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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의 심장을 PC에 : 라데온 R9 380X 리뷰

Author : Daegu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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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여러분이 이 글을 보고 계신 현 시간부로 AMD의 새 그래픽카드 <라데온 R9 380X> 의 엠바고가 해제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제품은 GCN 1.2 아키텍처를 사용한 Tonga 칩셋이 탑재되었으며, 특히 그동안 이 칩을 사용한 제품이 한결같이 일부 스펙이 제한된 컷칩을 사용한 것과 달리 외장 그래픽카드로는 처음으로 Tonga 풀칩이 탑재된 것입니다. 이 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 그와 같은 스펙을 가졌던 것으로는 아이맥 5K에 내장된 그래픽카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아이맥의 심장이 PC로 옮겨왔다고 비유하면 적절할까요.

 

Tonga 칩은 최초의 GCN 플래그십 칩이었던 Tahiti와 많은 부분 비슷한 사양을 가졌습니다. 32개의 컴퓨트 유닛을 탑재해 총 2048개의 스트림프로세서를 내장했고, 스트림프로세서:TMU:ROP의 비율이 Tahiti와 동일하며 이 글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알게 되시겠지만 성능마저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모든 면이 같지는 않습니다. GCN 1.2로 넘어오면서 Tonga는 Tahiti보다 더 많은 ACE (Asynchronous Compute Engine) 을 갖게 되어 명령어의 병렬처리 효율이 높아졌고, 컬러 압축기능을 지원하면서 같은 메모리 대역폭일 경우 이를 약 40%가량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Tahiti보다 40% 적은 메모리 대역폭으로도 동급의 성능을 낼 수 있다는 뜻으로, 이에 힘입어 Tahiti 계열이 384bit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탑재하던 것과 달리 256bit로 줄이면서도 성능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컬러 압축이 모든 형태의 워크로드에서 대역폭 자체가 늘어나는것 만큼의 효용성을 담보할 수 없기에, 저해상도에서는 384bit Tahiti와 비슷한 성능을 보이지만 고해상도에서는 조금씩 밀리는 모습 또한 리뷰에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지난 R9 285, R9 380 리뷰 때도 한번씩 확인되었던,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리라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제품의 명명법이 전세대의 R9 280X 뒤를 잇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R9 280/285의 뒤를 잇는 것으로 포지셔닝되었단 점입니다. 위 그림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AMD가 생각한 해당 포지션의 계보는 HD 7850 -> R9 270X -> R9 285 -> R9 380/380X인 것 같습니다.

 

지난 6월, AMD는 라데온 300 시리즈를 발표하며 접미사 -X가 붙는 모델을 깔끔하게 정리해 낸(=없앤) 전례가 있는데 오늘 380X가 출시되며 결국 모든 라인업에 걸쳐 -X 모델이 부활한 셈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X 모델이 부침을 겪은 것으로 미뤄보아 AMD가 주력으로 삼는 모델은 -X 없는 모델들 (360, 370, 380, 390) 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그러한 연장선에서 각각을 GTX 750, 750 Ti, 960, 970과 맞붙을 수 있게 기획한 듯 하지만 아시다시피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이는 아래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적은 라인업'으로 AMD의 스윗 스팟 정책을 구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윗 스팟 정책이 먹혀들어가기 위해서는 경쟁사와 경쟁하고자 하는 시장에서 모든 라인업에 대응하는 제품을 갖추고도 경쟁사 라인업 사이사이를 공략할 '플러스 알파'를 별도로 투입해야 합니다. -X 모델이 애초 없다가, 뒤늦게 재투입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평가가 있었을 것입니다.

 

 

AMD가 자체적으로 테스트한 바에 따르면 R9 380X의 DX12 성능이 경쟁 제품들보다 꽤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GTX 960을 경쟁 제품으로 볼 것이냐는 점은 조금 애매한 감이 있는데, 일단 R9 380X의 바로 아래 라인업인 R9 380이 이미 GTX 960보다 성능이 좋기 때문에 굳이 R9 380X를 GTX 960의 라이벌로 규정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다, 가격도 GTX 960보다 높고 소비전력도 GTX 960보다 높습니다. 결국 비교 대상이 상당히 애매해지는 셈인데, 사실 여기에 AMD의 의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AMD는 라데온 HD 2000 시절 이후 지금까지 '스윗 스팟' 을 공략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경쟁사의 제품과 완전히 같은 포지션이기보다는 오히려 경쟁사의 라인업과 라인업 사이 빈 틈을 노리는 것이죠. 현재 엔비디아의 라인업 중 가장 간극이 넓고 공백지대로 남아 있는 곳이 GTX 960과 970 사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960과의 차이를 '좀 더' 벌려 상대적으로 970에 가까워지는 동시에 그 둘의 중간적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이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이 전략이 잘 먹힐지 검증해 봐야겠죠. GTX 960과 970 사이라는 점은 예상 가능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적인 위치가 어디에 가까운지일 것입니다. 테스트 들어갑니다.

 

<목차>

 

테스트 준비 및 제품 사진

테스트 결과

성능 분석 및 결론

 

 

테스트 준비 및 제품 사진


테스트에 사용된 시스템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테스트에 사용된 게임별 그래픽 품질 설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테스트에 들어가기 앞서, 테스트에 사용된 라데온 R9 380X의 외형을 잠시 보고 가겠습니다. 라데온 300 시리즈가 전반적으로 다 그렇듯 380X 역시 레퍼런스는 AMD의 프리젠테이션 속에만 존재하고, 실제 유통되는 형태는 각 Add-in-board (AIB) 파트너사의 재량에 따라 비레퍼런스로 판매됩니다. 위에서 살펴본 970/5700이라는 작동속도 역시 실제 판매되는 제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으며, 이 리뷰에서 사용된 제품의 경우 1040/6000의 작동속도를 갖게끔 오버클럭되어 있었습니다. 레퍼런스간 비교에 활용하기 위해 970/5700으로 작동속도를 낮춘 것도 함께 테스트해 수록했습니다.

 

(※ 사진촬영, 보정 및 편집은 ITCM의 서종원 팀장님께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테스트에 사용한 제품이 비레퍼런스인 만큼 외형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기존에 R9 285나 380을 출시했던 제조사의 제품이라면 그들과 유사한 외형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외에 주목할만한 점이라면 R9 380X의 TDP는 190W로 2개의 6핀 보조전원 커넥터가 필요하다는 점, 2개의 DVI 아웃풋과 각각 1개씩의 디스플레이포트 (DP) / HDMI 출력을 지원한다는 점 등입니다.

 

한편 AMD의 차상위 라인업 (x80 시리즈) 으로써 당연히 크로스파이어를 지원하는 포지션인데, GCN 1.1 이후부터 PCI-Express 라인을 활용한 XDMA 연결로 그래픽카드 상호 연결이 대체되었기 때문에 별도의 골든핑거는 없습니다. 이 점은 잠재적 경쟁자이자 전세대 같은 포지션 모델이었던 R9 280X과 외형상 가장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테스트 준비 및 제품 사진 장을 마치고, 다음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벤치마크 및 게임성능 테스트 결과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테스트 결과 (1) : 3DMark 벤치마크


이 장에서는 벤치마크 및 게임성능 테스트 결과를 소개합니다. 먼저 널리 사용되는 그래픽카드 성능 벤치마킹 툴인 3DMark 11의 벤치마크 결과를 봅시다.

 

 

HD 해상도 (1280 x 720) 에서의 사용환경을 대변하는 퍼포먼스 프리셋에서 R9 380X는 상당히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바로 아래 모델인 R9 380 / 전세대 모델인 R9 280X보다 상당히 좋은 것은 물론 GTX 960과 970과의 근원관계 역시 오히려 970쪽에 더 가까워 보일 정도입니다.

 

380X가 380보다 좋은 것은, 다른 모든 스펙이 동일하고 컴퓨트 유닛 개수가 14% 증가한 만큼 당연한 결과이지만 280X보다도 성능이 높게 나타난 것은 의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각각 Tonga와 Tahiti의 풀칩을 대표하는 모델로써 이들의 장단점을 비교하자면, Tonga는 ACE 갯수가 8개로 Tahiti의 2개보다 4배 더 많은 수준이고 대신 Tahiti는 384bit 메모리컨트롤러를 내장하여 Tonga의 256bit보다 50% 더 높은 대역폭을 갖습니다. 퍼포먼스 프리셋은 HD급 해상도로 높은 메모리 대역폭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Tonga의 단점이 가려지고 장점만 발현된 결과가 지금 여러분께 보여진 그래프일 것입니다.

 

한편, FHD 해상도 (1920 x 1080) 을 대변하는 익스트림 프리셋에서의 결과는 퍼포먼스 프리셋의 그것과 사뭇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380X의 성능은 970에서 한층 멀어져 급격히 960에 가까워졌으며 무엇보다 280X의 역전을 허용한 것이 가장 큰 변화이겠는데요. 앞 문단에서 설명했듯 Tonga는 태생적으로 Tahiti보다 낮은 메모리 대역폭을 갖지만 저해상도에서는 이에 따른 핸디캡이 잘 표현되지 않았다가, 상대적으로 해상도가 높아진 익스트림 프리셋에서 비로소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3DMark 11의 후속작이자 (현재까지는) 최신 버전인 3DMark 2013의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 결과를 보시겠습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에서는 3DMark 11만큼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역시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R9 380X의 상대적인 성능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는 것이 관찰됩니다. 여기서는 FHD/QHD에서 380X가 280X보다 성능이 좋았지만 UHD에서는 비교적 큰 차이로 280X에 뒤떨어지는 점수를 얻었습니다.

 

구체적으로, FHD 해상도인 기본 세팅에서 380X는 960과 970의 정 가운데쯤에 위치했으며 280X와 비교하더라도 성능이 조금 더 좋았습니다. 물론 모델넘버 앞자릿수를 바꿀 만큼 '한 세대' 어치의 성능향상으로 저 정도의 향상이 적합한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최소한 체면치레는 한 셈입니다. 이러한 양상은 QHD 해상도인 익스트림 프리셋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집니다. 앞서 3DMark 11에서 380X의 280X에 대한 우위가 HD 해상도에 한정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해상도에서까지 우위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양 버전이 내부적으로 '중요하다' 고 여기는 요인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보다 최신 버전인 3DMark 2013에서, 근래의 트렌드인 병렬처리 관련 부분을 더 높은 비중으로 평가하게 되었다는 추측도 가능할 것입니다. (Tonga와 Tahiti의 컴퓨트 유닛 갯수는 같지만, Tonga의 더 많은 ACE는 개별 컴퓨트 유닛의 가동률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이것으로 인한 버프도 UHD 해상도로 올라서면 더 이상 효력이 없습니다. 울트라 프리셋에서는 아예 280X가 팩토리 오버클럭된 380X마저 큰 폭으로 넘어서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3DMark 점수들은 실제 성능을 얼마나 대변하는 것이었을까요. 이어지는 다음 장에서 실제 게임플레이시의 성능 결과를 살펴보며 한번 비교해 봅시다.

 

 

테스트 결과 (2) : 실제 게임성능 벤치마크


이 장에서는 12종의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며 / 또는 게임 내 벤치마킹 툴을 구동하여 얻은 프레임레이트를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주자로 (알파벳 순서가 가장 앞서는)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이 투입됩니다.

 

 

이 게임에서 380X는 '평균적으로' 280X보다 다소 떨어지는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정도 체급의 그래픽카드로 UHD 게임플레이까지 할 일이 별로 없으리란 점을 감안하고 보면 FHD는 380X의 승, QHD는 280X의 승으로 각각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QHD까지 양 그래픽카드 모두 60프레임을 넘기고 있어 실질적으로 둘의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편 960/970과 비교하자면 380X의 성능은 960쪽에 더욱 가깝습니다.

 

다음으로 배틀필드 4에서의 테스트 결과를 보겠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380X가 280X는 물론, 모든 해상도에서 960에게도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FHD를 제외하고는 280X가 960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 리뷰에선 상관 없는 대목이죠. 960/970과의 거리 비교 역시 이 게임에서는 무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으로써 ROP/메모리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56개의 ROP를 가진 970이 독보적으로 좋은 성능을 내고 32개의 ROP를 가진 960/280X/380X 등이 올망졸망하게 모여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UHD에서 280X가 '올망졸망' 대열에서 다소 벗어나 '단독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280X의 384bit 메모리 대역폭에 힘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Playability의 측면에서, 285를 제외한 모든 대조군은 FHD에서 60프레임 이상을 보였으며 QHD에서도 380X 이상은 40프레임 이상을 기록해 실제 플레이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단 UHD에서는 970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30프레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여 FHD/QHD가 오늘의 테스트에 동원된 대조군들의 전반적인 상한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내장 벤치마킹 툴로 측정한 성능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테스트에서는 380X는 다시 960과 970 사이에 들어왔지만, 모든 해상도에서 280X보다 떨어지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FHD에서 60프레임 / QHD에서 50프레임을 각각 넘겼기에 이 두 해상도에서의 플레이 자체는 원활하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현존하는 가장 '빡센' 게임 가운데 하나인 크라이시스 3의 테스트 결과를 보겠습니다.

 

 

이 게임에서 380X는 FHD/QHD에서 280X에 앞섰고 UHD에서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대조군의 성능이 평균 프레임이 20 미만으로 떨어진 UHD의 결과를 현실적으로 의미없는 것으로 제외하고 보면, '플레이 가능한' 두 해상도에서 모두 280X를 앞선 것으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970보다는 960에 가까운 성능을 보이고 있으며, FHD에서 970을 제외하고 40프레임을 넘긴 유일한 대조군이 380X입니다.

 

다음으로 더트 쇼다운에서의 테스트 결과를 보겠습니다.

 

 

이 게임에서 380X는 FHD/QHD에서는 280X에 앞섰고 UHD에서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특이하게도 FHD/QHD에서는 380X의 아래 모델인 380마저 280X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메모리 대역폭이 이 게임에서 그만큼 별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80X는 FHD/QHD에서 60프레임을 넘겼고 UHD에서도 40프레임을 넘겨 무리 없이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다음은 히트맨 앱솔루션의 테스트 결과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특이하게 FHD에서 280X가 380X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가, QHD에서는 뒤집어졌다가 UHD에서 다시 순위가 바뀌는 복잡한(?) 관계를 연출했습니다. FHD/QHD에서 380X는 평균 60프레임을 넘겼습니다.

 

다음은 역시 현존하는 가장 '빡센' 게임 가운데 하나인 (어쩌면 원톱일지도) 메트로 2033입니다. 내장 벤치마킹 툴로 측정한 결과입니다.

 

 

이 게임에서 280X는 380X를 FHD에서부터 줄곧 앞서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큰 갭으로 말이죠. 심지어 UHD에서는 970과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로까지 성능 차를 좁혔는데, 이것이 970의 224bit / 3.5GB 메모리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 리뷰의 모든 테스트 결과를 통틀어 970과 나머지 사이의 격차가 가장 작은 수준으로 좁혀진 것입니다. 여기서 380X는 차라리 280에 더 가까울 정도로 성능이 내려가 있습니다.

 

다음은 메트로 2033의 후속작,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입니다. 마찬가지로 내장 벤치마킹 툴로 측정한 결과입니다.

 

 

전작과 달리 여기서는 380X가 FHD/QHD 두 해상도에서 280X를 앞섰습니다. 다만 QHD에서 둘의 성능 차이는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거시적으로 보아 FHD에서는 380X > 280X, QHD에서는 동률, UHD에서는 380X < 280X이니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380X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한편 여기서도 380X는 960과 970의 사이, 하지만 960에 더 가까운 지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음은 미들 어스 -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의 테스트 결과입니다.

 

 

이 게임은 메모리 대역폭을 많이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280X와 280이 나란히 (970 뒤를 이어)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확실해지죠. 다행히 960보다는 성능이 좋았지만 어차피 960의 성능이 128bit 메모리 인터페이스에 힘입어(?) 타 대조군과 큰 격차를 보이며 꼴지를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그리 영광된 결과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다음은 슬리핑 독스의 테스트 결과입니다.

 

 

이 게임도 앞의 게임만큼이나 메모리 대역폭을 중시하는듯 합니다. FHD/QHD에서 380X는 280X에 밀렸지만 280에게까지 밀린 것은 아니었는데, UHD에서는 280에게까지 역전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UHD에서 280X는 380X의 거의 1.5배에 가까운 압도적인 성능을 보였는데, 왠지 쓰다 보니 이 리뷰가 280X를 재평가하는 자리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다음은 스나이퍼 엘리트 III의 테스트 결과입니다.

 

 

이 게임에서 380X는 FHD/QHD에서 280X를 앞섰고, UHD에서는 역전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FHD에서 380마저도 280X를 앞섰다는 것인데, 그만큼 저해상도에서는 메모리 대역폭의 영향력이 미미한 한편, Tonga의 높은 병렬처리 효율성이 280X 대비 낮은 380의 컴퓨트 유닛 갯수를 상쇄할 만큼 위력을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다시 한번 복습하자면 Tonga는 8개의 ACE(Asynchronous Compute Engine, 비동기 연산 엔진)를 탑재했으며 이는 Tahiti보다 4배 향상된 것입니다.

 

다음은 제 테스트 스위트의 마지막 게임인 씨프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특이하게 380X의 성능이 저해상도에서 가장 나빴다가, 해상도가 올라가며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960은 FHD에서 (970, 280X에 이은)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다가 QHD에서 4위, UHD에서 7위로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고 있어 380X와 함께 큰 X자를 그리는 모습입니다. 이로써 이 게임은 배틀필드 4와 함께 380X가 960을 넘지 못한 유이(二)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성능 분석 및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12종 게임성능 테스트 + 3DMark 결과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FHD에서 380X는 970과는 36%p, 960과는 9%p의 성능 차를 보여 960쪽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바로 아래 모델인 380보다는 5%p 더 높은 성능을 보였지만 전세대 280X보다 3%p 떨어진 성능을 보인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클럭이 (280X의) 1000MHz에서 970MHz로 3% 떨어진 것을 거의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겠고, 메모리 대역폭이 3분의 2 가량으로 떨어진 결과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보든 이 결과는 970과 960 사이의 스윗 스팟을 개척할 제품의 그것이라기에는 다소 임팩트가 떨어지는 느낌인데요. 일단 QHD 성능은 어떠했을지 아래로 내려가 봅시다.

 

 

여기에서도 큰 추세는 변하지 않아서 380X는 여전히 970보다 960에 훨씬 가깝고, 280X보다 느립니다. 그나마 960의 성능하락폭이 더 큰 관계로 970에 '상대적으로' 가까워졌다는 점이 위안거리랄까요.

 

마지막으로 UHD 결과를 봅시다.

 

 

UHD에서는 오히려 970과의 격차가 더 커졌습니다. 그만큼 960도 더 내려가 '상대적인 위치'는 아까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280X의 상대성능이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는 것에 견주어 보면 256bit Tonga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이것으로 380X의 성능 검증이 끝났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스윗 스팟을 공략하겠다는 이상은 좋았으나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애매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이 제품이 왜 256bit만을 탑재했는지, 혹 384bit를 모두 써먹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지 아쉬워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부연하자면 Tonga급의 GPU 성능에 메모리가 256bit냐 384bit냐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컬러 압축으로 기존 GCN 대비 1.4배의 유효 대역폭을 갖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왜냐면, 모든 자원이 그렇듯, 수확체감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유효 대역폭이 384bit급을 넘어가는 순간 그로부터 얻는 이득은 기하급수적으로 작아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384bit Tonga가 존재한다면 예컨대 모든 면에서 280X보다 좋아지기는 했겠지만, 그것이 진정 달성할 가치가 있는 목표인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메모리컨트롤러 한 쌍을 추가로 활성화해야 하기에 소비전력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메모리는 3GB 혹은 6GB로 구성해야 하는데 전제는 최근 점증하는 4K 등 고해상도 수요에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6GB를 탑재할 경우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컴포넌트의 수가 늘어나며 이것 역시 소비전력 상승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도 좋지만은 않습니다.

 

어쨌든, 모든 리뷰의 결론이 그렇듯, 380X의 애매한 포지션을 애매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바로 가격입니다. 현재 960 2GB는 200달러 / 4GB는 240달러로 매겨져 있으며 이 중 2GB버전은 950과의 겹치는 포지션 등을 이유로 단종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결국 240달러의 960과 경쟁하게 되었다는 점은 어떤 의미에서는 380X에게 다행이라 할 수 있는데, 왜냐면 380X의 가격은 200달러와 240달러의 사이인 229달러로 매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어쨌든 960보다 좋은 성능을 960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현 시점에서 380X의 장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경쟁사의 제품보다도 자사의 기존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벤치마크를 통해 확인했듯 380X는 전세대 280X보다 성능상 우위를 점하는 데 실패했고, 오히려 이 리뷰가 280X를 재조명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280X는 괜찮은 성능을 보였습니다. 다만 팩토리 오버클럭 버전의 결과에서 확인했듯 실질적으로 시장에 판매될 380X 비레퍼런스는 많은 경우 280X보다 좋은 성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280X를 그만큼 오버클럭하면 성능은 도로 따라잡히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380X의 소비전력이 280X보다 60W가까이 더 낮다는 점입니다. (250W vs 190W)

 

마지막으로, 한가지 변수가 있다면 하위 모델에 의한 '팀킬' 가능성입니다. 380X와 같은 칩셋 기반인 285/380에 380X의 바이오스를 입혀 비활성화된 컴퓨트 유닛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380X는 거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380을 많이 팔기 위한 전략?)

 

이상으로 리뷰를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