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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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미래창조과학부 직제가 개편되며 '과학기술전략본부'라는 차관보급 직책이 신설되었다. 조직의 이름으로나, 이례적으로 고위급 본부장이 보직된 점에서나 참여정부 시절의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연상케 하는 새 본부의 출범 소식을 접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문민정부 이전까지 국무총리 소속 외청의 하나였던 과학기술처는 국민의정부 들어 '부' (Ministry) 로 승격되었고, 참여정부 시절 부총리 부서로 재차 격상되는 한편 차관급 본부장을 두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부총리 직속으로 설치해 국가 R&D 컨트롤타워로 삼았다. 내각 서열 3위의 부총리를 수장으로 두고 복수차관을 운용했던 이 시기가 과학기술부라는 일개 부로서도, 넓게 보아 과학기술계 전반에도 황금기가 아니었을까. 1998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장관 부서 (=Ministry) 로서의 과학기술부의 존립기간은 채 10년이 못 되었다. 이후 '작은 정부'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과학기술부는 해체되었다.


정확히는, 과학/기술을 잘게 다져 각각 교육부, 기재부, 행안부, 지경부, 방통위 등에 붙이려던 인수위의 초안 (이에 따르면 과기부의 가장 큰 부분을 승계한 부처로 '교육과학부'가 신설된다) 이 여야의 지난한 협상 끝에 ('기술'이 존치된) '교육과학기술부' 로 조정되는 선에서 마무리된 것이니 그나마 다행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기술' 부문을 기초기술과 산업기술로 분할해 소위 돈 되는 R&D 분야인 후자의 관할이 지식경제부로 넘어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고 마찬가지로 정보통신부가 해체되어 방송위원회와 통합,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기형적 조직으로 출범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당연히 R&D 컨트롤타워로서의 정부의 기능이 약화되었고 각종 과학기술 유관 지표의 추락이 뒤따랐다.


그러기를 3년, 2010년 연말 대통령의 비상설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상설 행정위원회로 개편하는 정부조직 개편이 시행되었고 이에 따라 장관급 위원장이 새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맡게 되었다. 여기까지를 돌이켜 보면 정부 출범 당시 과기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폐지한 결정을 변칙적으로 되돌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컨트롤타워인 국과위의 명줄도 그리 튼튼했던 편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등장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에 대부분의 권한을 이양하고 도로 비상설 심의기구로 환원되는 과정을 거친다. 게다가 미래창조과학부로 말할 것 같으면 사실상의 국시인 '창조경제'의 주무부처가 아닌가.


이질적인 구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교육부 일부(고등교육 및 산학협력)를 합치면서도 정작 국가 주도 기초과학 어젠다의 핵심인 원자력 산업을 지식경제부로 이양하는 (again, 과학기술 부문 중 '돈이 되는' 몇 안되는 분야이다) 해괴한 조직개편은 여야의 치열한 협상 끝에 '원자력' 부문을 다시 연구개발과 발전으로 쪼개 전자는 미래부에, 후자는 지식경제부의 후신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넘기는 타협안으로 1차 조정되었으나 다시 이것 (원자력 연구개발을 장려하는 것과 감시하는 것이 양립할 수 없다는) 이 빌미가 되어 '원자력안전위원회' 라는 조직을 떼어내며 현행 미래부의 골격이 완성되었다. 부처의 이름에서부터 당연한 말이지만 미래부의 미션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라기보다는 창조경제 컨트롤타워에 가까웠고, 부처 기능 자체가 갈기갈기 찢어졌던 직전 정부에서의 개편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기능은 한 자리에 모였으되...) 어젠다의 '우선순위' 자체가 밀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상시적으로 직면하게 되었다.


'차관보급 본부장'으로써 3개 국 단위를 총괄하는 과학기술전략본부장은 사실상 제3차관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또한 (대통령 심의기구인) 국과위 사무처역할을 겸하게 된 만큼 일정 부분 각료급 권한을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이례적으로 국시인 창조경제를 넘어서는 관할권을 갖는 직책을 신설한 이유를 추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올해는 현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해이다. 이명박 정부가 '상임 국과위'를 만든 2010년 역시 공교롭게도 그 정부 임기 3년차가 된 해였다. 어떤 정부든 임기가 꺾일 즈음 '여태 해온 것' 을 결산하고 '앞으로 할 것'을 새롭게 정비하는 시점이 도래한다고 가정하면 직전/현 정부 모두 3년차의 어느 시기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이를 시정하는 피드백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어쨌든 이번 개편은 좋은 것이다. 돌고 돌아 참여정부의 직제로 회귀하는 현상은 비단 미래부뿐 아니라 정부부처 전반에서 관찰되는 현상인데 이를 두고 '보수정권의 실패' 로 확대해석하고 싶은 것도, '진보정권의 무오류성' 운운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설령 지난 7년이 훗날 실패였다 진단되더라도 이를 정부 내부에서 짚어 낼 최소한의 자정기능과, 그것이 국정에 반영되어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이란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측면까지도 있다. 단지 기왕 먼 길 돌아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의 기능이 정상화된 만큼 현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조금 욕심을 덧붙이자면 앞으로 등장할 어느 정부에서도 다시는 부침을 겪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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