마크 페퍼마스터가 있고, 부사장 겸 글로벌 마케팅 담당인 존 테일러, 부사장 겸 그래픽부문장 매트 스키너, 부사장 겸 비주얼 컴퓨팅 담당 라자 코두리 등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AMD 내에 그래픽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뚜렷한 책임자가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여러 부서에 분산된 그래픽 역량을 가짐으로써 AMD는 여러 CPU와 그래픽조직 간의 깊은 협력을 의도했다. 그러나 오늘의 발표와 관련해 들은 바로는 이러한 분산 배치가 AMD의 그래픽 역량의 약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여러 명의 임원들이 제각기 여러 서로 다른 부서들을 관리하는 것은 그래픽 부문의 최전선에서 AMD가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을 방해하고, 궁극적으로 AMD 자신을 해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9년이 지난 지금 AMD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깊은 융합'이 기대만큼 잘 작동하지는 않았다는 일종의 시인이 있었던 셈이다. GPU는 AMD의 기술 계획상 여전히 중요한 존재이며 퓨전 역시 AMD의 전략에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러한 제품들이 개발되고 마케팅되는 일련의 사내 절차에 관해 AMD는 개혁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와 동시에 AMD는 한 발 뒤로 물러나 그들의 그래픽 사업 조직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재평가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통합 그래픽 사업부의 재창설이다.


새 사업부의 수장인 라자 코두리는 직전까지 부사장 겸 비주얼 컴퓨팅 부문을 맡고 있었으며, 오늘부로 보직을 옮김과 동시에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해 CEO인 리사 수 박사의 직할에 놓이게 되었다. 지금 기사를 쓰는 이 순간까지는 AMD가 아직 새로 갱신된 조직도를 올리지 않았으나, 수석부사장 겸 라데온 테크놀로지 그룹의 최고 설계자 (Chief Architect) 로 승진된 라자 코두리의 위상은 이미 존재하던 다른 두 사업부의 수석부사장과 동급이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 주 : 컴퓨팅 사업부와 EECS (임베디드, 엔터프라이즈, 서버, 세미커스텀) 사업부를 의미한다.) 각 사업부는 데스크탑 클라이언트와 서버/엔터프라이즈를 양분하며 이들 중 어느 한 곳의 총책임자가 공석이 되면 리사 수 CEO가 직접 직무대행을 맡을 만큼 AMD 내에서 이들 수석부사장직은 고위직에 속한다.

 


라자 코두리 개인에게 있어서, 수석부사장직으로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우리는 2013년 라자의 AMD로의 복귀에 관해 기사를 쓴 바 있는데 이때 그는 애플에서 4년간 근무하고 있던 참이었으며 그곳에서 그들 자체 그래픽솔루션의 개발을 돕는 입장이었다. 한때 CTO였던 라자는 AMD의 그래픽 기술에 정통했으며 그가 복귀한 2013년 즈음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라자는 향후 AMD의 그래픽 기술의 성패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오늘의 구조개편과 인사이동은 라자와 AMD의 재결합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의 업무영역을 더 넓혀줄 것이다. 라자는 단지 AMD의 그래픽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감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회사 내의 모든 "그래픽" 부문에 손을 댈 것이다. 마케팅, 게임개발사(ISV), 기타 모든 것이 라자의 관할에 들어오게 되었다.


개편된 그래픽 부문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포함해, 라자가 대면하게 될 숙제 역시 많아졌다. AMD의 그래픽 시장 점유율은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서, x86 그래픽 벤더 가운데 인텔과 엔비디아의 뒤를 이은 굳건한 3위 자리를 지키는 형편이다. AMD가 잃어버린 시장 점유율을 찾아올 수 있도록 어떻게 팀을 지휘할지, 마케팅과 ISV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한편 흔들림 없이 뛰어난 그래픽 아키텍처를 개발해내야 한다. 분명 라자는 중대한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라자만큼 이 일에 적임자인 사람도 없을 것이다.

 


AMD의 나머지 부문에게 있어서 이번 개편은 한 시대의 끝이기도 하고 시작이기도 하다. '라데온'은 다시 한번 완전체가 되었고 그들이 갖게 될 것은 (그간 오래 갈망해 왔고, AMD의 관료주의 하에서 발휘될 수 없었던) 민첩성일 것이다. AMD는 이번 구조개편을 어떻게든 긍정적인 것으로 홍보하려 하겠지만, 그리고 AMD 그래픽 부문의 직원 대부분도 이번 조치를 반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구조조정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AMD 관계자로부터 들은 바로는 직전까지 AMD의 부사장이자 그래픽부문장을 맡고 있던 매트 스키너가 퇴사할 것이라고 하며, 따라서 후속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한다.


라데온 테크놀로지 그룹의 가까운 미래를 내다볼 때, 이번 구조개편과 라자의 승진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점쳐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라자가 처음 AMD로 돌아왔을 때 그에게 내정된 역할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총괄하는 것이었고, 그 중 기술개발에 관련한 부문은 성과 측정에 연 단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지금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의 컨트롤 하에 두게 되었고 그 중 마케팅, PR 등은 그간 해오던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 단위로 호흡해야 하는 업무들이고 변화에도 능숙해야 한다. 앞으로 무엇이 바뀔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개편의 첫 결실은 2016년의 차세대 FinFET 기반 GPU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드웨어 자체는 바뀌는 데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적어도 라자가 '그것의 출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를 조정하는 지렛대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장기적으로 우리가 지켜볼 관전포인트는 과연 라자가, 현재 의심의 여지 없이 어려운 시기를 겪는 AMD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류의 조직개편을 다루며 조직분할이나 매각, 분사 등의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기자로써 태만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접할 수 있던 정보원들 가운데는 누구도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 보지 않았다. 그보다는 AMD가 여전히 이런 구조개편을 단행할 힘이 남아 있으며, 그래픽 사업부를 단일체제로 개편해 한 명의 경영진 손에 안정적으로 맡기는 것이 그들을 되살릴 길이라 믿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주겠지만, AMD는 30년 역사의 그래픽 하드웨어 개발진들을 다시 한데 모으는 것으로 자신들의 승부수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