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Jin Hyeop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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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얼마 전에 알려드렸던(링크) DMZ 2.0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죄송하다는 말을 드립니다. 여러분께서 남겨주신 질문을 주최측에 전달했으나 실제로 질문에 반영되지 않았고, 참석자 질문 시간에도 결국 시간 제한으로 질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오늘 행사의 이모저모를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행사는 판교테크노벨리에 위치한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있었습니다. 저는 1시 30분경에 도착했는데 실제로 입장 가능했던 것은 2시 40분부터였습니다. 제일 먼저 들어가서 프레스, VIP석을 제외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각 자리에는 통역 리시버가 제공되어 있어서 언어의 장벽 없이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보고자 했던 세션은 당연히 스티브 워즈니악이 출연하는 '기술, 미래 그리고 인류'였습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스티브 워즈니악과 남경필 지사를 두고 어떤 접접을 찾고 싶어서 저런 식으로 연사 구성을 했는지 걱정을 했습니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주최측이 저렇게 둘을 배치하려고 했던 의도나 어떤 식으로 프레임을 짜려고 했는지는 알겠습니다. 사적인 영역에서 혁신의 아이콘(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인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과 공적인 영역에서 혁신의 아이콘인 남경필 지사 라는 식으로 프레이밍을 해서 담론을 이끌어 보겠다는 느낌이 토론 내내 강하게 들었지만 둘이 말하려는 바가 다르다보니 토론이 끝까지 겉돌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론은 이 정도로 줄이고 실제로 워즈니악이 어떤 말을 했는지를 간략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워즈니악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예시로 들며 학교에서보다 학교 밖에서 배운 게 더 많고 그리고 그게 자신의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워즈니악은 어릴 때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았고 학창시절에는 수학, 과학을 모두 잘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전자공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막 태동하던 컴퓨터 설계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워즈니악은 직접 현존하는 컴퓨터를 보고 이를 더 적은 칩으로 설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습니다. 직접 종이에 컴퓨터 구조를 설계해서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실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워즈니악은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개인에게는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신은 영리추구 목적이 아닌 재미로, 자신을 위해 이런 일들을 했다고 말합니다. 또 워즈니악은 제한된 환경에서도 그에 맞는 혁신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쯤에서 사회자가 워즈니악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신은 외향적인 사람입니까? 내향적인 사람입니까? 어떤 성격이 혁신에 도움이 되나요?" 워즈니악은 자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밝힌 후 그건 혁신과는 관계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실리콘 밸리에는 많은 외향적인 사람이 있고 그들도 그들의 혁신을 이뤄내고 있으며 자신처럼 내향적인 사람도 충분히 혁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약간 주제를 바꿔서 사회자가 워즈니악에게 애플의 혁신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이에 워즈니악은 일단 회사는 회사일 뿐이라면서 애플이 언제까지고 혁신을 지속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워즈니악은 애플은 미래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 회사라면서 애플이 미래의 혁신 역시 이끌었으면 좋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워즈니악은 애플의 미래 먹거리가 전자제품이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건 무인 자동차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아직 생각도 못하고 있는(애플이 진출할 것이라고) 분야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워즈니악은 자신이 차고 있는 애플워치를 가리키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PC의 시대는 정점을 지났으며 이제 컴퓨터는 점점 개인화되며 우리 삶의 곳곳에 침투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엔드 유저들은 여기에 복잡한 기술이 사용되었다고는 생각도 못할테지만 그 이익은 누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에 가장 능한 회사가 애플이라 덧붙였습니다.


워즈는 약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잠깐 쉬고는 애플이 처음 마우스를 만들었던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제록스 컴퓨터에 방문해 GUI를 처음 봤을 때 충격과 애플이 그를 실제로 제품화해내면서 컴퓨터가 어떻게 사람과 소통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기술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워즈니악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Human Touch'(기기가 사람과 소통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에 능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만들어 히트시킬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미래의 혁신 역시 여기에 대해 잘 이해하는 회사가 선점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애플은 이 분야에서 매우 능한 회사입니다.



또 그는 미래의 컴퓨팅이 클라우드 컴퓨팅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습니다. 여기가 유일하게 남경필 지사와 토론이 토론답게 이어진 부분인데 그는 공공분야에서 이런 인프라를 이해하고 작은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고, 남경필 지사는 땅이 있고 예산이 있고 인력이 있는 공공분야가 어떻게 사기업의 혁신을 도울 수 있을 지 고민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워즈니악은 항상 그렇듯이 '개방'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날 역시 담화 내내 오픈이라는 단어가 여기 저기 섞여있었는데 그는 그들이 애플1, 2를 만들던 시절 애플이 슬롯을 제공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개방을 말했습니다. 또 아이팟, 아이폰의 성공 역시 오픈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아이팟은 처음에 맥용으로만 제공되던 것을 윈도용 아이튠즈를 출시함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고, 아이폰 역시 퍼스트 파티 앱들만 사용가능하던 초기 이후 API를 개방하고 앱스토어를 열어서 현재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우버나 Airbnb와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은 이런 기반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공공분야가 해 주어야 할 것이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 밝혔습니다. 예를 들면 애플 초기에 회사 내부에 오픈랩이라고 어떤 직원이든 (심지어 개인 프로젝트일지라도) 회사에서 제공하는 부품들을 마음대로 가져가다 만들어 볼 수 있었는데 이런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것이라 말했습니다.


워즈니악은 초기 애플이 매우 작을 때는 자신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광범위하게 접근했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가 커지게되면 과거에 혼자서 하던 그런 작업들이 세분화되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맡겨지게 되는데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두를 총괄하고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의 역량이라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스티브 잡스가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잡스는 기술적인 이해가 깊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열정은 모든 걸 덮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훌륭히 애플을 이끌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팀쿡 역시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애플을 훌륭히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좀더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회사 내부는 잡스 치하에 있을 때 보다 오픈되습니다. 워즈니악은 이날 팀쿡의 애플을 존경한다고 말했습니다.



워즈니악은 교육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워즈니악은 현업에서 물러나고 난 뒤 초등학교에서 수년간 교편을 잡았습니다. 그는 현행 학교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30명의 학생이 똑같은 교실에 앉아 똑같은 수업을 듣는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는 교사 1명에 학생 30명이 할당되어 있기에 생길 수 밖에 없는 폐단입니다. 그는 이상적으로 교원과 학생이 1:1이 되는 교육시스템 하에서 사회는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워즈니악은 미래에 컴퓨터가 선생님을 대체할 수 있는 시기가 오리라 보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은 컴퓨터가 그 정도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단순히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등의 개선은 있었지만 그건 사실 과거에도 수고를 들이면 할 수 있는 일이었죠. 워즈니악은 미래에 컴퓨터가 교육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얼마 전 워즈니악은 '인간이 로봇(인공지능)의 애완동물이 될 것이다.' 라는 발언을 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사회자가 워즈니악에게 직접 질문을 했습니다. 당장 저 문장 하나만 놓고 보면 워즈니악이 굉장히 디스토피아적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실제 워즈니악의 의도는 조금 달랐습니다. 워즈니악은 현재 우리의 애완동물들은 우리에게 생산성을 가져다 주는 게 아니라 우리의 케어를 받고 있는 것이고, AI가 효율적이 되어 인간이 생산적인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을 때 인간은 로봇의 케어를 받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저런 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워즈니악은 자신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워즈니악은 언제 AI가 인간처럼 생각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꽤나 부정적이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AI라고 부르는 것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자동화 시킨것 뿐이지 진정한 의미의 AI가 아니며 우리가 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 진정한 의미의 AI는 탄생하기 어려울 것이라 봤습니다.



이렇게 본 세션이 마무리되고 20여분간의 질문 시간이 있었습니다. 질문과 그 답변을 간결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Q1. 애플의 혁신이 꺼져가는 것 같다. 애플이 경쟁사들에게 뒤쳐질 것 같지 않은가?

나는 아직 애플이 견실히 혁신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초창기 애플이 하드웨어쪽 혁신에 중점을 두었다면 요즘은 소프트웨어적인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는 애플과 경쟁하는 유명한 회사가 있다. 딱히 어디라고는 말을 하지 않겠지만(웃음) 그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그 회사의 스마트폰은 훌륭한 카메라와 훌륭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점이 되는 것은 그런 사항들이 아니다. 그건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른 뒤 이 제품이 다른 제품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일 뿐이다. 특히 현대 시대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할 필요가 없다. 자기가 잘 하는 분야에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나머지 부분은 개방하여 이익을 취할 수 있다. iOS 8, iOS 9와 최근의 OS X들은 이런 애플의 기조를 잘 반영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때의 애플이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했다면 현재 애플은 좀 더 개방적으로 변했고 소비자의 니즈를 따라가고 있다. 아이폰 6의 성공이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어준다. 나는 오늘날의 이런 애플을 존경하며 잡스가 이 모습을 봤어도 만족할 것이다.


Q2. 최근 애플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힌트를 좀 줄 수 있나?

애플은 전통적으로 컨텐츠를 중시했고 창작자들을 존중했다. 기존에는 애플이 여기에 대해 Tool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존중했다. 이 대답을 하기 전 나는 애플의 경영 일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다. 지금 애플은 비디오 엔터테인먼트와 컨텐츠 개발에 실제로 관심이 있다. 아마 언젠가는 애플이 직접 제작한 드라마 등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Q3.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덕목 세 가지가 있다면?

1. 진실성이다. 엔지니어는 진실해야 되며 잘못된 것을 봤을 때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2. 엔지니어는 똑똑해야 한다. 진짜다.

3. 엔지니어는 의도적으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어떤 작업을 시작하면서 생각을 하고 작업 중에도 생각을 하고 작업 후에도 생각을 한다면 앞서가는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Q4. 당신이 지금 이 시점에 25세라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내가 만약 지금 25세라면 시각적으로 사물을 인지하는 칩을 만들 것이다. 현재처럼 단순히 이미지 처리가 아닌 고차원적으로 사물을 인지하는 칩을 만든다면 현재 뜨고 있는 여러 산업 분야에 접목하여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5. 유수의 IT 대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대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니치마켓을 잘 공략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남경필 지사가 덧붙였습니다. 경기도에서 이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상중이며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겠다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 주신 내용 중 IoT 관련된 내용은 워즈니악이 토론 내에서 간접적으로 답변을 한 것 같습니다. 질문 올려주신 나머지 분들께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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